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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30. 2024

긴급체포는 긴급하게 하는 체포가 아닙니다.

최근 전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이 긴급체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오재원은 9일 A씨에 대한 폭행 및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그는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귀가했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 단서를 확인해 지난 19일 오재원을 긴급체포했고...'<3. 22. 모 언론사 보도>


과연 긴급체포된 것이 맞을까?



경찰이 행하는 체포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다.

현행범 체포,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긴급체포가 그것이다.


현행범 체포는 범행 직후의 범인을 체포하는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의 예외가 적용되는 즉, 체포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이다.

현행범인은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는 통상 경찰이 하는 체포를 일컫는다. 체포영장 없이 체포한다면 형법상 불법체포죄가 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체포는 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는 보통 긴급하게 행하여진다.

즉, 피의자의 소재지를 파악하여 잠복 등을 하다가 긴급하게 체포하는 것이지 여유 있게, 천천히 하는 체포는 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긴급체포 또한 헌법상 영장주의의 예외가 적용되는 체포이다.

즉,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을 여유가 없을 때 하는 체포이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cc-tv로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던 중 골목길에 숨어 있던 범인을 발견했다고 치자.


당연히 범인의 인적사항도 알 수 없었고, 단지 인상착의만으로 범인을 추적하여 발견한 경우이므로 체포영장을 신청하여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경우 현행범 체포와 같이 영장 없이 범인을 긴급하게 체포하게 되는데, 이것이 긴급체포이다.


이 긴급체포는 남발되면 안 되기에 엄격한 조건 하에 행하여진다.

즉,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에만 긴급체포가 가능하다.

또한 경찰이 긴급체포한 경우에는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 선거기간에 벌어진 후보자 벽보를 훼손한 범인의 인상착의를 숙지하고 있던 경찰이 우연히 범인을 발견한 경우에는 긴급체포할 수가 없다.

이 벽보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어떻게 이 범인을 검거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임의동행이라고 하여 가까운 파출소나 경칠서에 가서 조사를 좀 하자고 동행을 요구하여 응한다면 조사를 하고, 동행을 거부한다면 인적사항을 요청하여 파악한 다음 추후 우편이나 휴대폰으로 정식 출석요구를 하여 조사해야 한다.

바로 체포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가 조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듯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음에도 긴급하게 체포했다는 이유로 이를 긴급체포했다고 기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두에 든 오재원의 사례에서도 한번 조사를 받은 이후 추가 단서가 나왔다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에서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임을 적시했다.


'이후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포착하고 지난 19일 오후 신병 확보를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재원을 체포했다.'


이렇듯 긴급체포는 법적 용어이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여 긴급하게 체포하는 것과 구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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