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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아 Apr 13. 2022

[콘텐츠리뷰] - <완다 비전(2021)>


[작품소개]

등급 : 1화 전체관람과, 2화~9화 12세이상 관람가 /장르 : 슈퍼히어로, SF, 로맨스, 드라마, 가족, 판타지 

연출 : 맷 샤크먼 / 극본 : 잭 셰이퍼 / 배급 : 디즈니 플러스

출연 : 엘리자베스 올슨, 폴 베타니 


[작품내용]

슈퍼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마침내 결혼해 웨스트뷰라는 마을에 정착해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지만 언제부터인가 현재의 삶이 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생기는 이야기


[작품매력]

- 완다와 비전의 또 다른 모습 :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미국 여성 실수가 많지만 다정한 비전 

- 50년대부터 최근까지 10년 단위로 변화하는 미국 시트콤 방송의 흐름을 볼 수 있다

- '스칼렛 위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비전과 만나게 되었는지 완다에 대한 A to Z를 알 수 있다 

- 마블의 여성 캐릭터 주연 바람으로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대거 등장   

- 완다가 어벤저스였음을 잊지 말자, 다음 마블 영화 떡밥들을 알고 싶다면 


[작품리뷰]

1950년대 흑백 브라운관 속 웨스트뷰, 시트콤 속에서 신혼인 완다와 비전은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완벽한 커플이다. 달력에 새겨진 하트의 의미가 본인들의 기념일이라 착각한 완다와 비전은 뭘 축하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들키면 안 되기에 아는 척하느라 오늘 하루가 바쁘다. 달력 속 하트의 의미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이란 귀엽기 그지없다.


사랑스러운 동시에 이상한 건 우리가 아는 완다와 비전은 2021년 지구를 구한 어벤저스이고, 비전은 타노스에게 마인드 스톤을 빼앗겨 죽었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갑자기 50년대에서 시트콤 속에서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까. 


2화로 가서는 갑자기 시대가 바뀌었다. 여전히 흑백 브라운관 속 시트콤 세상이지만 묘하게 완다와 비전의 모습이 시대를 탄 듯 변하였다. 실수가 연달아 일어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신혼부부 완다와 비전의 모습이 코믹하고 명랑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지구 침략이나 누군가의 죽음 같은 그 어떠한 무거운 고민 없이 2화도 그렇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3화가 돼서야 이 모든 것이 완다가 그려내는 가짜라는 걸 알게 된다. 행복한 동네 웨스트뷰, 살아있는 비전, 가끔 못되게 굴기도 하지만 친절한 이웃들 모두가 완다가 만들어낸 시트콤 속 세상이었다. 완다의 시트콤은 60년 대를 지나 90년 대가 되면 쌍둥이를 출산하게 되고 2000년 대가 되면 죽었던 쌍둥이 형제가 돌아온다. 여전히 명랑하고 코믹한 그래서 더 가짜 같은 웨스트 뷰에서 살던 완다와 비전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완다는 이 행복함을 놓칠 수 없어 의구심을 부정하지만 비전은 정면으로 돌파해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고 이런 둘의 가치관 차이는 2020년대가 되면 성격차이로 인한 별거 사유가 된다. 사랑스러운 가정주부였던 완다는 명랑한 워킹맘에서 '나는 나를 사랑해'를 외치며 자존감과 높이려는 상처받은 현대 여성이 된다. 



미국 시트콤의 역사, 10년 단위로 재현하다

 

<완다 비전>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어벤저스 중 완다와 비전을 단독으로 주인공 한 별개의 스토리라인 작품이다. 타노스 사태 이후를 배경으로 완다의 스토리를 보여주며 비전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1화를 틀기 전 기대했던 건 '완다는 뭐하고 지내?' 였는데 뜬금없이 흑백 화면의 50년대 미국 방송이 나왔다. 잘못 틀었나 하고 봤지만 주인공으로 완다 그리고 비전이 등장했기에 모른 척하고 끌 수도 없었다. 이어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시트콤으로 완다와 비전 부부의 신혼생활이 전개되었다. 


맷 샤크먼 감독은 <완다 비전>을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시트콤이라는 예상 밖의 포맷으로 보여주었다. 흑백 브라운관 TV로 방영되던 50년대 시트콤부터 10년 단위로 방송가의 역사를 보여주듯 나열했다. 그 나열은 구체적이었고 재현에 가까웠기에 의상이나 소품, 대사는 물론이고 당시 방송가의 촬영과 연출 방식 또한 그대로 재현했다. 이렇듯 사실적인 재현이 가능했던 것은 맷 감독이야말로 시트콤 마니아 여서가 아닐까. 그는 시대별 시트콤 대표작들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50년대와 60년대에는 <왈가닥 루시>와 <아내는 요술쟁이> 같은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시트콤을 반영했다고 한다. 80년 대에는 <풀하우스>, 그리고 90년대에는 <말콤네 좀 말려줘>과 같은 시트콤을 참고했다고 하며 00년대와 10년대는 <모던 패밀리>, <오피스> 같은 인기리에 종영한 시트콤을 반영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시트콤은 당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기 맷 감독이 보여주는 미국 가정의 흐름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시트콤은 물론이거니와 중간중간 들어간 페이크 광고를 통해서 그때 당시 잘 팔리던 상품들을 보여주었다. 50년대는 비즈니스 사교활동이 활발한 시대상을 반영해 고가의 시계나 보석이 주를 이루었으며,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활개 치던 80~90년대를 지나 현대에 들어서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아짐을 나타내듯 우울증 약 광고를 만들어 보여줬다. 


시대별 시트콤과 광고를 통해 완다가 만들어낸 혼돈의 웨스트 뷰 안쪽을 그린 맷 감독은 동시에 결계 밖 군대와 경찰들이 가득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적 장치를 활용했다. 브라운관 화면비와 플랫 화면비를 통해 완다의 가상세계를 보여주다 현실을 이야기할 때는 스코프 화면비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연출을 활용해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더해주었다. 거기다 그는 화면비뿐 아니라 음악과 음향효과, 대사 몇 마디를 통해 행복한 세상이 현실이 아님을 뒤트는 긴장감도 중간중간 넣어주었다.  

 

시트콤이 보여주는 양면성, 완다의 슬픔 


맷 감독이 보여주는 시트콤은 그가 참고했던 시대별 시트콤들이 그러했듯이 중산층 이상 백인 가정을 보여준다. 이 시트콤 세상은 넓고 쾌적한 집을 가지고 있으며, 코스 요리쯤은 미리 준비해두는 여유 있는 이웃들과 살아가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함께 하면 괜찮아'라는 낙천적인 마음가짐이면 해결되는 세상이다. 시트콤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결국은 희극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하는 게 목적이기에 고통이 수반하는 진짜 현실은 외면하고 브라운관 속 그들만의 세상을 조금 더 과장되게 보여준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시트콤 속 완다의 삶이 행복해 보일수록 완다가 더욱 애처로워지는 건 그래서일까. 현실에서의 완다는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었고, '하이드라' 시설에 갇혀 불행한 성장기를 보냈으며 쌍둥이 오빠마저 '울트론'에 의해 잃었다. 지독하게 살아온 완다가 어벤저스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인 비전을 만나게 되지만, 삶의 전부였던 비전마저 '타노스'로 인해 두 번이나 잃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완다는 다시 시트콤을 통해 현실을 잊는 것 말고는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마치 과거의 어린 시절 완다가 그랬듯이 말이다. 소코비아에서 자란 완다는 당시 전쟁을 겪었는데, 창 밖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로부터 불안함을 떨쳐버리고자 아버지가 사다준 미국 시트콤 비디오 틀어보며 현실을 잊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슬픔과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완다의 감정은 기폭제가 되어 완다 자신의 능력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비전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로 한 그곳  '웨스트 뷰' 마을을 통째로 완다 프로덕션의 시트콤 세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완다는 가짜 현실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비전을 만들어냈고, 비전이 살아있었다면 꿈꿨을 함께 사는 집과 가족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현실을 망각한 채 위로를 받는 것을 택했다.


완다라는 캐릭터가 산전수전을 다 겪어 상처받고 흉터 가득한 인물이라는 것을 코믹 시트콤을 좋아한다는 설정으로 나타낸 것은 매우 신선한 설정이었다. 신선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았던 건 결국은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맥주 한 캔 까면서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로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일맥상통의 이야기가 아닐까. 미디어를 소비하는 행위는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현실을 잊게 해 주고 화려한 볼거리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현실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일부 없애준다. 완다는 정도가 심했을 뿐이지 결국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닐까.


완다 그 자체 엘리자베스 올슨의 매력

마블 영화는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지만 실은 어른들이 더욱 좋아하는 성인 타깃 장편영화이다. 디즈니에서 만든 히어로 영화는 유치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웰메이드 액션 신은 물론이거니와 히어로라는 캐릭터들을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를 해소해주었다. 


<완다 비전>을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한 것은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가 큰 공을 차지한다. 트라우마를 가진 우울한 유럽 여성에서 한없이 밝고 명랑한 미국 여성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까지 엘리자베스 올슨은 하나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완다를 보여주었다. 특히 완다가 마음속 깊이 이곳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보여주는 내면의 혼란과 분노, 슬픔, 무지로 인한 공포를 드러낼 때의 연기는 올슨의 연기 폭이 넓고도 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울러 엘리자베스 올슨은 완다를 통해 시대별 여성상도 연기했는데 가정에 순종적이고 온화한 구시대 속 여성에서 명랑한 말괄량이를 지나 삶에 지쳐 우울증 약 광고를 집중해서 보는 여성까지 다채롭게 표현했다. 시대별로 달라지는 말투와 목소리까지 표현한 그녀의 연기력은 모두에게 인정받아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까지 거머쥐게 했다. 


완다의 슬픈 혼돈에 눈물 흘리고 위로하며 마무리되리라 예상했지만 완다는 그렇게 예상하기 뻔한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완다는 빌런과 히어로적 면모를 모두 갖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며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몇 천명이나 되는 웨스트 뷰 인구를 가상현실 인질로 잡았기에 완다가 악역일 수도 있다는 헷갈리는 설정은 작품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웨스트 뷰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유린한 완다는 결국은 잘못됨을 느끼고 웨스트 뷰를 복구시켰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껴 지켜주는 평탄한 결말보다는 빠르게 도망가는 다소 뻔뻔한 결말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그들을 풀어주기 위해 가상현실을 없애야만 했고 완다의 가족들은 가상현실에 묶여있기에 가상현실과 함께 가족도 사라져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족을 희생해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한 완다는 과연 빌런일까 히어로일까.  


스핀오프 시리즈도 관통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어벤저스 시리즈 캐릭터 중 완다와 비전을 통해 <완다 비전>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이들의 이야기만 하지 않고 제작진들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마블 작품들에 대한 떡밥도 여기저기 뿌려두었다. 완다만의 환상 속에 침범해 또 다른 시트콤을 몰래 만들어낸 '아그네스'는 표면상 끝난 걸로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시리즈가 나온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기 때문.  


또 다른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에서 캡틴의 친구 딸로 나왔던 '모니카 램보' 또한 중요한 떡밥 중 하나이다. 끝까지 완다를 포기하지 않았던 램보의 심성과 용기, 그리고 완다로 인해 생겨난 히어로 능력까지 더해져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 '스펙트럼'의 탄생을 예고했다. <캡틴 마블> 그리고 <완다 비전>에 모두 나온 만큼 이미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에 새 어벤저스 중 한 명으로 나올지, 단독 영화로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완다의 이야기 또한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닥터 스트레인저 2 :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개봉이 얼마 안 남았는데 스칼렛 위치라는 진정한 모습을 이끌어낸 완다가 '닥터 스트레인저'와 맞서는 막강한 캐릭터로 나온다고 한다. 세상의 혼돈을 가져올 빌런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을 구한 이력과 뜻이 있는 캐릭터이기에 결국은 스토리에 혼돈을 가져올 페이크 빌런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몸과 기억을 합체해버린 비전 또한 어딘가 날아가 버렸으니 그가 다시 돌아와 흔들리는 완다를 잡아줄 영혼의 반쪽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결국 <완다 비전>은 완다의 요동치는 감정으로 인해 현실과 가상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혼란의 설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시트콤과 현실, 행복함과 절망, 과거와 현재와 같이 양면적 요소들이 특히나 많이 등장했는데 이를 '혼란'이라는 하나의 큰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맷 샤크먼 감독의 연출 덕분에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공감하며 볼 수 있다. 그녀의 혼란이 닥터 스트레인저가 만들 멀티버스의 대혼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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