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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Nov 14. 2023

"누구야?", "어~ 짭새야."

"그래요. 잘 지내시고, 다음에 또 연락합시다."

딸깍...


"누구예요?"

"어~ 짭새야~"



지금은 퇴직한 모 선배 L의 이야기다.

평소 친분 있던 모 사장이 안부 전화를 걸어와서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잘 지내고 다음에 또 연락하자고 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상대방 전화는 끊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장 옆에 있던 지인이 누구와 통화했냐고 묻자 대번에 "어~ 짭새야."라고 했다 한다.


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발은 쥐가 듣는다더니...


L은 엄청 상심이 컸고 그 전화 통화 이후, 그 사장과 관계를 정리했다.

영문도 모르는 그 사장은 왜 연락이 끊겼을까 했을 거다.

 

우리 직업이 그렇다.

알아두면 왠지 도움 될 것 같은... 그래서 친분을 유지하지만, 뒤에서는 저렇게 무시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 거다.


최근 들어 나도 이와 비슷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일(?) 있을 때만 연락하는 지인이 있었다.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이게 사기가 맞냐, 담당 형사에게 부탁 좀 해 줄 수 있냐, 뭐 좀 알아봐 달라 등등 내 권한 밖의 일도 너무 쉽게 부탁을 했다.


나도 그 L 선배님처럼 손절을 했다.

아니 손절칠 사이도 아니었던 그의 전화는 슬그머니 받지 않았다.

그 또한 L이 당했듯이 나를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는 이런 분도 있었다.

얼마 전에 음주운전으로 걸려 면허 정지를 당했다고 했다.


"아니, 전화라도 한번 주시지 그랬어요?"

라고 안쓰러운 마음에 말씀드렸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허허, 전화하면 뭐 해? 빼줄 거야?" 하셨다.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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