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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진수 변호사 Jul 16. 2022

변호사용품#03 태블릿 PC

언제든 송달문서 확인과 문서제출이 가능한 윈도우 태블릿



자동차나 시계, 명품에 관심이 없다. 스피드를 즐기지 않으니 비싼 차가 필요없고, 바늘시계보다 전자시계가 정확한데 고가의 태엽시계를 살 필요를 못 느낀다. 특히 명품은 남이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내가 돈 쓰는게 아까워 관심이 없다.


다만 새로운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다. 일상에서 내가 자주 쓰는 것이기도 하고, 기기 구동과 상용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돌이들이 갈렸을까 생각에 비싸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폰은 반으로 접히는 갤럭시 폴드 3을 쓰고 있고, 사무실 PC는 HP 파빌리온 게이밍 노트북에 모니터 2대를 달아 쓰고 있다. 메모장 대신 리마커블 2를 쓰고 있고, 휴대용 PC로 [씽크패드 X12 Detachable]을 사용하고 있다.


 


종이소송 시대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소송이 이뤄졌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민사 사건은 전자소송으로 진행된다. 형사 사건도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하는데 언제 될지는 미지수다. 여하튼 전자소송이 없던 시대는 어떻게 소송을 했던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만큼 전자소송은 엄청나게 편리하다. 변호사들이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전자소송과 관련되어 있다.

https://ecfs.scourt.go.kr/ecf/index.jsp


변호사의 업무는 전자소송을 벗어나서 생각할 수 없다. 전자소송은 일종의 게시판 같은 것이다. 법원에서 사건을 전자소송으로 열어주면 양 당사자는 그 게시판에 법률서면을 업로드한다. 법률서면은 실시간으로 업로드되어 법원에 제출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상대방 변호사에게는 일정 절차를 거쳐 송달된다. 법률서면을 내러 법원이나 우체국에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에도 제출이 가능하다.


다만 나라에서 하는 것이 그렇듯 불편한 점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법률서면이 송달될 때 공인인증서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송달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용 전자소송 앱이 있는데, 송달을 받지 못하게 해뒀다. 소송에서 송달이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외부에 일정이 있을 때 PC가 없으면 송달문서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무실에 계신 과장님께 송달문서를 PDF로 보내달라고 하거나 근처 PC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변호사들은 법정에 갈때 '포대'를 들고 다닌다. '포대'는 기록용 대봉투를 말하는데 쌍방 법률서면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대부분 몇 백 장이 된다. 포대 하나도 무거운데 하루에 재판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서 몇 개의 포대를 들고 다닐 때가 많다. 대부분의 법원 주차장은 댈 자리가 없기 때문에 더 죽을 맛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태블릿 PC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요즘 재판에 들어가보면, 젊은 변호사들은 거의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변론을 한다.




태블릿 PC는 운영체계가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ios를 사용하는 아이패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삼성 갤럭시탭, 윈도우를 사용하는 서피스가 있다. 아이패드는 단일 제조사 기종인데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기반의 태블릿 PC는 그 종류가 매우 많다.


세상에 있는 모든 기기를 사용해본 것은 아니지만,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패드, 갤럭시 탭(안드로이드 태블릿), 씽크패드 X12(윈도우 태블릿 PC)는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봤고 서피스 시리즈의 경우 근처 매장에 가서 직접 만져보았다. 아래 장단점이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데, 변호사 업무를 기준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려고 했다.


아래 모델은 모두 LTE 데이터쉐어링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전제로 평가했다. 법정에서 핫스팟을 열어 연결하는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대부분의 통신사에서는 데이터쉐어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무료로 추가 기기에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근처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유심값 몇 천원은 별도다.




변호사 업무에 있어서 각 태블릿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아이패드


1. 장점

셀룰러 데이터 LTE모델 옵션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애플펜슬을 활용한 필기감이 매우 좋다.

드롭박스 등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이 매우 좋다.

전자소송 모바일 앱이 깔끔하게 구동된다.

가볍다.

변호사 업무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할 거리가 많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ios 생태계 내 호환성이 매우 좋다.

배터리가 비교적 오래 가고, 부팅 시간이 짧다.


2. 단점

전자소송과 전자소송 모바일 앱은 엄연히 달라서, 송달문서를 받거나 문서제출이 불가능하다.

워드나 한글 앱이 있긴 하지만, PC같은 완전한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소송기록뷰어 프로그램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소송 문서제출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므로, 전자기기 단일화가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삼성 갤럭시 탭 기준)


1. 장점

셀룰러 데이터 LTE모델 옵션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

필기감이 매우 좋다. 다양한 펜과 연동되는데 특히 라미 S펜은 별도 충전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드롭박스 등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이 매우 좋다.

전자소송 모바일 앱이 깔끔하게 구동된다.

가볍다.

삼성 노트북과의 호환성이 매우 좋다. 최근 삼성은 제품의 생태계 조성에 큰 힘을 쏟고 있다.

덱스(DEX)를 사용해서 준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변호사 업무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할 거리가 많다.

배터리가 비교적 오래 가고, 부팅 시간이 짧다.


2. 단점

전자소송과 전자소송 모바일 앱은 엄연히 달라서, 송달문서를 받거나 문서제출이 불가능하다.

워드나 한글 앱이 있긴 하지만, PC같은 완전한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소송기록뷰어 프로그램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소송 문서제출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므로, 전자기기 단일화가 불가능하다.




윈도우 태블릿 PC는 앞서 말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다르다. 윈도우 태블릿은 통상의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는 2in1 제품과 ARM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둘 차이는 엄청나다. ARM을 이용하는 태블릿 PC는 엑티브X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윈도우 태블릿이 아니다.


2in1 제품은 모니터가 완전히 분리되어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노트북인데 접어서 사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노트북인데 접어서 사용하는 것은 엄밀히 태블릿은 아니니까 여기서 빼기로 한다.



완전한 윈도우 기반 2in1 제품(서피스 프로8 종류)


1. 장점

전자소송으로 송달문서를 받거나 문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면 완전하게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전자소송기록뷰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인터넷 연결 없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번들펜으로 중급 이상의 필기감을 보여준다. 델 PN579X 펜 사용시 월등한 업그레이드가 된다.

모니터를 연결해서 주 PC로 쓰거나 포터블 모니터 확장해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전자기기를 단일화할 수 있다.


2. 단점

셀룰러 데이터 LTE모델이 흔하지 않고, LTE 옵션이 들어가면 기기값이 매우 비싸진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일반 노트북과 패드 가격을 합한 것보다 비싸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고, 부팅과 구동 속도가 패드에 비해 느리다.

패드류의 직관적인 터치에 비해, 더블클릭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윈도우ARM 기반 2in1 제품(서피스 프로X)


1. 장점

서피스 프로 X의 경우 기본적으로 LTE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안드로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언제 나올지는 모르나 지원은 된다고 한다).

전자필기 번들펜 중상급으로 사용가능

일부 프로그램을 윈도우 노트북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2. 단점

전자소송과 전자소송 모바일 앱을 둘다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전자소송기록뷰어 프로그램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소송 문서제출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므로, 전자기기 단일화가 불가능하다.

패드류의 직관적인 터치에 비해, 더블클릭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굳이 완벽한 윈도우 기반이 아닌데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대신 이걸 살 이유가 없다.




내가 쓰고 있는 태블릿 PC는 레노버에서 만든 [씽크패드 X12 Detachable]이다. 구성품인 번들펜 대신 Dell 프리미엄 액티브 펜(PN579X)을 사용하고, 씽크비젼 M14 61DDUAR6WW 14인치 휴대용 모니터를 같이 쓴다. 포터블 모니터를 자주 쓰진 않고, [씽크패드 X12 Detachable]만 가방에 넣어 다닌다.


장고 끝에 고른 씽크패드 X12 Detachable
씽크패드 X12 Detachable의 자랑거리


서피스 프로는 '변호사 노트북'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처음 알아봤던 모델도 서피스 프로 7플러스였다. 아마 [씽크패드 X12 Detachable]은 레노버에서 서피스 프로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서피스 프로7 플러스 LTE 모델과 [씽크패드 X12 Detachable]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씽크패드 시절 빨간콩이 주는 클래식한 감성과 향수가 있었고, 서피스의 i7 옵션의 과다 책정, 액세서리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으며, 전투 목적으로 맨날 들고 다니는 이상 튼튼한 놈으로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씽크패드 X12 Detachable]을 샀다.


번들 프리시젼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따로 Dell 프리미엄 액티브 펜(PN579X)을 샀고, 깔맞춤을 위해 레노버에서 나온 씽크비젼 M14 61DDUAR6WW 14인치 휴대용 모니터를 함께 샀다.

씽크패드와 깔맞춤 포터블 모니터


언제든지 전자소송 송달문서를 확인하거나 문서를 제출할 수 있고, 형사 사건은 어쩔 수 없지만 민사 소송의 경우 무거운 포대에서 해방됐다. 전자소송기록뷰어는 구닥다리 프로그램인데, 설정을 조금만 손보면 인터넷 연결없이 법정에서 빔으로 쏘는 소송기록 화면처럼 열람할 수 있다. 집에서 문서작업할  포터블 모니터를 활용해서 사무실과 비슷한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1년 정도 사용 중인데 여전히 만족한다.




변호사업은 생각보다 작업의 종류가 많지 않다. 쓰고 읽고 말하기가 전부다. 그러다보니 사실 IT에 관심이 없어도 업을 영위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우리 법률사무소에 계신 한 변호사 형님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뭔지 모르셨다. OS개념없이 통비법상 전화 녹음이 합법인 나라에서 만든 삼성폰(자동 통화녹음 가능), 불법인 나라에서 만든 아이폰(자동 통화녹음 안 됨)으로 스마트폰을 구분하셨다.


전자기기가 변호사의 업무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연륜의 변호사님이 연필로 종이에 끄적여 쓰신 논리가 첨단 전자기기로 쓴 논리보다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변호사업계도 조금씩 IT와 친숙해졌으면 좋겠다. 구매층이 두터워져야 변호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IT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고, 신박하고 새로운 기기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진같은 심정이다.


신박한 전자기기를 사고 싶은데 변호사를 위한 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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