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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실베실 May 23. 2023

시이나 링고 음악 입문 가이드 (1)

無罪 モラトリアム에서 大人에 이르기까지.

시이나 링고는 대체 불가능한 일본의 락스타 중 한 명이다. 단순히 곡이 좋고,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도 그 이유이겠지만 파급력 측면에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만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밴드 자우림의 프론트맨 김윤아도 데뷔 이래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와의 비교에 시달려야 했으며 2000년대 중후반 인디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오지은 같은 경우엔 1집과 2집에서의 발성, 작법 등이 완벽하게 링고의 그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에 歌舞伎町の女王 (가부키쵸의 여왕) 커버를 올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최근에도 안예은, 크리스탈티 등 인디 씬의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를 오마쥬하고 있으며 주니엘, 구름, 윤하 등도 인터뷰에서 시이나 링고의 음악을 많이 듣고 존경해왔다고 밝힌 바가 있다. 이렇게 그녀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적 오마쥬의 영역을 넘어)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이나 링고는 그저 우익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던 이슈였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음악 감독을 시이나 링고가 맡으며 본 이슈가 재점화됐고, 각종 언론에서도 다시 한번 다뤘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이 글에서 그녀가 우익이 아니라고 변호할 의도도 없으며, 우익임에 대해 면죄부를 발행하려는 의사 또한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음악 외적으로 한국에서 치명적일 맹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왜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그렇게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고 계속해서 언급되는 것일까에 대한 논의는 한 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시이나 링고의, 그리고 그녀가 결성한 밴드 東京事變 (동경사변)의 앨범 커리어를 처음부터 짚어가는 글이다. 발매 연도별로 앨범을 분석해가며 그녀의 음악 스타일이 어땠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또 얼마큼 깊고 치밀한지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이나 링고 앨범 플로우차트



시이나 링고 1집 無罪 モラトリアム (무죄 무라토리엄)

1999년 1월 24일


그녀의 데뷔 앨범이자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시이나 링고스러움'을 확립한 앨범이다. Alanis Morissette이 연상되는 여자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에 약간에 오리엔탈함과 섹슈얼함을 첨가하고, 본인만의 창법과 독특한 가사로 넣어 완성시킨 것이 바로 '시이나 링고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00년대 초 김윤아부터 시작해 00년대 중후반 ~ 10년대 초 오지은, 그리고 지금의 크리스탈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레퍼런스 삼고 있는 곡들이 수록된 앨범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이나 링고의 이름이 계속해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는 이미 99년 시이나 링고가 넘을 수 없는 벽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링고를 대표하는 명곡 중의 명곡, 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이 수록된 앨범이기도 하다. 이 곡은 훗날 다양한 편곡으로 링고를 비롯한 셀 수도 없는 가창자들에 의해 많은 무대에서 불리게 된다. 앨범의 아쉬운 점이라면 シドと白昼夢 (시드와 백일몽) 이후 곡의 개성이 살짝 떨어진다는 점?


★★★★


추천 곡 리스트


歌舞伎町の女王 (가부키쵸의 여왕)

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제일 좋아하는 버전은 아니다.

茜さす 帰路照らされど... (노을 빛에 귀로가 비추어져도...)

シドと白昼夢 (시드와 백일몽)

警告 (경고)





시이나 링고 2집 勝訴 ストリップ (승소 스트립)

2000년 3월 31일


링스톤 재팬이 선정한 100대 명반에 유일하게 들어간 시이나 링고 앨범 (98위)


1집에서 '시이나 링고스러움'을 확립했다면, 이 앨범에서는 그것을 완성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虚言症 (허언증) 같은 트랙은 1집의 작법, 사운드와 거의 유사하고 本能 (본능)의 경우에도 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이 떠오른다지만 분명히 음악적으로 한결 더 세련돼졌고 탑라인적으로도 더욱 매력 있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뮤비와 의상을 비롯한 캐릭터성 역시 더욱 짙어졌고, 상술한 얼터너티브 제이락뿐 아니라 노이즈 락(弁解ドビュッシー), 일본풍의 아트팝 (闇に降る雨, サカナ) 등으로까지 스펙트럼을 넓혔음도 의미 있는 부분. 중간중간 들려오는 재즈의 색채 역시 더욱 짙어졌다. 추가로 이 앨범을 시작으로 시이나 링고의 트랙 제목 장난이 시작된다 (가운데 대칭점 트랙을 설정해두고 그 위아래로 제목 글자 수가 같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이 앨범 최고의 순간은 무조건 罪と罰 (죄와벌)일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듣는다면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곡이지만, 시이나 링고의 호소력 있는 보컬은 여전히 관능적이며 애절하다. 1집과 마찬가지로 罪と罰 (죄와 벌) 이후로 손이 안 가는 트랙이 몇 생긴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


추천 곡 리스트


虚言症 (허언증)

浴室 (욕실)

ギブス (깁스)

罪と罰 (죄와벌)

サカナ (생선)

本能 (본능)

依存症 (의존증)





시이나 링고 3집 加爾基 精液 栗ノ花 (시멘트 정액 밤꽃)

2003년 1월 23일


내 인생 최고의 앨범이자 시이나 링고 최고의 앨범. 44분 44초와 11곡이라는 완벽한 대칭 속에서 이루어지는 마법과도 같은 앨범이며, 2003년의 시이나 링고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었을, 천재의 모든 스펙트럼을 최대치로 집약해 펼쳐 놓은 듯한 앨범이다. 이 앨범 이후로 그녀는 몇 년 간 도쿄지헨 활동에 집중하게 되고, 그 후 시이나 링고 솔로 커리어는 얼터너티브 락보다는 조금 더 재즈 팝 ~ 아트 팝으로 흐르게 된다. 이 앨범은 시이나 링고가 여태까지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 20년 동안 해올 모든 장르를 미리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1번 트랙 宗教 (종교)에서부터 이미 이 앨범이 흘러갈 방향을 완벽하게 요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터너티브 락 ~ 제이락의 색채는 조금 더 옅어지고 으스스한 분위기와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조금 더 강조했다. 트랙 마지막에 들려오는 좌우 보컬 효과는 지금 들어도 감탄을 자아낸다. 그 후에도 앨범은 일본스럽고도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락, 재즈, 팝 등 모든 장르를 종횡무진 질주하며 흘러간다. 설명이 의미가 없을 필청 앨범


★★★★★


추천 곡 리스트


宗教 (종교)

迷彩 (미채)

茎 (줄기)

おこのみで (좋으실대로)

意識 (의식)

葬列 (장례)



도쿄지헨 1집 教育 (교육)

2004년 11월 25일


시이나 링고가 결성한 밴드. 현재 멤버들의 인지도, 실력, 커리어 등을 보았을 때 반쯤 올스타 밴드에 가깝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솔로 1 2집의 얼터너티브 락 사운드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건반의 재지함을 더한 것이 특징. 특히나 이 1집 당시에는 건반 멤버가 'HZM'이라는 사람인데 꽤나 캐릭터성 있는 연주자였어서 인지도가 높았다. 지금까지도 'H ZETTRIO'로 활동하고 있으니 무슨 뜻인지 궁금하면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듯하다.


통 시이나 링고의 아트 팝 최고봉으로는 솔로 3집, 얼터너티브 락 ~ 재즈락 최고봉으로는 이 앨범을 꼽는다. 그만큼 락킹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앨범.


★★★★☆


추천 곡 리스트


林檎の唄 (사과의 노래)

群青日和 (군청일화)

入水願い (입수소원)

여기서 '입수'는 자살을 의미한다.

遭難 (조난)

御祭騒ぎ (축제소동)

夢のあと (꿈의 흔적)




도쿄지헨 2집 [大人 (성인)]

2006년 1월 25일


앨범 제목 (성인)과 앨범 커버 (어른스러운 향수)로 보듯이, 기존 10대 풍의 제이락에서 조금 더 농도 짙은 재즈락, 아트락에 가까워진 앨범이다. HZM의 탈퇴 이후 영입된 이자와 이치요의 건반이 조금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나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秘密 (비밀) 같은 트랙은 HZM이 했으면 너무 튀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歌舞伎 (가부키) 같이 마구마구 튀어줘야 하는 트랙에서는 존재감이 약해서 아쉽긴 하지만..


다른 곡은 안 들어도 秘密 (비밀) 만큼은 꼭 들어봤으면 한다. 플로어 탐 위주의 묵직한 드럼으로 시작해서 Verse 2 이후 그루비한 리듬 체인지, 그리고 Chorus 2의 재즈 파트, 또다시 그루브 리듬으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재즈로 갔다가 또 플로어 탐 파트로 바뀌고... .계속 바뀌는데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그 변환 때마다 되려 희열을 느끼게 하는, 밴드로서의 시이나 링고의 역량이 최고치로 발휘된 곡이 아닐까 싶다.


★★★★☆


추천 곡 리스트


秘密 (비밀)

修羅場 (수라장)

雪国 (설국)

ブラックアウト (Black Out)





By 베실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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