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22 발매
발매형태 싱글
앨범명 AD MARE
타이틀곡명 O.O
아티스트명 NMIXX
발매일 2022.02.22
장르 댄스
발매사 Dreamus
기획사 (주)JYP엔터테인먼트
1. 占(TANK)
2. O.O
3. 占(TANK) (inst)
4. O.O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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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에서 본부 파트까지 단독으로 새로 세워, 작정하고 각 잡고 기획한 그룹이다. 그럼에도 JYP스러움에 관한 일말의 단서는 남겨놓긴 했다. NMIXX(엔믹스)라는 그룹명은 TWICE가 구성되던 시절 그룹명 후보였던 6MIX(식스믹스)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본래 이 그룹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ITZY의 유나가 갑작스럽게 공석이 생긴 ITZY에 합류하게 된 정보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멤버들이 구축하고 구현한 'NMIXX'라는 역할이나 그 비주얼을 보자면 직전 직속 그룹인 ITZY의 류진의 캐릭터성이 많이 연상된다.
실질적으로 JYP에서 데뷔시키던 텀보다 훨씬 짧다. 원더걸스 - (3.5년) - miss A - (5년) - TWICE - (4년) - ITZY - (3년) - NMIXX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미 이 멤버로 확정된 팀에 관한 사전 프로모션이 작년 하반기에 진행됐을 정도니, 이 정도면 ITZY가 데뷔한 직후부터 차기 그룹 구상을 바로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TWICE의 경우에도 2014년경에 데뷔 예정이었으나, 해당 연도에는 데뷔할 수 없는 국가적 계기가 있던 이유도 감안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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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음악에 대해서도 말하기 이전에, 프로모션 두 가지에 관해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다.
1. 데뷔 몇 개월 이전 진행된 '블라인드 패키지'
그러니까 이 프로모션은 'JYP에서 데뷔하는 신인 그룹'이라는 정보 하나만을 남겨둔 채 아무런 그룹명도, 멤버 인원이나 이름도, 음악 콘셉트도 아무것도 모른 채 무조건 앨범 구매를 권유하는 방식의 프로모션이었다. 마치.. 롤스의 무지의 베일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남겨둔 조건을 연상하게 하는 프로모션이다. 여기에 제기되는 비판은 'JYP니까(대형 기획사니까)'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라는 반응이다.
물론, 이전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요계 외적으로 한국 상업시장에서 비슷한 사례는, 임은경을 순식간에 스타덤으로 올려세웠던 SKT 사상 가장 유명한 광고인 TTL이나, KT가 갑자기 자신들의 이름을 전면 배제한 채 'Olleh' 하나만을 내세워 그 이름 자체에 주목하게 하는 방식이 이 프로모션의 방식과 유사하다 볼 수 있다.
앞선 통신사 광고의 사례와 다른 점은, 이들의 음반 프로모션이 구매의 측면을 분명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정보는 전면 배제한 채, 앨범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음악방송 수상과 연결되어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 저의가 무엇인지 짐작 가게 되기도 한다. (물론 JYP는 아티스트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회사가 아닌, 엄밀히 상업적인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프로모션이 합당했는지, 획기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2. 뮤비도 모자라, 가사 안까지 침투한 'zero coke'
'O.O' 뮤비를 재생하면, 떡하니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문구가 왼쪽 상단에 뜬다. 그리고 단순히 주변 배경으로 등장하는 ppl이 아니라, 가사에 공식적으로 'zero coke'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언뜻 들으면 캐치할 수 없게 숨겨놓은 듯하지만, 뮤비에서 이러한 정보는 불가피하게 리스너들에게 전달된다. 광고음악도 아닌 (게다가) 한 아티스트의 데뷔곡에 광고할 제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어떠한 감상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싶다.(이것이 그 유수의 타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에서 ppl 제품이 등장한 것과 분명한 차이를 두는 점이다.) 이것을 대형 기획사에서 선도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전략을 따라 할 음반 기획사도 있을 거고, 그것을 적극 활용할 각종 업계 관계자들의 환호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싶다. 분명 이 곡을 시작으로 이러한 전략이 성행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데, 그러한 유행이 경과되었을 때 사후 평가가 긍정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하지만, 직감으로는 마치 TV 미디어 시장에서 tvN이 중간광고를 넣었던 문화가 공중파 방송사의 프로그램까지 진출했을 정도니, 안 봐도 뻔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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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한 사전 정보를 껴안고, 감상을 끝낸 'O.O'는 양면적인 의미에서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현재까지 감상이 경과되고 나서, 먼저 말해볼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음악 프로듀서들이 흔히 좋은 곡이라면 자동차 시동을 틀어놓고도, 음식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침투되어도 좋다면 좋은 음악이라는 신념으로 발매 직전 자신들의 음악을 운전하면서 틀어봤던 문화를 전면적으로 반박하는 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을 사람들이 가득한 버스에서 다분한 소음과 함께 들었는데, 어떠한 감상을 명확하게 도출할 수 없었다. 절대로 한번 들어서는 판단하기 힘든 곡임에, 속히 '뇌이징'된다는 현상이라도 기대해 보고자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감상이 필수적으로 진행됐다.
그런 과정을 바탕으로, 이 음반에 수록된 두 곡 모두 inst 버전을 제공하고 있는데 부록적인 제공이 아니라 필수적인 제공일 수밖에 없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예상됐다.
먼저, 단번에 떠오르기도 하고 이미 커뮤니티 등지에서 언급이 많이 된 유사곡은 aespa의 'Next Level'이나 소녀시대의 'I GOT A BOY' 같은 수시로 파트가 전환되는 곡들이다. 아무래도 이 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앞선 곡들이 제작되어 상업적/음악적 성취를 이뤄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사곡에 비해, 곡을 자세히 들어보면 'O.O' 쪽이 더 얌전한 편.
세 곡을 가지고 일련의 요소를 점검해 볼 때, O.O를 A로, 유사곡 두 곡을 B로 칭하여 설명하겠다.
A가 B보다 훨씬 그 전환되는 간극이 좁다. B의 경우 ' Ayo Stop Let me put it down another way'라고 대놓고 파트 전환을 한다고 언지를 주거나('I GOT A BOY'), 'La la la la la la' 같은 여흥구로 흥을 고취시키면서 파트 전환에 대해 부담감을 덜어주는 구간을 마련한 경우(‘Next Level’)다.
그에 비해 A는 정말 급격한 전환이라 정말 최소한의 전환 포인트까지 밀어붙이고 나서 전환을 했다는 인상.
A의 전환 구간은 총 두 번 정도 등장한다.(그러니까 대략적인 파트 구성이 a-b-a란 소리) inst 버전 상에서는 파트 전환 직전부터 사운드로 감지할 수 있게 신호를 주고 있긴 하다. 그래서 보컬을 배제한 inst를 들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편.
하지만, A의 경우 보컬과 결합하여 봤을 때, 첫 번째 전환 구간에서 보컬이 전환 구간 직전의 직전에서야 'NMIXX!'를 짧게 외치고 바로 급격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여기에서 대다수의 리스너들이 당황하는 반응이 도출된다. 두 번째 전환 구간은 비교적 알아채기 쉽고 더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루어진다. 'We(a) - will(a) - Watch(b)'라는 툭 툭 끊어내는 건조한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첫 감상 직후에 다시 들으면, 첫 번째 전환 구간보다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첫 번째 전환 구간이 다소 불친절하게 구현된 편.
오히려 제멋대로인 구성은 B 중에서도 'Next Level'인데 대략적인 구성을 살펴보자면, a-b-hook-간주-a'-간주'-c-d-e-b'-hook-hook' 과 같은 어마 무시한 변주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비교적 초기 반응부터 자연스러운 경우는 간주(La la la la la la / Watch me while I work it out)와 같은 이음새로 충분히 전환 직전에 대한 빌드업을 자연스럽게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곡은 리메이크한 원곡이 있고, 전환 구간을 포함한 상당수의 아이디어를 원곡에서 가져온 것은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앞선 A의 경우 전환 구간을 급격하게 등장시켜 몰아붙이는 구성을 통해 곡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A를 듣고 나서 B를 비교해 보자면, B는 생각보다 곡의 골격을 잘 지켜가면서 평면 안에서 구성되는 방식인데 A의 경우, 단순한 파트를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제멋대로 뒤집었다 폈다 하는 구석이 있어 곡을 좀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곡을 전개하는 방식이, 큐브라든지.. 동서남북 종이접기를 하듯 휙휙 뒤집는 그런 놀이들이 연상됐다.) 틴 록 장르를 차용한 중간 파트에서는 ITZY의 'Nobody Like You'와 같은 레퍼런스가 연상되는 구석도 있다.
특히 뮤비를 같이 겸하면, 이 전환 구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영상 용어로 다소 거칠게 비유해 보자면 B의 경우에는 디졸브라는 이음새를 만들어놨는데, A의 경우 해당 뮤비에서 특히 2:22(의도한건가?) ~ 2:23의 부분에서 전환 구간이 곡 자체의 전환과도 닮아있는 컷 전환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문제인 부분은 가사 쪽인데 유빈 - 숙녀(작사/작곡), 아이유 - 라일락(작곡)에 참여했던 Dr.JO가 이 싱글 두 곡 모두 작사 파트에만 단독으로 참여했는데, 상당히 그 표현들이 조악스럽다. 우선 K-POP을 듣는 외국인 청자가 많아졌음을 감안해, 더 이상 가사의 내러티브를 강화하지 않는 문화가 이미 K-POP 제작씬에 퍼지고 있었다. 그것이 일전에 TWICE가 한창 활동하던 K-POP 3세대 시즌에 단적으로 등장했던 '킬링 파트'가 그러한 것인데(사실 이건 2세대 때의 '후크송' 열풍의 베리에이션으로도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후크 송이나 킬링 파트 시즌의 곡들은 의미라도 명확했던 편.), 'O.O'나 '占(TANK)'의 경우 그러한 킬링 파트 내지는 시그니처 표현들을 귀에 걸리게 하는 목적만을 추구한 채 가사의 상당수를 내러티브가 배제된 표현들로 범벅을 해놓았다.
이러한 작업방식에 대한 비판은, GOT the beat ‘Step Back’을 리뷰한 웹진 아이돌로지 필진 스큅의 평에도 관련 참고해볼 수 있는 것이 있어 일정 부분 인용한다.
(댄스) 퍼포먼스 지향의 케이팝에서 가사는 종종 의미론적인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않기도 한다. 더구나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 향유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이제 케이팝 가사는 그저 직관적으로 각인될 수 있는 여흥구로서의 효용만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 (중략)
그러나 여전히, 가사의 내용은 중요하다. 곡을 찾아 듣게 만드는 동기요인으로서의 기능을 축소해 본다 해도, 곡에 하자로 작용하는 위생요인의 기능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 해외 팬들도 곡의 내용을 곧바로 알아들을 순 없더라도 해석을 찾아보며 가사에 신경을 기울인다.)
특히나 'O.O'의 경우가 심각한데, 작사를 하는 과정에서 ppl 요소도 추가해야 하고, 귀에 걸리는 파트도 있어야 하고, 게다가 새로 데뷔하는 그룹의 첫 곡이라는 점을 복잡다단하게 생각했는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작사에 임한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Zero + Zero = Oh 재밌지 않니'라는 가사는 그 딕션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데, 이건 아티스트의 문제보다는 이런 수식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개입한 작사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거듭해서 든다. '떨어진 멘탈은 챙겨가'라는 표현 역시 내러티브를 망치는 주범과 같은데, 이 곡을 발표하기 전에도 어느 정도의 회의적인 반응을 예상했는지 그러한 연유에서 외부적으로 개입된 표현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분을 '占(TANK)'에서 다소 만회해주고 있는데, 이건 역시 나름의 곡의 골격을 잘 지켜 제작된 트랙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릴리의 경우, 다소 자신의 보컬과 안맞는 듯한 'O.O'에서는 어색한 뉘앙스로 연출되어 있는데 이 곡에서는 세이렌(Siren)을 연상하게 하는 창법을 선보이면서 곡의 콘셉트를 가장 잘 소화하는 멤버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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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데뷔곡 만으로는, 그래도 타이틀곡 외에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록곡을 추가했음에도 왜 이러한 콘셉트로 나왔는 지는 여전한 의문인데, 이것은 사실 'Next Level'이 나오지 않던 'Black mamba' 시절의 aespa에게 가졌던 의문과 비슷하다. 이것은 K-POP 제작 흐름 상 어쩔 수 없는, 여러 곡을 한번에 보여줄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다. 그러한 덕분에 너무 많은 비판을 껴안고 가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곡이 헐겁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다음 곡으로 내게도 설득력을 부여해볼 이들을 기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