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테크]AI뷰티 디바이스가 외교 선물로 올라온 이유

K뷰티테크는 어떻게 국가 전략이 되었나.

by 신승호

CES 2026에서 뷰티테크는 더 이상 주변 산업이 아니었다.


AI 피부 진단, 홈 뷰티 디바이스, 웨어러블 관리 기기까지. 전시장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체험한 것은 ‘예뻐지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이 흐름은 CES라는 기술 박람회를 넘어, 외교의 장으로까지 확장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중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전달한 뷰티 디바이스는 상징적 사건이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에이피알(APR)의 메디큐브 ‘AGE-R 부스터 프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제작된 ‘일월오봉도 에디션’은 이미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 배우자에게 공식 기념품으로 제공된 전례가 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펑 여사에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달됐다는 해석은 자연스럽다.


7208_13240_68.jpg ‘2025 경주 APEC에서 각국 정상 배우자에게 증정된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부스터 프로 일월오봉도 에디션’/사진= 에이피알



중요한 것은 특정 브랜드의 노출이 아니다.


정상 외교의 테이블 위에 올라간 선물이 전통 공예품이나 명품 패션이 아니라, ‘얼굴 리프팅과 피부 탄력을 관리하는 AI 기반 디바이스’였다는 점이다. 이는 K-뷰티테크가 더 이상 사적인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의 기술 역량과 생활 철학을 동시에 전달하는 소프트 파워 자산으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CES 2024였다.


에이피알은 이 해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홈 뷰티 디바이스 중심의 부스를 꾸렸다. 하루 평균 150명의 관람객, 베스트바이·월마트·샘스클럽 등 글로벌 유통사의 관심, “두 번 이상 다시 보러 오는” 바이어들의 반응은 명확한 신호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테크는 아직 포화되지 않은 영역이었고, K뷰티 디바이스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당시 에이피알이 선보인 핵심은 ‘부스터 프로’였다. 미세전류, EMS, 에어샷, 부스터 모드를 하나의 기기에 통합한 이 제품은 단일 기능보다 결합 구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는 디바이스를 한 번 쓰고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매일 피부 상태에 따라 반복 사용하게 만드는 생활 도구로 설계한 전략이다. 다시 말해, 에이피알은 기기를 판 것이 아니라 ‘사용 루틴’을 수출하려 했다.


이 실험은 CES 2026에서 집단적 전략으로 확장된다. 에이피알,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 LG생활건강, 코스맥스까지 K-뷰티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AI 기반 정밀 진단과 디바이스·플랫폼 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부를 측정하고, 해석하고, 즉시 관리하거나 제조까지 연결하는 폐쇄 루프가 가시화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사이트’는 이 흐름을 가장 정교하게 보여준다.


7208_13242_100.png 2026 CES에서 공개된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테크 제품 서비스 / 사진=아모레퍼시픽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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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8_13244_1013.png 2026 CES에서 공개된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테크 제품 서비스 / 사진=아모레퍼시픽 인스타그램


MIT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이 플랫폼은 피부 노화 원인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 솔루션을 제시한다. 삼성전자의 AI 뷰티 미러와 결합된 체험 구조는 진단–해석–처방을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통합한다. 7년 연속 CES 혁신상은 기술 자체보다 이 설계 능력에 대한 평가다.


한국콜마의 ‘스카 뷰티 디바이스’는 뷰티와 헬스의 경계를 허문 사례다. 상처 치료와 메이크업 커버를 하나의 기기로 통합해, 뷰티테크 부문과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동시에 혁신상을 받았다. 피부를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회복·관리·은폐가 동시에 일어나는 신체 영역’으로 재정의한 접근이다.


LG생활건강의 눈가 전용 웨어러블, 코스맥스의 AI 즉석 제조 시스템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 기술의 공통점은 화려함이 아니라 속도다. 피부 데이터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 사용자는 더 이상 스스로 피부를 해석하지 않는다. AI가 대신 읽고, 기기가 실행하며, 시스템이 기억한다.


이 지점에서 외교 선물로서의 에이피알 디바이스는 다시 보인다. 그것은 “이 제품이 좋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인간의 몸과 기술의 관계를 이렇게 설계합니다”라는 메시지다. 매일 얼굴에 닿는 알고리즘은 음악이나 드라마보다 깊이 개인의 삶에 침투한다. 소프트 파워는 이제 콘텐츠가 아니라, 일상 루틴의 형태를 띤다.


물론 다음 경쟁은 기술이 아니다.


피부 데이터의 윤리, 미적 기준을 고정하지 않는 알고리즘 설계, 사용자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구조가 핵심 과제가 된다. CES에서 외교 무대까지 확장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차이는 바로 이 ‘설계의 깊이’에 있을 것이다


K뷰티테크의 미래는 더 예뻐지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그 설계는 전시장과 욕실을 넘어 외교 무대 위에까지 올라와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IP비즈니스 (IP설계워크숍 / 브랜드IP구축 / 위기관리) 컨설팅

엔터테크 및 버추얼아이돌 수익화 컨설팅

사이니지 미디어 컨설팅

공간리테일 수익화 컨설팅 문의 sh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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