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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실베실 May 29. 2023

시이나 링고 음악 입문 가이드 (2)

娛樂에서 日出處까지.

시이나 링고는 대체불가능한 일본의 락스타 중 한명이다. 단순히 곡을 좋고, 노래를 잘부르기 때문도 그 이유이겠지만 파급력 측면에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만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밴드 자우림의 프론트맨 김윤아도 데뷔 이래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와의 비교에 시달려야 했으며 2000년대 중후반 인디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오지은 같은 경우엔 1집과 2집에서의 발성, 작법 등이 완벽하게 링고의 그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에 歌舞伎町の女王 (가부키쵸의 여왕) 커버를 올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최근에도 안예은, 크리스탈티 등 인디씬의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이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를 오마쥬하고 있으며 주니엘, 구름, 윤하 등도 인터뷰에서 시이나 링고의 음악을 많이 듣고 존경해왔다고 밝힌 바가 있다. 이렇게 그녀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적 오마쥬의 영역을 넘어)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이나 링고는 그저 우익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던 이슈였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음악 감독을 시이나 링고가 맡으며 본 이슈가 재점화됐고, 각종 언론에서도 다시 한번 다뤘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이 글에서 그녀가 우익이 아니라고 변호할 의도도 없으며, 우익임을 정당화하려는 의사 역시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음악 외적으로 한국에서 치명적일 맹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왜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그렇게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고 계속해서 언급 되는 것일까에 대한 논의는 한번 쯤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시이나 링고의, 그리고 그녀가 결성한 밴드 東京事變 (동경사변)의 앨범 커리어를 처음부터 짚어가는 글이다. 발매 연도별로 앨범을 분석해가며 그녀의 음악 스타일이 어땠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또 얼만큼 깊고 치밀한지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이나 링고 앨범 플로우차트



앨범 커버 맞습니다.

도쿄지헨 3집 [娛樂 (오락)] 

2007년 9월 26일


본격적으로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하는 앨범이다. 트랙 수도 쓸 데 없이 너무 많고, 이 앨범을 기점으로 초기의 광기는 조금 누그러지고 팝적이며 부드러운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뭐 좋은 트랙은 여전히 좋다. 링고가 아닌 다른 멤버들도 작사 작곡으로 조금 더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꽤나 의의가 있는 앨범.


그런데 黒猫道 (흑묘도) ~ 月極姫 (월정녀)까지는 진짜 왜 넣은 걸까? 이 5트랙만 뺐어도 평가가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라 확신한다. 


★★★


추천 곡 리스트


金魚の箱 (금붕어 상자)

OSCA

キラーチューン (킬러튠)

내 기준 링고 ~ 도쿄지헨 노래 중 가장 신나는 노래




시이나 링고 4집 [三文ゴシップ (싸구려 가십)] 

2009년 6월 24일


2007년에 사이토 네코와 함께 한 리메이크 앨범 平成風俗 (헤이세이 풍속), 2008년에 미공개곡까지 포함한 컴필레이션 앨범 私と放電 (나와 방전) 앨범을 제외하면 솔로 명의로는 꽤나  오랜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이전과 비교해서 확실하게 조금 더 재즈, 팝적 요소가 더 짙어졌다. 1번 트랙 流行 (유행)에서부터 계~~~속해서 깔리는 재즈 세션, 재즈 리듬... 二人ぼっち時間 (두 사람만의 시간) 같은 경우엔 아예 대놓고 스윙 재즈를 들고 왔다. 


시이나 링고의 광기, 록적인 요소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앨범이지만 이런 재즈 팝 스타일도 좋게 들을 수 있다면 그래도 추천할 만한 앨범이다. 나 역시도 시이나 링고의 재즈팝도 좋아하는 편이기에 제법 재밌게 들었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앨범 역시도 旬 이후로 퀄리티가 들쭉날쭉 해진다는 것이 흠.



★★★★


추천 곡 리스트


流行 (유행)

労働者 (노동자)

カリソメ乙女 (덧없는 소녀) Death Jazz Ver.

旬 (좋은 시절)

세션으로 일본의 재즈 밴드 'Soil & "Pimp" Sessions가 참여 했는데, 마지막 연주에서 미쳐 날뛴다.

マヤカシ優男 (가짜 훈남)




도쿄지헨 4집 [スポーツ (스포츠)]

2010년 2월 24일


2000년대 후반 이후로 바뀐 스타일이 정착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앨범. 곡 자체들이 2000년대 초기에 비해 가벼워졌기에 앨범 단위의 무엇인가를 느끼며 듣기보다는 좋은 싱글을 듣는 느낌으로 접근하는게 훨씬 좋다. 그렇지만 여전히 트랙 자체의 퀄리티는 좋기에, 이 감성만 맞는다면 여전히 잘 즐길 수 있다. 킬링 트랙인 雨天決行(우천결행), スイートスポット (Sweet Spot) 등에선 R&B적 터치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래도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락] 앨범보다는 듣기 좋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


추천 곡 리스트


勝ち戦 (승리전)

能動的三分間 (능동적 3분간)

スイートスポット (Sweet Spot)




도쿄지헨 5집 [大發見 (대발견)]

2011년 6월 29일


해체 전 마지막 앨범이자 도쿄지헨 마지막 불꽃과도 같은 앨범이다. 재즈락도 팝락도 얼터너티브 락도 아닌, 참으로 도쿄지헨스러운 부분들만 모으고 모아서 만든 아트락 앨범.  天国へようこそ (For the Disc) (어서오세요 천국으로) 같은 트랙은 기존 시이나 링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찾기 힘든 분위기의 곡이 아닌가. 그나마 결의 흐름을 찾자면 도쿄지헨 1집의 분위기에다가 2집의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를, 그리고 3집과 4집의 세련된 팝적 감성을 가미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좋았지만 대중적이지도 않았고 기존 팬들이 원하던 음악과도 거리가 좀 멀었으며, (옛 팬들은 여전히 링고 1~3집과 도쿄지헨 1집만을 찾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딱 내세울 만한 킬링 트랙도 없어서인지 상당히 저평가된 앨범. 결국 정규 앨범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하게 된다



★★★★


추천 곡 리스트


天国へようこそ (For the Disc) (어서오세요 천국으로)

禁じられた遊び (금지된 장난)

恐るべき大人達 (무서운 어른들)

かつては男と女 (한때는 남자와 여자)

空が鳴っている (하늘이 울리고 있어)

女の子は誰でも (여자아이라면 누구라도)




시이나 링고 5집 [日出處 (일출처)]

2014년 11월 5일


앨범 커버만 봐도 알겠지만 시이나 링고 최고의 문제작이다. 그전부터 욱일기 사용이나 가사 등으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앨범 커버에까지 써버려서 확인 사살을 해버린 셈이다. 뭐 나무위키나 링고 팬 커뮤니티를 가보면 우익이 아니라는 주장도 가끔 있지만 솔직히 팬의 관점에서 억지 실드 쳤다는 느낌이 강하긴 하다. 나 역시도 이 여사가 빼박 우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 논란과 맞물려 탈덕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당연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음악은 참 좋다. 시이나 링고 4집이 재즈 + 락이었다면 이 앨범은 재즈를 기반으로 조금 더 팝과 일본 풍의 색채를 더해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2010년대 중반, 그녀는 이 앨범뿐 아니라 리메이크 앨범 [逆輸入] [逆輸入 vol.2] 등의 앨범도 냈는데, 이 시기 시이나 링고 음악 중에서는 가장 깔끔하고 퀄리티가 뛰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


추천 곡 리스트


静かなる逆襲 (조용한 역습)

走れゎナンバー (달려라 렌트카)

ちちんぷいぷい (치친뿌이뿌이)

ありきたりな女 (흔해빠진 여자)



By 베실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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