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테크]유튜버 '김프로'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변명

숏폼의 승리 앞에서, 미디어 종사자가 가장 먼저 착각하는 것

by 신승호

알고리즘 밖에서도 세계는 완성되고 있다


7169_13199_430.png 이미지=김프로 유튜브


김프로가 세계 연간 조회수 1위라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놀라웠던 건 숫자가 아니었다. 구독자 1.3억 명, 연간 1700억 원. 그보다 더 낯설었던 건, 내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김프로?’


순간 떠오른 건 골프 레슨 채널이었다.


미디어 업계에 있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콘텐츠를 훑는 사람임에도 이 채널은 내 알고리즘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계는 이미 이 채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오해가 생긴다. “내가 모르면 아직 주류는 아니다.” 이 판단이 실제로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한 정보 격차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형성된 문화적 세대 교체를 ‘앞으로 올 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사이, 의사결정은 계속 늦어진다.


김프로의 성공 요인은 이미 여러 기사에서 반복됐다. 숏폼, 글로벌, 언어 장벽 제거, 표정 중심의 상황극, 15~60초 완주 구조. 여기서 더 이상의 설명은 의미가 없다. 이건 결론이 아니라 전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왜 이 방식을 ‘미디어의 진화’로만 해석하면 더 위험해지는가.


김프로는 ‘숏폼의 승리’가 아니다.


7169_13201_1418.jpg 사진=김프로 유튜브


정확히 말하면, 숏폼에 최적화된 인간 반응을 대규모로 수확하는 시스템이다. 도파민을 유도하는 리듬, 반복 가능한 감정 단위, 즉각적인 해석 가능성. 이 구조는 춤, 음악, 패션, 먹방이라는 소재보다 훨씬 더 깊은 층위에서 작동한다.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어떤 회사의 회의실. “요즘은 다 숏폼이에요. 우리도 빨리 만들어야죠.” 기획은 ‘형식’을 따라가고, 책임은 ‘알고리즘’에게 넘겨진다. 성과가 나면 플랫폼 덕분이고, 실패하면 “우린 운이 없었어요”로 정리된다.


이 장면에서 실패의 원인은 기술이 아니다. 판단을 하지 않기로 한 구조다.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TV 예능이 모든 서사를 삼켜버릴 것처럼 보이던 시절도 있었고, 포털 뉴스가 사고를 대체할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기술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언제나, 이 변화가 인간의 판단 능력을 어떻게 재편하는가를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숏폼은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인간의 인내력과 사고 깊이를 재조정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작용으로 롱폼과 텍스트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 현상을 ‘정반합’이라고 부르는 순간, 또 하나의 착각이 시작된다. 마치 균형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처럼 믿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은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의 판단과 책임 위에서만 만들어진다.


김프로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김프로 없이도 완성되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 이것은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시대 인식의 균열이다.


아마 이제 나는 다음 회의에서, 다음 편집 방향을 정할 때 대중적 감각에 대한 내 판단을 쉽게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감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알고리즘은 나의 의심과 무관하게 또 다른 생태계를 이미 확장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


그 변화 앞에서,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지는가다. 오히려 묵묵히 알고리즘과는 다른 자기만의 고유성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 다음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런 고민없이 다음 결정을 내리기엔 이미 너무 많은 세계가, 우리의 인식 바깥에서 완성되고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IP비즈니스 (IP설계워크숍 / 브랜드IP구축 / 위기관리) 컨설팅

엔터테크 및 버추얼아이돌 수익화 컨설팅

사이니지 미디어 컨설팅

공간리테일 수익화 컨설팅문의 sh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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