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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2. 2024

오랜만에 외부인을 만난 하루

하고 있는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미팅을 다녀왔다. 물론 우리가 직접 영업을 뛴 건 아니었지만 기업 측에서 연락이 와서 미팅 날짜를 잡았고 한 번 스케줄을 미루긴 한 상황이라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들이었지만 날짜를 다시 잡았고 그 날짜에는 무사히 다른 문제 없이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 다닌 회사에서는 새로운 기업의 담당자와 이야기를 늘 잘 나누던 나였지만 1-2년 가까이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과 미팅을 한다는 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대표라는 말은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은 했지만 우리의 사업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한다는 것이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나 보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났고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누었고 그 담당자님은 이미 카페에 들어가서 짐을 내려두고 나를 찾으러 나오신 상황이어서 낯선 웃음과 인사로 카페로 들어섰고 자리에 짐을 마저 두고 음료를 시키러 주문대로 갔다. 이전에 우리 동네로 온 국가 예산을 받는 사업을 하는 담당자가 왔을 때는 이상하게 그 담당자님이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계셨다 마치 커피는 네가 사라는 식의 분위기로.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커피를 두 잔 준비를 했다. 그 카페는 무인 로봇 카페였어서 아메리카노 아이스 한 잔에 3,000원이 넘는 가격대였다. 그래도 그렇게 커피를 사드린 이유는 이 분이 하는 일이 우리가 하는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은 180만 원이라는 돈을 내면 평생 홈페이지와 유지보수를 해주겠다는 말이었고 18만 원이라고 해도 망설일 정도로 우리는 일이 없을 때는 없고 있을 때는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관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표정이 굳어져만 갔다. 그렇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카페 문을 열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당연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다.


그 사태를 겪고 난 뒤 굉장히 조심스러워져서 그런지 누가 커피를 사던 사실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사도 되는 일이었고 나도 너무 더운 날에 버스를 기다리고 오며 가며 걸었던 것을 포함하면 너무나도 힘들고 갈증이 심했기 때문에 내 돈을 주고서라도 커피를 사 먹고 싶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젊은 기업에 다니는 담당자님이어서 그런지 내 부담을 덜어주려고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음료 고르시죠-라고 말씀을 해주셨고 그다음 바로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이 참 부담스럽지 않았고 받는 입장에서도 나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서 처음 보는 담당자님과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드렸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친절히 그리고 세분화해서 이야기를 해드렸고 담당자님도 본인 회사를 소개해주셨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우리와 함께 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 등등 모든 것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예민한 돈 문제도 크게 문제없이 진행이 됐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의견이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담당자님은 생각보다 객관화가 잘 되어있었고 정말 꽉 막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안심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1시간 30분가량이 흐르고 미팅이 끝이 났다. 그리고 수 시간 이후에 도착한 메일에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로 메일을 보내주셨다. 그 메일을 받자마자 내가 그래도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우리 사업을 설명할 때 무리 없이, 문제없이 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안도감까지 들었다. 나름 뿌듯한 하루였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서 문제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상의 것들을 가져왔다는 게 참 기특하기도 한 것 같다.


미팅이 진행되는 시간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했고 방향성 없는 이야기도 많이 해서 오히려 반감을 산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내가 말도 잘했고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해야 할 말을 적절히 사용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다.


내가 그 담당자님에게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었다. 그 안에 다양한 뜻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이 일 전에 아주 큰일이 지나갔으니 앞으로 하나씩 해결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뿌듯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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