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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실베실 Jun 26. 2023

20세기의 한국 팝 발라드 ① 이문세 [이문세 3집]

1984년. 한국형 발라드의 태동

미친 듯 준비하면서 그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2집까지는 별다른 음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문세가 처음으로 작곡가 이영훈, 편곡자 김명곤과 함께 야심 차게 만든 앨범이다. 한국식 뉴웨이브 (로 순화된 뽕짝 음악)과 싸이키델릭 락, 포크가 전부이던 당시 한국 대중음악 씬에 클래식적 요소와 세련된 편곡을 버무린 이 앨범은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앨범 판매량 추정 150만 장이라는 결과로 드러난다. 


1번 트랙 '할말을 하지 못했죠'를 비롯해 '하얀 느낌'과 같은 트랙들은 여전히 1980년대의 한국 뉴웨이브 팝에 가깝고, '혼자 있는 밤, 비는 내리고'는 전형적인 기성 한국 포크송에 가깝다. 대 히트를 기록한 타이틀 곡 '난 아직 모르잖아요' 역시 대중들을 의식해서인지 기존 대중가요의 신디사이저 작법을 차용한 것이 느껴져 편곡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 곡을 비롯해 블루스적 감성이 더해진 '빗속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오혁이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끈 '소녀'와 같은 곡들은 왜 이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발라드 명반으로 회자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물론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당연하게도 '그대와 영원히'일 것이다. 한국 팝발라드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재하가 작곡한 노래에 또 한 명의 전설 이문세의 보컬이 어우러졌으니 발라드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우리는 '한국식 팝 발라드'라는 장르를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직 약간의 아쉬움은 남아있다지만 본격적인 '한국식 팝 발라드'의 포문을 열어젖힌 4집 중 많은 곡들이 3집 때 만들어졌다는 이문세의 말로 미루어보면, 이 앨범은 4집의 프리퀄 격인 앨범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너무 급진적이지 않게 적절히 섞어서 실험해 보고, 이 음악이 대중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작정하고 발매한 것이 4집이라고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그리고 한국 발라드사에서 주로 언급되는 것은 4집과 5집이지만 이 앨범 역시 우리는 빼놓아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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