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아 Mar 30. 2022

[영화리뷰] - <듄(2021)>

극장에서 N차각 열풍을 만들었던 그 매력은 무엇인가

" I see a holy war spreading across the universe like unquenchable fire "

[영화정보] 

- 개봉 : 2021.10.20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모험, 드라마, SF / 러닝 : 타임155분

- 감독 : 드뇌 빌뇌브 (필모그래피 -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 출연 : 티모시 살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스텔란 스카스가드, 젠데이아 콜먼 



[영화내용]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난다. 모래언덕을 뜻하는 '듄'이라 불리는 아라키스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하는데… 위대한 자는 부름에 응답한다, 두려움에 맞서라, 이것은 위대한 시작이다!

 


[영화리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방대하고도 탄탄한 세계관


영화를 처음 보게 되면 낯선 용어와 언어들이 몰아치기 때문에 머릿속이 바쁠 수도 있다. 길고 긴 이름과 낯선 용어가 가득한 능력들 그리고 언어학자가 새롭게 만든 듄만의 언어까지 처음 보는 것들이 가득해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마치 실존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듯한 듄만의 방대한 세계관은 크게 사랑받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SF영화나 판타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새롭기만 해서는 그 세계에 빠져들 수 없다. 실존하는 듯한 세세함과 다양함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예시로 든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리포터 역시 마법사 세계가 어디선가 실존하듯 현실적이면서도 자세하게 표현되었기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고 그 세계만이 가진 마법과 관련된 요소들이 더해졌기에 깊은 매력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라틴어 마법 주문을 달달 외우고 다니고, 마법사 학교 중 호그와트가 최고라 생각하며 '나한테도 마법학교 초대장이 날아올지 몰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듄> 또한 잘 만들어진 세계를 담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여줄 것이 많고 갈 길이 멀다. 3부작 확정은 아니지만 2탄 제작 확정과 개봉 일자까지 언론에 공개된 만큼 <듄> 또한 3부작의 길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세계를 더 보여주길 제작사가 원하고 관람객이 원하니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3부작이 아닐 수 없다. 


드뇌 빌뇌브 감독, 다크 SF 장르의 대가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 <듄>은 유명한 SF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설의 명성에 맞게 이미 수차례 영상화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여러 차례 고배가 있었다. 이 감독에 저 감독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이 물거품 되는가 싶더니 <블레이드 러너 2049>로 SF 시리즈의 대가로 자리 잡은 드뇌 빌뇌브 감독에게 넘어갔다.


왜 그에게 갔을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면 액션신 연출과 인물 간 긴장감을 통해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로 보여줬다. 뼈대가 되는 스토리 라인에 인물별 서사로 살을 붙이고, 악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캐릭터들로 내용을 서술해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만들었다. 이어 <컨택터>로 그는 지금 사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SF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때까지도 현실이었기에 영상미와 이를 통한 경이로움 체험을 노리기보다 영리한 각본과 인물 간의 대사, 암울하고도 낯선 것에서 오는 어색함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새로운 SF 장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큰 화면으로 보았을 때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색채와 영상미까지 갖춘 다크 SF 영화를 선보였다


그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통해 액션신과 긴장감 연출에 준비된 자임을 알렸고 첫 SF영화를 통해 어둡지만 스케일이 큰 세계관을 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원작이 있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선택해 '튼튼한 SF 세계관만 있다면,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내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존의 하모니를 보여주지'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만들어 다크 SF의 대가임을 알렸다. 


이를 이어 후속작으로 <듄>을 선택했고 암울하고도 비장함이 가득한 우주를 배경으로 웅장한 영상미와 음악까지 더해 관람객의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연출한 <듄>의 세계는 무채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없어 정갈하면서도 사막에서의 생존을 향한 절박함과 악함을 보여 메말랐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역경 속에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보여주듯 이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순간을 경이롭고도 숭고하게 표현했다.  


드뇌 빌뇌브 감독의 SF 시리즈는 듄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메가폰을 놓는 그날까지 그의 작품세계는 지속 발전해갈 것이기에 기대가 된다. 그가 지금은 어떤 SF 원작을 보고 있을까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놀란도 버리고 온 한스 짐머, 이미 후속작 음악도 만들었다는데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대작들을 함께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나 <인터스텔라>에서 그가 들려준 음악은 슬픔을 연주하면서도 대우주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듯 신비로움이 가득한 음악이었기에 듣는 것 만으로 어느 한 구석 블랙홀을 연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놀란과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았던 한스 짐머는 듄을 통해 드뇌 빌뇌브를 선택했다. 그는 이미 10대 때부터 듄을 소설로 접해 그 세계에 빠져있던 팬 중 하나였고, 드뇌 빌뇌브가 <듄>이 영화감독을 맡은 후 한스 짐머에게 함께 작업하자는 말을 하자마자 그 영화의 음악을 만들겠다고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장시간 머릿속에 그려온 세계여서일까, 그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사막 속 가문의 생존이 담긴 비장하고도 이국적인 세상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한스 짐머가 음악으로 선사하는 <듄> 세계와 드뇌 빌뇌브가 영상으로 보여주는 <듄>이 만나니 새로운 장르 그 자체가 되었다. 


Part 1 작업을 속전속결에 끝낸 한스 짐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Part2의 음악을 미리 만들었다고 한다. 미리 작업한 음악을 가져가 빌뇌브 감독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Part 2는 음악에 영감 받아 좀 더 감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티모시 살라메, 젠데이아 콜먼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들은 다 출연하는 영화


티모시 살라메와 젠 데이 아 콜먼은 각각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고 있는 배우들이었다. 티모시 살라메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소년미와 퇴폐미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자리 잡고 있었고 젠데이아 콜먼은 디즈니 배우로 시작해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통해 찰진 연기력과 특유의 매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듄>은 할리우드에서 떠오르고 있던 이 두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했고, 한 스크린 안에서 연기한다는 사실로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기대를 한껏 더 높여주었다. 


티모시 살라메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귀족 공작 '폴 아트레이데스' 그 자체였다. 그가 가지고 있던 소년미가 성장해가고 있는 귀공자라는 설정과 맞아떨어졌고, 그의 창백한 피부와 마른 몸 그리고 살짝 처진 눈에서 오는 퇴폐미는 고통받는 폴의 모습을 한층 더 부각했다. Part 1에서는 이야기의 시작과 폴의 각성을 담느라 젠데이아가 연기한'챠니'를  많이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꿈속 계시의 대상으로 신성하고도 중요하게 비춰졌기 때문에 Part2부터 보여줄 '챠니'의 활약이 기대된다. 


악역이 주는 매력, 빌런을 보고 광기를 느꼈다


척박한 이 세계에서 중요한 건 생존이었고 이를 위협하는 존재들이 있어야 살아남는 순간의 숭고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코넨 가문'의 '하코넨' 남작은 한없이 야비하고 때로는 비굴하지만 우위에 있을 때 탐욕과 광기가 가득함을 보여주는 생존을 더욱 숭고하게 해주는 양면적 캐릭터다. 사막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그 부를 차지해왔는지는 고도 비만에 가까운 거대한 몸을 통해 보여주며, 그가 걷기가 아닌 둥둥 떠다니기를 선택했다는 설정은 악행을 통해 얻은 부로 추구하는 오만함을 나타냈다. 욕심으로 치덕치덕 살 찌운 그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공중 부양하며 날아오던 그 장면을, '악역이 날아다니니까 더 무섭구나'라는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거대하기에 다가가기 무서웠고 떠다니기에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악역이라는 이미지를 받았다. 여기에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연기와 목소리가 주는 중후함이 더해지니 한층 더 무거운 존재로 각인되었다. 


아트레이더스 가문이 상류사회의 우아함과 고결함을 보여주었다면 사막의 전사 프레멘은 그 파란 눈을 통해 그 세계 안에서의 이국적인 매력과 신비함,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코넨 가문은 광기와 어두움 그리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었기에 이 세 집단 모두 매력적이고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어 인물 관계만으로도 영화 보는 내내 심심할 새가 없다.




[영화총평]


Part2 하루빨리 보고 싶다. Part1을 한번 더 보면서


결국 총평은 영화 연출 면에서도, 각색 부분에서도, 영상과 음악 부분에서도, 캐릭터들의 매력과 연기 부분에서도 어느 것 하나 깔 것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구구절절 이유가 많았지만 결국 긴장감 넘치고 영상미 아름다우며 음악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대작을 만나고 싶다면 이 영화 <듄>을 보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겠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 제작마저 녹록지 않았던 시기에 이러한 영화가 탄생하다니 더 많은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했던 게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이 시국에 대형 스크린에서 그 감동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을 움직이게 한 영화였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상으로 충족시켜준 선물과도 같은 영화였다. IMAX N차 관람 열풍이 괜히 분 것이 아니다. <듄>이 주는 세계의 거대함과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꼭 화면이 크고 사운드가 입체적으로 크게 들리는 극장에서 한 번쯤은 보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