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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럽스 타이거 -
내가 호랑이를 그리는 이유

크리스탈 럽스 타이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다 보니 자주 그리게 되고. 또 나름 소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취미와 특기'는 언제나 그림 그리기였다.


그림 소재는 다양했다.

좋아하는 만화를 흉내 내 비슷한 풍의 만화를 그려보기도 하고, 교실 안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며 따라 그리는 등 주로 좋아하거나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렸다.

그중에서도 동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그림 소재였다.

(여담이지만, 어렸을 적 엄마는 내가 '제인 구달'처럼 동물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열렬히 동물을 좋아했고, 관련 책을 보고 그림으로 그리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동물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물리적으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지, 조카들 그리고 음식도 즐겨 그린다.


지금은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만 그릴 수는 없다.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많이 그리게 되는 건 사람. 또 건물이나 꽃과 나무 같은 자연물 외에도 처음 들어보는 어떤 것을 자료 조사를 해서 그려야 하는 상황도 있고, 감정이나 추상적인 것 또는 상상의 어떤 것을 만들어 내서 그리기도 한다. 


기도 (2021, 펜과 수채)


'수정이는 호랑이를 좋아해' (Crystal Loves Tiger)


의뢰를 받아 그려야 하는 그림이 아니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소재는 단연 '호랑이'다.

나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왜' 호랑이를 그리게 됐느냐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좋아하니까-'


일단은 좋아서 많이 그리게 되고 그만큼 작품도 다양해지고,  자연스럽게 나만의 기법도 생겼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펜과 수채 도구를 즐겨 사용하고 펜을 사용하여 묘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호랑이는 나의 그림 스타일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호랑이의 털이나 줄무늬를 펜으로 묘사할 때 (보통 '판다'고 표현한다.)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예전에 어느 학생의 말에 따르면,

'선생님 약간 그림 변태 같네요.' 

음... 맞는 말이다.


소풍 (2021, 펜과 수채)


내 그림 속 호랑이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늠름하지만 대부분 친근한 얼굴로 반려동물이나 친구, 연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끔 호랑이를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섭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런 호랑이 그림이 집에 있으면 액운을 쫓는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내가 느끼는 '호랑이'는 친근하고 유대감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실제 호랑이가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맹수이자 포식자라고 해도 내 그림에서만큼은 편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너의 진짜 모습은 강하지만 내 그림 안에서는 편하게 있어도 돼.' 마치 그런 것처럼.


기지개 (2020, 펜과 수채)

좋아서, 그리고 내 스타일이랑 맞으니까.

이런 뻔하지만 당연한 이유로 나는 호랑이를 그리게 되었고 또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많은 횟수는 아니었지만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여한 후 그 자리에서 듣는 긍정적인 반응들은 나를 흥분시켰다. 나의 그림을 좋아하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분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호랑이가 좋아서'


인정받는 작품은 작가에게 창작을 하는 힘이자, 단단한 자신감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멋진 호랑이 작품을 꾸준히 그리고 싶어 진다.



* 이후 호랑이를 그린 작품들을 매거진 <크리스탈 럽스 타이거>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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