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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리 Aug 29. 2024

개발자 3년 회고


1년 회고 때는 월별 회고 처럼 했던 것들을 쭈욱 나열해 가면서 썼고, 2년 회고에서는 그런 1년 회고를 창피해하며 2년 차에 들었던 생각들을 적었는데, 3년 회고를 쓰려고 2년 회고를 보니 또 그건 그거대로 '이게 회고 맞나?' 싶어 부끄럽다. 그러니 왠지 3년 차 회고도 쓰는 게 괜히 부담스러워서, 어떤 걸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쓸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그래도 회고글을 쓰기 위해 나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쓰다 보면 10년 차쯤 되면 적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그럴싸한 회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또 회고를 써 본다. 




좋은 책 다시 읽기

2년차 회고에서는 '의도적으로 독서량을 줄였다'라고 했는데 3년 차에 나는 '좋은 책을 다시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춘 한 해였다. 2년 차 때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데 많이 읽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 독서량을 의도적으로 줄인 거였고, 3년 차인 지금의 나는 1,2년 차에 읽었던 좋은 책들을 다시 읽어 '내 것으로 만드는' 일련을 노력을 하려 했다.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한 번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 한 번 읽고 나서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고 연차가 쌓일수록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더 보게 되는지 달라지는 나의 시선이 재밌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읽었던 책들에 대한 후기도 또 남겼었다.




많이 쓰는 기술이 좋다?

누군가 나에게 "많이 쓰는 기술이거나 신기술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거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많이 쓰는 기술, 혹은 신기술에 대해 이상한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쓴다니까 이게 제일 좋겠지', '요즘 이게 뜬다니까 이게 제일 좋은 기술이겠지 하는 생각'. 그런데 막상 그 좋다는 기술을 사용해 보니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많이 쓰는 기술은 아니지만 그 당시 이 프로젝트는 이 기술 스택을 쓰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또 나도 모르게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또 얼마나 그 생각들을 깨 갈까? 



안 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지만, 이젠 기술적 호소력을 키워야 할 때

만 3년이 지난 나는 주니어의 끝자락이자, 중니어의 시작을 걷고 있다. 주니어 때는 모르는 것에 당당했다.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모를 수 있으니 물어보고 모를 수 있으니 배웠다.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 더 배울 수 있음으로.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장점을 찾았다. '꾸준히 하는 것'. 조금 느릴지라도, 더딜지라도 뭐든 꾸준히 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꾸준히 하기 때문에 목표하고자 하는 것들을 언젠간 하게 된다. 그래서, 내 블로그도 이 부분을 어필했었다.


그렇게 3년간 꾸준히 이런저런 공부를 하다 보니 나는 늘 뭐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 했다. 항간에 '깃허브 1일 1잔디 심기를 하는 것이 좋다, 안하는 것이 좋다.' 설왕설레 말이 있을 때도, '기술 블로그를 하느니 마느니' 이야기가 있을 때도 역시나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좋고, 뭐라도 하려는 사람을, 뭐라도 한 사람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중니어의 시작인 지금, 이제는 꾸준히 하는 나의 장점보다는 내가 가진 기술적 능력과 재능을 어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 너 꾸준히 하는 거 잘하는 거 알겠어. 그럼 기술적으로는 뭘 잘하는데?'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만 3년이 된 지금, 그런 기술적 호소력을 어떻게 키워내고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아마 한동안은 이 고민들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길게 호흡 가져가기

블로그나 다른 곳에 따로 기술해 놓진 않았지만, 내 나름 만 3년 기점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아직 이루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겪고 있다. 그리고 3년의 기한을 정해두었던 나의 목표도 기한을 늘려야 하는지, 아니면 그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기로에 서있었다. 그러면서 멘탈이 많이 무너졌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많이 다독이며 견뎌왔던 3년인데,  3년 간 노력한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았다. 개발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결정된 건 아직 없다.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지, 기한을 늘려야 하는지 아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길게 호흡을 가져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꽤 긴 호흡을 가져왔지만, 그 긴 호흡에 많은 노력이 묻어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서 힘들어하는 거지만, 조금만 쉬어간다 생각해 보자고. 


나의 최종 목표는 개발을 오래 하는 것인데, 내가 당장 단기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최종 목표만은 꼭 이루고 싶다. 그러려면, 3년이 지난 지금 벌써 지치면 안된다. 인생은 짧은 것 같지만, 길다. 조금만 천천히. 조금만 쉬어가며, 내 스스로에게 격려해가며 나아가고 싶다. 비록 그 발자국이 미약할지라도 말이다.



건강, 또 건강

작년부터 악화된 건강이 올해까지도 이어져 올해 초에는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했던 맹장수술 이후로 너무 오랜만에 전신마취 수술이었는데 아픈 걸 잘 참는 편인데도 나에게는 그 회복기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면서 또다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키게 되었고, 올해는 운동이란 걸 시작했고 꽤 꾸준히 하고 있다. 망가진 몸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꾸준히 하는 걸 잘하는 나니까 운동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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