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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실베실 Jun 05. 2023

시이나 링고 음악 입문 가이드 (3)

逆輸入 ~港湾局~에서 音樂까지.

시이나 링고는 대체불가능한 일본의 락스타 중 한명이다. 단순히 곡을 좋고, 노래를 잘부르기 때문도 그 이유이겠지만 파급력 측면에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만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밴드 자우림의 프론트맨 김윤아도 데뷔 이래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와의 비교에 시달려야 했으며 2000년대 중후반 인디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오지은 같은 경우엔 1집과 2집에서의 발성, 작법 등이 완벽하게 링고의 그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에 歌舞伎町の女王 (가부키쵸의 여왕) 커버를 올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최근에도 안예은, 크리스탈티 등 인디씬의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이 꾸준하게 시이나 링고를 오마쥬하고 있으며 주니엘, 구름, 윤하 등도 인터뷰에서 시이나 링고의 음악을 많이 듣고 존경해왔다고 밝힌 바가 있다. 이렇게 그녀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적 오마쥬의 영역을 넘어)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이나 링고는 그저 우익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던 이슈였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음악 감독을 시이나 링고가 맡으며 본 이슈가 재점화됐고, 각종 언론에서도 다시 한번 다뤘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이 글에서 그녀가 우익이 아니라고 변호할 의도도 없으며, 우익임을 정당화하려는 의사 역시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음악 외적으로 한국에서 치명적일 맹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왜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그렇게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고 계속해서 언급 되는 것일까에 대한 논의는 한번 쯤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시이나 링고의, 그리고 그녀가 결성한 밴드 東京事變 (동경사변)의 앨범 커리어를 처음부터 짚어가는 글이다. 발매 연도별로 앨범을 분석해가며 그녀의 음악 스타일이 어땠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또 얼만큼 깊고 치밀한지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이나 링고 앨범 플로우차트

시이나 링고 셀프 커버 앨범 [逆輸入 ~港湾局~ (역수입 ~항만국~)]

2014년 5월 27일


시기상 일출처보다 먼저 나왔지만, 편의상 이번 글에 기재. 시이나 링고의 셀프 리메이크 앨범인데, 과거에도 Saito Neko와 [平成風俗 (헤이세이 풍속)]이라는 앨범을 낸 적은 있지만 다른 가수에게 줬던 곡을 부르는 경우는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그 당시 시이나 링고의 스타일로 잘 리메이크 한 앨범. 깔끔하게 듣기 편했던 [日出處 (일출처)] 앨범에서 재즈든 락이든 팝이든, 어떤 쪽으로든 색채가 더욱 더 진해진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또한 시이나 링고 후반기를 대표하는 명곡 青春の瞬き (청춘의 반짝임)이 수록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전자음이 섞인 이 버전보다는 Bon Voyage 콘서트 버전의 밴드 세션버전을 더 좋아하긴 한다. 


★★★★


추천곡 리스트


主演の女 (주연의 여자) (Leading Lady)

青春の瞬き (청춘의 반짝임) (Le Moment)

真夏の脱獄者 (한 여름의 탈옥자) (Midsummer Fugitives) / SMAP에게 줬던 곡

望遠鏡の外の景色 (망원경 밖의 경치) (Paisaje) / 도쿄 올림픽 홍보 영상 삽입 곡

雨傘 (우산) (Umbrella)




시이나 링고 셀프 커버 앨범 [逆輸入 〜航空局〜 (역수입 ~항공국~)]

2017년 12월 6일


조금 더 일본 + 재즈에 가까워진 앨범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人生は夢だらけ (인생은 꿈 투성이)'부터 시작해 앨범 내에서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밝다기보다는 분명 어둡고 관능적이기에 5집을 베이스로 3집 사이에 위치하게 된 앨범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이미 좋은 곡은 셀프 커버 1집에서 다 썼기 때문일까? 편곡과 분위기는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곡 자체의 퀄리티가 발목을 잡고만다. 6번 트랙을 기점으로 분위기도 조금 밝아지는 것도 아쉽기도 하고... 또한 셀프 커버 1집에 있는 '望遠鏡の外の景色 (망원경 밖의 경치)'가 이 앨범에 수록됐다면 유기성으로도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본다.


★★★☆


추천곡 리스트 


人生は夢だらけ (인생은 꿈 투성이) (Ma Vie, Mes Reves)

おいしい季節 (맛있는 계절) (The Creamy Season)

薄ら氷心中 (살얼음 정사) (A Double Suicide)


앨범 커버가 이게 최선이었을까....

시이나 링고 6집 [三毒史 (삼독사)]

2019년 5월 27일


전체적으로 도쿄지헨 5집 + 솔로 5집스러운 앨범. 역시 재즈적 터치를 기반으로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를 잘 섞었다. 곡 퀄리티 자체는 좋았지만 '유기성이 없다'라는 부정적 피드백도 꽤나 받은 앨범인데, 일부 동의하기는 하지만 아마 싱글로 너무 간만 보지 않았어도 그런 소리는 조금 덜 듣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駆け落ち者 (사랑의 도피자)라거나 急がば回れ (급하면 돌아가라) 같은 트랙은 존재 의의를 찾기 어렵기에 빠졌어야 하는 게 맞다. どん底まで (밑바닥까지)도 참 좋아하는 트랙이긴 하지만 앨범의 유기성을 해치는 트랙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TOKYO 이후로 분위기가 확 변하는 것도 아쉬운데, どん底まで (밑바닥까지)를 넣을 거면 차라리 TOKYO 이후에 넣었어야 분위기가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대부분이 선공개됐던 싱글들이기에 이 부분에서도 너무 많이 우려먹었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쉬운 요소가 있지만 그래도 시이나 링고의 재즈 팝적 요소 + 다크한 락적인 요소 두 개를 원한다면 만족스럽게 들을만한 앨범이다. 트랙 순서만 좀 어떻게 다듬는다면 ...


★★★☆


추천 곡 리스트


獣ゆく細道 (짐승이 지나가는 좁은 길) (The Narrow Way)

Tokyo (Off-lINE)

至上の人生 (지상의 인생) (A Life Supreme)

目抜き通り (번화가) (The Main Street)




도쿄지헨 EP [ニュース (뉴스)]

2020년 4월 8일


재결합 선언 이후 발매한 첫 앨범. 명탐정 코난 극장판 OST였던 永遠の不在証明 (영원의 부재증명)을 비롯한 5곡 수록됐으나, 역시 5곡중 3곡이 선공개곡이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음악적으로 살펴본다면 오랜만에 냈다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거나 그런건 없고 전체적으로 도쿄지헨 5집의 색채의 연장선 느낌. 거기에 몇몇 트랙에 조금 더 재즈적 요소가 들어갔다 정도? 기존 도쿄지헨 1집, 2집, 5집을 좋아했다면 좋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추천곡 리스트


うるうるうるう (Leap & Peal)

永遠の不在証明 (영원의 부재증명) (The Scarlet Alibi)




도쿄지헨 6집 [音樂 (음악)]

2021년 6월 9일



좋게 본다면 현재 유행하는 팝, EDM 사운드를 일부 수용해 도쿄지헨의 스펙트럼을 넓힌 앨범이고 나쁘게 본다면 '하던거나 하지' 소리가 나올만한 시이나 링고 커리어 로우 앨범. 시이나 링고의 팬이 아니라면 쉽사리 추천할만한 앨범이 아니다. 앨범의 딱 3분의 2는 2010년대의 시이나 링고 재즈락 (하위호환) 넘버들이고 남은 3분의 1이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현대적인 제이팝 트랙들인데,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孔雀 (공작)이나 黄金比 (황금비) 같은 트랙이 이제 유기성을 해친다는 게 참 슬픈 부분이다. 그래도 [娛樂] 앨범 이후 [スポーツ] 앨범을 냈듯이, 도쿄지헨의 다음 앨범은 실패를 발판 삼아 더 좋고 신선한 사운드로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하나의 특이 사항이라면 銀河民 (은하만)에 한국어 가사가 쓰였다는 거...? 이제 진짜 내한 오나?


또한 (이전부터 OST 트랙들이 자주 재활용되긴 했지만) 이번 앨범 13곡중 6곡이 드라마, 영화, 각종 TV 프로그램 등의 주제가로 쓰였던 곡이다. 요새 일본 앨범은 트랙 우려먹기가 너무 심하다지만 ...


★★★


추천곡 리스트 


毒味 (독의 유무 확인) (Foretaste)

青のID (푸른 ID) (Periodo Az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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