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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진수 변호사 Jul 15. 2022

희망을 상상하면, 슬럼프는 지나간다

번아웃 증후군 이야기



인간은 기계가 아니므로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하면 에너지가 고갈된다. 체력적인 고갈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고갈일 수도 있는데, 대개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겪는다.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겪게 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 시기를 ‘슬럼프’라고 한다.


슬럼프 기간에는 이유 없는 짜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고, 자신을 고립시킨다. 허우적거려 봤자 늪에 빠지듯 점점 더 깊숙이 우울과 무기력에 침전한다. 슬럼프를 초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악순환은 계속되고, 나중에 트라우마가 남는다. 오랜 수험생활로 나는 지금의 몸매를 가졌고 정신적 트라우마도 남았지만, 꽤 여러 번 ‘슬럼프’를 겪으며 그 극복방법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슬럼프가 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받아들이기’이다. 받아들이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을 정도로 사력을 다한 자신을 대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슬럼프를 극복할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 폭음, 도박, 게임 중독과 같은 현실 도피를 하거나 남 탓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다음으로 할 일은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나는 공부하지 않는 하루를 나에게 상으로 줬는데, 그날은 비싼 피자 한 판을 시켜놓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그 피자를 먹으면서 누워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공부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도 절대 하지 않았고, 누워서 합격 이후 어떻게 돈을 벌까 궁리하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희망을 상상하며 잠이 들면 다음 날 다시 공부할 의욕이 생겼고, 슬럼프는 그렇게 지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은 참 가혹한 해였다. 시도 때도 없이 재난 문자 알람이 울리는 것, 마스크를 상시 쓰는 것,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익숙해졌다. 이런 것들이 당연해지는 만큼 우리는 조금씩 피로감에 젖어들었다. 예민해졌고, 쉽게 분노하며 서로를 비난하게 됐다.


얼마 전 한 여행사에서 내년에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 400여 개를 지난달, 예약금 1만 원에 출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금이 1인당 1만 원이기 때문에 매출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절망 속에서 10개월을 보낸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기 진작 효과가 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새해의 희망을 상품으로 기획한 여행사에 무한한 감사와 지지를 보내고 싶다.


전 세계인은 전대미문의 역병에 고통을 겪고 있고,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든 힘겹게 잘 버텨왔다. 우리는 스스로 칭찬하고 다독이면서, 역병을 극복하려면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갈 일이고, 나중에는 올해의 고통도 모두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새해에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더 자주 이야기되고 더 많이 공유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동아일보에 2020.12.22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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