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수익화] 넷플릭스가 키운 K컬처, 그다음은?

'케데헌'과 '흑백요리사'의 열풍 뒤에 가려진 질문

by 신승호



6677_12514_5621.jpg 사진=넷플릭스 /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


최근 넷플릭스가 개최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는 축제의 장이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지형을 바꾸고, ‘흑백요리사’가 침체되었던 오프라인 외식업계를 단숨에 부활시키는 광경을 보며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이후 약 5조 6,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관광, 뷰티, 푸드 등 국가 브랜드 전반을 견인하는 글로벌 인프라로서 그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데이터 뒤에는 무거운 질문이 남는다. “이 모든 확산의 구조를 누가 설계하고 있으며,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 창작자들에게 남는 실체는 무엇인가?”


6677_12516_589.jpg 사진=넷플릭스 /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확산과 종속의 동행: 넷플릭스라는 ‘금테 두른 감옥’


넷플릭스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K콘텐츠는 글로벌 소프트파워이며, 그 중심에 우리가 있다.” 사실이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선지급 제작비와 190여 개국 동시 공개라는 시스템은 한국 콘텐츠의 확산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케데헌'이 미국 MZ세대의 일상에 파고들고, '흑백요리사'의 출연진이 글로벌 스타가 된 것은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엔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이 확산이 철저하게 넷플릭스의 ‘설계’ 아래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K-컬처는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지만, 동시에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안으로 수렴되고 있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IP(지식재산권)의 소유권은 대부분 플랫폼에 귀속된다. 한국의 제작사와 창작자는 프로젝트 단위로 호출되는 ‘고성능 공급자’에 가깝다. 제작비 전액 지급이라는 안정성은 매혹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창작자의 독자적인 생존과 자립을 가로막는 ‘금테 두른 감옥’이 되기도 한다.




생태계의 주권: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우리는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 이 생태계는 누구의 이익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플랫폼이 정한 ‘분배의 룰’에만 머문다면 K콘텐츠는 진정한 권위를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도 IP가 남지 않는다면, 제작사는 브랜드를 축적할 수 없고 창작자는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플랫폼의 선택만을 기다려야 한다.


권위는 단순히 전 세계에 노출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소유하고, 플랫폼 외부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판단의 주권’을 가질 때 비로소 형성된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선택하는 이유는 한국 창작 생태계에 대한 애정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가성비’에 기반한다. 플랫폼은 언제든 더 신선하고 저렴한 새로운 문화적 대체지를 찾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677_12517_5839.jpg 왼쪽부터 김태훈 칼럼니스트, 김숙영 UCLA 연극 공연학과 교수,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차장, 이상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류 PM./ 사진=넷플릭스



정책의 역할: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구조를 점검하는 자리로


이 시점에서 문체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단순히 해외 진출 사례를 늘리는 홍보성 지원은 이미 민간의 영역이다. 정책이 개입해야 할 지점은 ‘성공 이후의 토양’이다.


IP 주권의 법적 가이드라인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IP 전면 양도(Buy-out)가 표준 관행이 되지 않도록 공동 소유나 단계적 환원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협상력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

넷플릭스 독점 공개만이 유일한 생존 경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극장, 지역 상영, 자체 플랫폼 등 다양한 유통 실험이 가능하도록 정책 자금의 설계를 플랫폼 중심에서 창작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창작자를 지식 자산 보유자로 정의
지원 정책을 ‘작품 제작비 지원’이라는 단발성 접근에서 ‘창작자의 지적 자산 관리 및 확장’ 차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어떤 작품을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세계관(IP)을 지속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느냐가 미래의 진짜 경쟁력이다.


플랫폼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넷플릭스의 발표는 화려한 성과를 증명하는 축제였다. 하지만 정책은 축제가 끝난 뒤를 대비하는 영역이어야 한다. K-컬처의 진짜 위기는 열풍이 사라질 때가 아니라, 열풍이 계속되는 동안 구조적 점검이 미뤄질 때 찾아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얼마나 더 확산시킬 것인가”가 아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 없이도 한국의 창작자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콘텐츠 수출 기록과 가장 취약한 창작 토양을 동시에 가진 ‘화려한 빈집’이 될 것이다.


한 번 사라진 토양 위에서는 어떤 문화도 다시 자라지 않는다. 플랫폼은 강력한 선택지여야지, 유일한 생존 경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창작자는 플랫폼의 선택을 기다리는 자가 아닌,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IP비즈니스 (IP설계워크숍 / 브랜드IP구축 / 위기관리) 컨설팅

엔터테크 및 버추얼아이돌 수익화 컨설팅

사이니지 미디어 컨설팅

공간리테일 수익화 컨설팅 문의 sh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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