슈퍼히어로물,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PC)의 관점에서
2024년은 소니 픽쳐스나 마블뿐 아니라 슈퍼히어로 영화계에서 특별한 한 해이다. 바로 개봉하는 히어로물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 회사별로 서너 편, 총 여덟 편에서 아홉 편으로 많은 수의 히어로 영화가 개봉한 해들이다. 허나 2023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 양쪽 모두 잠시 '쉬어가는' 해가 될 것 같다.
페이즈 4가 시작된 이후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퀀터매니아>와 <더 마블스> 등의 작품이 참패를 한 이후 스튜디오 재정비에 들어섰다. 본래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과 디즈니+로 공개 예정이던 드라마 시리즈들을 연기하거나 일부 재촬영에 들어갔으며, 그로 인해 2024년에 개봉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는 <데드풀 3> 단 한 편이다. 이마저도 폭스사의 엑스맨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주가 되는 작품인 만큼 2024년의 MCU는 특별한 한 해가 되었다.
2023년 공개한 네 작품 중 세 작품이 흥행에서 참패하고,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만이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DC는 2025년 <슈퍼맨: 레거시>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이 지휘하는 DCU가 과거 DCEU의 실패를 딛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2024년은 오랜만에 DC 영화 세계관의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 해가 되었다. 그 자리를 채우는 유일한 DC 영화는 2019년 흥행작 <조커>의 속편 <조커: 폴리 아 되>다.
이렇게 두 거인들이 작품 공세를 잠시 멈추고, 상황을 정비하고 쉬어 가는 가운데 소니 픽쳐스는 정 반대의 전략을 펼친다. 바로 2024년 한 해에만 세 편의 영화들을 개봉하는 것이다. 2월 개봉하는 <마담 웹>, 2023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크레이븐 더 헌터>, 그리고 소니 유니버스를 시작한 흥행작 <베놈>의 3번째 작품 <베놈 3>다.
이중 2024년 다섯 편의 슈퍼히어로 영화 중 처음으로 모습을 선보일 <마담 웹>에 관심이 쏠린다.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베놈>부터 시작해서 <모비우스>를 거치면서, 소니 픽쳐스가 스파이더맨의 악당과 조연 캐릭터들을 활용하여 세계관을 구축하는 전략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일단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부터 스파이더맨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는 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연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이 지적되었다.
<마담 웹>은 <모비우스>의 각본가들이 참여하면서 우려를 낳았으며, 이후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에도 역시 부족해 보이는 완성도나 부족한 연기, 각본과 대사 등으로 인해 좋지 못한 반응들을 얻고 있다. 당장 유튜브에만 가봐도 좋아요 수보다 싫어요 수가 많다. 최근에 이런 경우는 2023년의 <인어공주>와 <더 마블스>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마담 웹>이 받는 우려와 비판을 이 두 작품과 연관시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담 웹>은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만큼, 일부에서는 정치적 올바름 (PC)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비슷하게 여성 캐릭터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더 마블스>가 미적지근한 평가와 함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악의 흥행을 기록하며 참패한 경험이 있기에, <마담 웹>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들이 많다.
허나 최근 개봉 전 박스 오피스 동향을 살펴보면, <마담 웹>은 <더 마블스>급의 망신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2억 달러 정도의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더 마블스>와는 달리, <마담 웹>은 1억 달러보다 적은, 대략 8,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니 유니버스의 전작 <모비우스>가 1억 6,000만 달러 가량, <더 마블스>는 2억 달러 가량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였는데, <마담 웹>은 그 정도 흥행만 기록하여도 손익 분기점을 맞추어 '참패'라는 타이틀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캡틴 마블>과 <더 마블스>의 브리 라슨의 경우 캐스팅 초기부터 외모 논란이 소소하게 있었으며, 영화의 개봉이 가까워지자 페미니즘 관련 발언 논란으로 폭풍을 몰고 온 적이 있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캡틴 마블>은 전 세계 10억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여 흥행에 성공했지만, 마블 그리고 슈퍼히어로 장르가 하락세에 접어든 이후 개봉한 <더 마블스>는 그 5분의 1 정도의 수익만 올리며 참혹한 패배를 면치 못했다.
비슷하게 논란이 있었던 <인어공주>는 2019년 캐스팅 발표부터 2023년 개봉까지, 주인공 에리얼에 대한 캐스팅에 대해 인종 변경 및 외모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작품 역시 5억 7,000만 달러의 수익을 넘기며, <더 마블스> 같은 참패는 면하였지만 2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점을 생각하면 크게 흥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인어공주> 원작의 이름값, 그리고 10억 달러를 술술 넘기던 <알라딘>과 <라이온 킹> 등 기존 디즈니 리메이크작들과 비교하면 말이다.
허나 <마담 웹>의 경우 두 작품들이 겪은 논란으로부터는 자유롭다. 다코타 존슨, 이사벨라 메르세드, 시드니 스위니 등 여배우로 이루어진 <마담 웹>의 주역들은 <더 마블스>의 세 주역보다 외모가 뛰어나다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특히 최근 마케팅에서는 주연 여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그들의 외모와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다코타 존슨이 등장해 본작을 볼 것을 권유하는 홍보영상은, 마치 유혹을 하는 것 같다며 SNS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역시 <인어공주>와 달리 외모 논란이 심하지도 않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마담 웹>은 <인어공주>와 비슷하게 백인 캐릭터를 흑인으로 캐스팅한 인종 변경을 하였는데, 바로 주역 중 한 명인 매티 프랭클린이다. 허나 그녀는 인지도가 그다지 높은 캐릭터가 아니며, 담당 배우의 외모도 준수하다고 평가되어 큰 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최근 SNL에 출연한 다코타 존슨은 시드니 스위니의 출연, 마블 영화라는 점을 들어 '만약 당신 남자친구의 이상적인 영화를 AI가 만들었다면'이라는 말을 했다. 확실히 앞의 두 작품이 놓친 남성 관객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담 웹>. 별 볼일 없는 영화일 수도 있지만, 2024년 슈퍼히어로 영화계,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좋지 못한 평가, 그리고 <더 마블스>와 <인어공주>와 비교해서 인종이나 성별 관련 논란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러한 부분과 맥락에서 보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과연 흥행에 성공해서 <더 마블스>와는 차이점을 보일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하여 <모비우스>의 뒤를 잇고, 소니 유니버스 그리고 슈퍼히어로 영화계에 또 하나의 먹칠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이다.
추가 생각 #1
물론 가장 좋은 결과는 잘 만든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지만, 못 만든 영화가 나온다면 <더 마블스>나 <인어공주>처럼 못 만들고 PC 한 영화보다는, 못 만들고 PC가 없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 있다.
추가 생각 #2
글의 도입부를 보면 알겠지만, 본작의 포스터 중에서 꽤 인상적이고 잘 만든 것이 몇 있다. 실제 영화도 그만큼 잘 만들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