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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차장 Nov 25. 2023

스타트업 CFO가 통장을 발라내?


통장을 발라낸다...는 표현 좀 없어보이지만 실체는 그러했다. 통장정리를 의미한다. 소위말하는 기장대리라는 표현이 있다. 기장, Book을 Close한다는 의미를 뭐이리 어렵게 설명했을까. 아마도 일본한자를 매번 차용해온 국내 회계용어의 특성인듯 하다.


tenor.com

결국 그냥 장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기장대리 = Book Keeping = Book Close = 전표를 모아서 제무재표를 만들어주는 행위 모두다 같은말.


근데 사실 CFO라는 나름 위엄있는 직군이 이런 Book Keeping을 하는건 대기업에서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종의 '경리'업무라고 보여지기 때문. 그러나 별수있나 구멍가게 스타트업에선 그냥 통짜로 살림을 다 맡아서 해야한다. 돈 출납도 그렇고 계정과목 분류 그리고 급하면 은행도 뛰어가서 돈찾아오고... 음 오 우리 CFO님! 같은 위엄따윈 없다.


경리담당, Accountant의 존재


재미있게도 나의 Virtual CFO업무 고객인 A사의 출납을 담당하는 경리가 계셨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나이도 비슷하고 애기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관리를 담당하셔서 날카로운 감이 있었고 역시나 모든게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돈줄을 꽉 쥐고 컨트롤 하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세일즈와 마케팅 및 기타 부서에서 아무리 멋지게 Operation을 추진해도... 돈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모든 스타트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당연하지만 재무회계, 인사, 운영 등은 꼭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말은 평생 어디가서 굶지는 않는 다는 것. 하지만 업무가 엄청 재미나고 천직이다! 싶은 것들이 있으려나.. 꽤 지루하고 정교하고 전반적으로 재무 Finance쪽은 그러하다.


다시 돌아와 이 경리님은 몇가지 반전이 있었다. 그건 가족관계가 일부 성립되어 있었다는 점이었고 사실 CEO를 뒤에서 갈궈주고 컨트롤 해주는 나름 엄청난 수문장역할을 하고 계셨다는 것. 몇마디 나누진 않았지만 꽤 많은 부분 '공감'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독고다이로 이 작은 회사의 출납을 전부 관리하고 숫자도 싹다 맞추어서 관리하면서 육아까지 담당하시는게 정말 Respect. 그리고 나는 물었다. 혹시기장대리는 누가하나요?


"기장대리요.. 아.. 그 세무사님... 아 근데..."



기장대리 세무사가 있긴있다는


뭔가 석연치 않아서 내가 통장을 다시한번 발라내며 쭉 검토를 해봤다. 사실 통장내역은 실제 들락날락이고 전표를 막 일일이 찍혀있지는 않았지만 간단한 영역을 '적요'에 적어놓았기에 유추는 가능했다. P회계세무법인 이라는 금액이 꾸준히 달마다 나가는 것이 확인되어 상세히 좀 물어보았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메이저 회계법인에 그냥 맡기고자 했으나 CEO의 부모님이 지인을 소개해서 그 친구한테 맡기라고 하도 강하게 미셨다고 해서 억지로 일단 맡겼다고 한다. 나야뭐 그건 좋은데 어떤 서비스를 받는 것인지? 물어봤고 실체는 계약서 조차 없다는 것.


계약서 없는 계약이 정말 생각보다 많긴 한듯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더더욱. 개인사업자들은 더더욱 챙기기 어려운게 먹고사니즘과 연결되어있다보니 더더욱 그런것 같다. 하지만 법인은 그렇게 가면안되지... 이젠 나름 스타트업의 이름을 달고 달려가는 A사의 경우 이런 부분을 하나씩 다 짚고 가야했다.


그리고 내가 취한 액션은 바로 회의소집. CEO COO 경리담당님 4자회담을 진행했다.

Netflix MEME, Tenor.com


당황하는 CEO 뭐지싶은 COO 쪼아대는 경리


미팅을 소집하자 CEO는 굉장히 당황해 했다. 사실 돈 출납에대해 신경안쓰고 영업인 특성상 앞으로 밀고나가는 엄청난 성격과 기질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날카로운 질문을 할까 싶어서 아주 긴장하고 있는 태세였다. 근데 내 질문은 간단했다. "세무대리인 바꿉시다!"


그러자 CEO, COO, 경리 3인방이 모두 급 미소를 지었다. 아주 바라던 바입니다.의 표정으로. 근데 왜 도대체 못바꿨을까. 궁금하여 여쭤보니 그냥 지인 영향력 때문에 그렇다. 부모님이 하도 묶어놔서 그렇다 등등.. 한마디로 아는 세무사도없고 바꾸자니 또 애매하고 명분도 없고 그랬다는 것.


그렇다. 명분을 만들어주면 되었다. 나이스! 그래서 메이저 회계법인 한 곳으로 바꾸기로 추진하기로했다. 기장료는 1~2만원정도 올라갔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또한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세무/재무 진단 용역도 버짓을 일부 잡아놓고 계약에 포함시켰다. 소액이어도 일단 잡아놓고 반기정도에 한두번씩 획사님들 오셔서 진단 및 리포팅까지 해주는 용역을 성사 시켰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회계법인들도 먹고살기 힘든거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용역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기도 했고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었기때문에 Win-Win 구조였다. 상세한 계약내용은 금액은 언급하기 어려워도 다음과 같다.


1.기장대리 + 부가세 신고명목 : 월 10~15만원 선 (CMS 출금형태)

2.세무진단+회계진단+CEO/CFO 리포팅 반기 1회 : 버짓 200만원~300만원 수준 잡아놓고 Time Charge

*Time Charge란 회계사 투입시간당 청구하는 방식


해외 Book Keeping 서비스는 어떨까?


재미난 사실 한가지는 연말정산 등의 서비스가 모두 전산화 및 소프트웨어화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개개인들이 본인이 직접 세무신고하는게 문화다. 내가 있던 뉴욕 토론토 모두다 그러했다. 우리나라같이 회사에서 싹다 다 처리해주는 곳은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거 보면 은근 선진국이다 코리아!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해외 재능마켓에서 Book Keeping Serivce를 검색해보았더니.. 개인플레이 담당자들의 향연 이었다.

upwork.com

시간당 12달러, 20달러, 10달러, 36달러 아주 다양했다. 요즘은 정말 모든 서비스가 SaaS화되고 파편화되어 이렇게 제공된다. 장담하건데 대기업 직장인들도 꽤나많이 부업 및 사이드잡으로 자기 재능을 살려서 실행하고 있다고 보인다.


국내보다 확실히 온라인 서비스가 잘되어있다. 시장도 클 것 같고. 우리나라에선 너무 전문직에 좁혀진 영역으로 회계 세무가 취급되기 때문에 확장이 잘 안되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Virtual Assitant 형태로 전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다. 

fiverr.com



통장정리를 직접하시는 경리님을 위한 조언


고생이 많으신 경리님을 위해 한가지 제언을 드렸다. 바로 통장 입출내역 옆에 적요를 적는 행위를 넘어서 '맥락'과 '구체적내용'을 최대한 기록하라는 이야기 였다. 왜냐하면 기록이 간단할수록 시간 지난 뒤 알아보기가 너무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같은 경우도 과거 6개월치 통장을 직접 까보니 적요로 추적이 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Lean하게 아주 빠르게 파악하는 나만의 비법..아닌 야매 방식? 아주 프랙티컬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결국 적어놓으신 적요에 엑셀로 별도 칸을 3개 정도를 만들고


1.LEFT 펑션

2.RIGHT 펑션

3.계정과목 맵핑


수준으로 해서 글자 왼쪽부터 4~5개 단어, 오른쪽으로부터 4~5개 단어를 공통유추해서 공통적인 계정과목으로 최대한 빠르게 맵핑해봤다. 그다음 그 계정끼리 묶어서 뭐든 대략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게 글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부분인데 적요에 쓰여진 텍스트가 Variation이 너무 심할 경우 이방식을 종종 써서 금액을 집계하곤 한다.


그때 나는 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실질적인 경비처리 시스템 (인트라넷 또는 그룹웨어)을 돈 안들면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지는 않을까!? 요즘같은 수많은 노코드 툴들이 쏟아지는 시점에 이를 잘 활용하면 돈 0원으로 충분히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일은 팀내 CTO가 하는 일이긴 허나 그분들은 찐 개발자들이셔서 전반적인 비즈니스와 회계의 니즈를 상세히 이해하기는 힘들어 하는게 현실이다. 잘 설명해주면 된다? 글쎄. 개발요건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않다. 그냥 이거 누르면 뭐가 툭 튀어나오게 해주세요 정도로 IT담당자들과 소통하면 비웃음만 산다. 기능을 명확히 정의해서 말해줘야 최대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절감된다.


여튼 나도 개발자는 아니지만 한 IT 해왔다. 근데 이건 개발을 한다기보단 있는 툴 가지고 프로세스를 엮어 붙이는 No Code 또는 Low Code수준으로도 가능해보이는 것. 이참에 그냥 소통체계와 전자결재 체계 등을 싹다 갈아 엎어야 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노션, 슬랙 등의 필요성을 가지고 가게 되었다.




참고한 사이트:

https://www.forbes.com/advisor/business/software/best-online-bookkeeping-services/

https://contentsnare.com/best-bookkeeping-websites/


이전글 읽어보기:

https://brunch.co.kr/@taechajang/9

https://brunch.co.kr/@taechajan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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