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Jul 16. 2024

알코올 중독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슬슬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술을 끊지는 못해도 줄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고 있다. 사실 술을 매일 마시지만 내 나름대로 속이 점점 썩어가는 게 느껴진다. 가끔은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간이 부어서 속이 뭔가 더부룩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차선책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약이라도 먹으면서 조절을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사실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그나마 2개월 전에 했던 피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주야장천 술만 들이붓다가는 정말 금방 죽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의사 선생님에게 혹시 모르니 간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서 그거 하나만 보고 버티고 있다.


사실 근본적으로 미래를 계획적으로 그렸던 사람이라면 나처럼 살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이러고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나도 10대 때부터 미래를 그려가기 시작했다면 내 현실은 지금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미래 계획이 아니더라도 진로나 어느 정도 다가올 미래는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미래를 그린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당장 어느 대학교를 가고 어느 과를 전공해서 졸업을 하면 어떤 루트대로 돈을 벌 수 있을지 그리는 정도는 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내 인생은 누구보다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물론 나의 부모님을 탓하는 것이 아니고 이 모든 사태는 내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탓할 수 없다.


나 자신이 생각했을 때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학교에서는 예체능과 문과, 이과를 나누는 투표를 했다. 물론 부모님과 상의를 해보라고 게시판에 있는 투표용지가 일주일 정도는 게시되어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부모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투표를 하라고 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참 무모했지 않나 싶다. 동네에서 명문이니 사립이니 학교 자랑은 다 해놓은 이 학교가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을 투표로 결정한다는 게 참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어이가 없었던 것 같다. 나야말로 부모님과 일절 상의하지 않고 투표 기한이 끝나기 직전 예체능으로 투표를 했다. 그때 문과를 가서 글자와 텍스트 쪽의 진로로 공부를 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었을까?


그렇게 예체능으로 진학을 하고 미술, 음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은 반을 썼는데 그때부터가 참 지옥이었던 것 같다. 내성적으로 온순하지만 바보 같은 내가 그 공격적이고 각자 개성이 너무나도 강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참 무의미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지옥은 시작된 기분이었다. 아니 지옥 시작이었다. 가끔 집에 가서 엄마품에 안겨 몇 번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힘들고 고된 삶이었다.


그렇게 억지로 끌고 온 33년을 되돌아보니 이제 앞으로 더 살아갈 날은 많겠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는 허허벌판에 남겨진 어린아이처럼 참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술을 마시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싶을 때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산책을 하고 들어와서 낮잠을 자고 해가 넘어갈 때 즈음이면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새벽 내내 해가 뜨기 전까지 마신다. 물론 나도 너무 글이 쓰고 싶고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관계자들과 연락도 주고받으면서 하고 있는 작은 사업이지만 조금이라도 효율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지만 확실한 효과는 없다. 아직 일거리도 없고 7-8월이 이 직업은 비수기인 이유로 또 한동안은 손가락을 빨고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막막하기만 하다. 이 시즌만 지나면 일이 많을 수도 있고 또 없을 수도 있다.


그렇게 지금 33살인 내가 지금부터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나간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친누나는 내년에 결혼을 하고 아빠는 돌아가신 지 3년이 됐고 엄마도 나도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남겨진 아파트를 준다고 한들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나가는 게 아직까지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하면 돌아오는 말들 중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을 한 사람들이 꽤나 됐었다. 하지만 음식에 관심이 없고 그냥 아무거나 한 끼 때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최악의 위로라고 생각했다.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말들 중에 나에게 정말 와닿는 위로를 한 사람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술을 좋아하는데 이 세상에 먹어보지 못한 술이 얼마나 더 많겠어? 벌써 죽기엔 먹어보지 못 한 술들이 궁금하지 않아? 먹어보지 못 한 술을 먹어보자는 목표만 가지고 살아도 괜찮아"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나에게 쏙 들어맞는 위로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참 울컥했던 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30대가 병으로 죽을 수도 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