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드노트 ⑤ : 기획자 우희
우리는 왜 가치에 집중할까요? 런치드노트는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문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들은 왜,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실현할까요? 그리고 이들이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은 무엇일까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세상'을 그리고 만드는 기획자 우희 님의 스토리입니다.
국내 감성학습·감정교육 부족 문제
우희님이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 집중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에서의 정신, 심리 건강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아래 사진은 제가 작년 초에 참여했던 <임팩트 워크샵> 에서 가졌던 토론 관련 자료인데요. 우리나라가 감성교육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낮은 것,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어딘가 유아적이고 어리숙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어요.
감정을 억압하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경우가 줄어들고,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 가스라이터 등 사회에서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많은 CEO를 포함한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입장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기가 쉬운데, 그렇게 억압된 감정은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가 되기 쉽게 만들어요. 감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회일수록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쉬울 거예요. 문제가 발생한 뒤에 치료를 받게 하기보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하는 감성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감성/감정교육에 너무 무지한 것 같다고 느끼게 된 이유나 실제 겪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문제가 환경, 기후위기나 소수자 인권 문제처럼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관계 속 갈등(성별 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등)의 이면에 감성교육의 부족 문제가 원인으로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이 '사회문제'라고 느끼게 된 이유는 살면서 다들 한 번씩 경험한 적이 있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저만 해도 어렸을 때 속상한 일이 있어 눈물을 흘리면 부모님께서 다그치시거나 ‘약한 사람들이나 우는 거다’ 하시며 눈물과 감정을 보이는 것은 연약하고 좋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 세대가 성장했던 시대를 들어보면 실제로 연약한 사람은 사는 게 무척 힘들었던 거친 시대였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산업사회, 전쟁 후 사회를 살아가며 투명하지 않은 독재 시대를 걸어온 사람들이라서 대부분의 아버지 세대가 자식에게 그렇게 교육을 해 왔어요. 하지만 기술과 사회의 발달로 저희 세대는 보다 더 안전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는데, 아직도 울면 안 된다거나 잘 우는 사람은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일터에서도 울거나 힘듦을 내보이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일터의 동료들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라고 생각할 때의 사고방식이죠. 선진적인 환경인 IT조직이나 비영리 조직 등에서는 그래도 덜하지만, 여전히 아닌 조직들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감성교육이 부재한 건 아니지만, 민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거나 사립학교의 재량으로 운영되는 경우들이 많아서 꼭 공공교육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정을 꾸미지 않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희님은 어떤 노력을 해오셨나요?
정말 개인적인 노력을 말하자면, 직장에서나 SNS에서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해요. 짜증이나 투정을 부린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떤 일에 의해 지금 나의 감정상태가 이렇고, 업무의 성과에도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라는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해요. 울적한 감정이든 기쁜 감정이든 제게 중요한 감정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SNS에도 숨김없이 드러내려고 합니다.
덕분에 타인들과의 관계 형성이 쉬웠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은 멋있고 잘난 것만 올라오고, 질투와 열등감을 유발하기 쉬운 매체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꾸밈없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니까 ‘저 사람도 나랑 별 다를 것 없네’ 혹은 ‘감정을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현재 저는 본업이 따로 있지만 퇴근 후 남는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감정’에 대해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감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콘텐츠!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스튜디오 잉>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감정을 억압하면 억압된 감정이 인스타툰(웹툰)을 만들어서 연재하기도 하고, 감정을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레츠톡어바웃이모션' 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내 감정을 대화의 주제 삼아 얘기 나누기 편하게 도와주는 '감정카드'를 성인용으로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식에 동감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려고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업이 아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나와 같이 공감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튜디오 잉>도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이미 있는 지식을 보다 친근한 용어로 바꿔서 세상에 전달하는 작업을 하려고 만든 것이거든요. 또 요새는 SNS 채널이 많아서 나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가 많은데, 중요한 사회문제라면 개인적으로라도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은 내가 쓰는 돈을 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에 소비할 수 있도록 조금씩 바꾸는 거예요. 내가 소비하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느냐, 어느 곳에 가치를 두느냐를 보여주잖아요. 단체에 후원을 할 수도 있겠고, 요즘은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서 서비스나 제품을 제조하는 스타트업들도 많으니까 그런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선한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을 사는 가치소비 행위가 개인에게 의미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이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이 브랜드의 선의에 동감하고 또 지지하고 있다는 걸 드러낼 수 있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 의도 없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선한 의도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돈을 씀으로 그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브랜드의 영향력을 키워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생길 것 같습니다. 아주 주체적이고 사회적인 행위죠. 가치소비 행위를 통해 의미를 찾는 소비자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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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편집 : 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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