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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차장 Nov 19. 2023

CFO가 스타트업 사무실을 (눈치 보며) 강제이전 시킨

최근 CEO/COO/CFO 그리고 영업팀장이 싸운 이야기

내가 만나본 CFO 님들

그렇다. CFO는 말 그대로 재무책임자다. 사실 대기업의 CFO 님들을 자주 만나고 인터뷰도 했던 경험이 있다. 내가 만난 그분들은 정말 재무 세무 회계 모든 걸 20여 년 이상 대기업에서 강제로 하드 트레이닝받으신 분들이었다. 국내에서부터 해외 주재원 등 꽤 다양한 CFO분들을 만나 뵈었다. 개인적으로 뉴욕 토론토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뵈었던 S사 H사 CFO분들이 결국 본사의 전사 CFO까지 되시는 걸 보았기에 정말 또 감회가 새롭다. 물론 이분들은 지금 안 계신 것으로 보임.


프리픽


4층을 통으로 다 쓰던 사옥

http://bbkk.kr/tour/view/599

서론이 길었지만 CFO로써 한번 재무를 뜯어보는 과정을 이야기해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좋아하고 나름 잘 볼 줄 아는 편이다. 입지부터 시작해서 부동산과의 결판등 내 개인적 투자여정은 지금도 ing이지만, 꽤 많은 부분에서 부동산을 볼 줄은 안다. 그런데 나의 유일한 고객 A사는 나름 힙하고 멋진 서울 상수동에 한 빌라 같은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4층이었고 물론 자신의 사옥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렌트’였다.



근데 요 며칠 가서 들여다본 결과 실제 운용되는 층은 4층과 1층 위주였고 2,3층은 아주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분명 이건 낭비에 가깝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 계약서와 장부현황을 뜯어다 보았다. 근데 이게 과연 이 동네 시세대비 싸게 잘 구한 건지 어쩐 건지. 회사 매출사정에 즉 분수에 어느 정도 적합한 임차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든 게 상대적인 것. 하지만 나를 제외한 CEO COO CMO CTO Business Director 모두가 그냥 일종의 파티에 빠져있는 느낌을 받았다.

https://a-platform.co.kr/architect/home/projects/index2.php?category=OALabmain&boardid=project&mode=


“이건 뭔가 아닌 듯?” 하여 회의를 요청했고 물론 대기업처럼 CEO CFO가 절대권력을 가진 멋진 그런 회의는 없었다. 또한 나이 짬밥으로 보아도 내가 한참 후순위.. 그리고 영업팀장이 나이는 대빵이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떤졌다.



결투의 시작 - 그래도 쉽게 말해야 먹힌다.

근데 뭐 내가 돈 벌어오는데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아주 이상한 태세로 나오기에 조목조목 반박의 칼을 갈았다. 여기서 핵심은 이러하다. 이래이래 얼마라서 이건 너무 비싸고 어쩌고를 다짜고짜 이야기하면 분명 안 먹힐 것. 그리고 그걸 계산해내기 까지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 이런 제약조건 하에서 무슨 방식이 가장 설들하기 좋았을까.

토스 다큐멘터리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 캡처


결국 컴패러블 스터디 (비교분석)

개인적으로 나의 중간커리어는 국제조세 분야였다. 이 당시 가장 많이 했던 게 바로 컴패러블을 찾는, 즉 유사한 회사를 찾는 행위였다. 재무적이던, 리스크 적이던, 어려운 말로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음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하튼 우리랑 비슷한 네임드를 찾아서 고대로 비교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검색해 봤다.


나의 고객 A사는 참고로 주요 종사하고 있는 업종은 사업교육이다. 그래서 뭔가 온라인, 오프라인 클래스를 운영하는 학원업 또는 에듀테크 같은 회사들을 찾기로 했고 누구나 한국사람이람 다 알만한 M사와 C사의 재무제표를 가져다가 어택 하기로 결심.


어택은 좀 너무했다. 설득하기로 결심. M사는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손 모 씨의 회사다. 이 회사는 재수생도 다 알고 고3 수험생도 다 아는 그런 회사다. 과연 이들은 아주 단순하게 얼마를 벌고, 그중 몇 프로를 부동산 임대료 및 관리비에 쓸까? 생각보다 찾는 건 간단했다.


[M사 분석]

M사의 2022년 매출: 120,000,000,000(1,200억)

M사의 임차료 지출: 3,098,000,000(31억)

비중: 약 2.58%


이에 이어서 훨씬 규모가 작지만 꽤 핫했다가 좀 어려워진 C사를 찾아보았다. 정말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최초에 유튭에서 이 플랫폼으로 많이 갈아탄 걸 잘 안다. 그래서 꽤 좋게 개인적으로 평가하던 C사. 근데 정말 안 좋은 기사들이 쏟아지며 재정난을 심하게 겪는다고 들었는데 과연 실제 그럴까? 그리고 그들은 얼마 벌어서 얼마 정도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로 쓸까? 이 또한 함께 찾았다.


[C사 분석]

C사의 2022년 매출:65,643,000,000 (650억

C사의 임차료 지출 금액:5,444,000,000 (54억)

비중:8.29%


이렇게 두 가지 데이터를 엑셀에 슬쩍 복붙 해놨다. 뭐 예쁘게 한 것도 아님. 그냥 복붙. 그리고 나의 고객사 A사의 현황을 들춰봤다.


[자사분석]

A사의 2022년 매출: 1.5억

A사의 임차료 지출금액: 0.13억

비중: 8.6%


누가 봐도 우린 M사도 아니고, 사실 잘 나가던 C사 또한 매출대비 5~6% 수준을 유지하다가 최근 8% 가까이 부담률이 커졌다…….. 음 7~8%면 정말 높은 거다. 근데 우린 뭔가.?? 이미 뭐 제대로 하는 건 없는데 거의 8%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이걸 들고 그냥 켜놓고 이야기했다.



눈치 100번 본 후에 결국

“자, 좀 봐보세요. M사 그 큰 기업은 이미 대박성공했쥬? 거기가 매출이 워낙 크기에 매출 대비 임차료가 3%도 안됩니다. 좀 더 친근하다고 볼 수 있는 C사 보이시쥬? 여긴 경영난 없던 시절 6%, 지금 경영난, 즉 매출 꺾인 후에 8%까지 부담률이 올라갔습니다. 우린 얼만지 아시나요?????? 에???? 매출도 쪼고 만데 이미 8.6%랍니다... 음 알아서 생각들 좀 해보시죠."


라고 강하게 말해보고 싶었지만 쭈그리 같이 어버버 대면서 말했다. 다들 웃음기가 좀 사라졌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할 말은 했다는 것.




사무실 줄여서 이사 갑시다.




다들 분위기가 쪼끔 애매했다. 누구는 맞아하는 것 같다가도 대다수는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는. 근데 어쩌나, 굶어서 다 같이 죽느니 줄일 수 있는 부분부터 비용을 통제해서 줄여나가야 한다고 봤다. 또한 요즘 매출이 꽤 많이 죽긴 했다.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사업교육받으러 오는 고객수가 절반이상 줄었으니.. 음 지금은 공격적 매출 찍기가 어렵.. 그러니 강력한 수비수를 세워야 한다고 느꼈다.



사업은 신뢰가 전부

정말 다행인 건 CEO가 적극 동의했다. 그래도 이분 때문에 내가 이 일을 여기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역시나 사업은 관계와 신뢰로 이뤄진다는 지나가는 개똥철학자의 말들이 꽤 들어맞다고 혼자만 뇌피셜로 생각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011197935e

아무튼 결론은 그렇다. 계약기간도 다되어가고 딱 내년 초에 퀵하게 옮겨가는 플랜으로 주변 부동산 상권을 뒤졌고 우리는 마침내 찾아냈다. 딱 50% 가격으로 훨씬 괜찮은 곳을 이전하기로!


또 다른 의견을 가졌던 건 아무래도 공유오피스로 가자는 것이었는데 사실 근방에 그런 곳은 없었다. 그리고 업의 특성상 아주 특이한 1:N 컨설팅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런 부분은 뭔가 Private 한 이야기가 너무 오가기에 정말 우리만의 독자적 공간등이 절실히 필요한 맥락에서 결국 제외했다. 참고로 패파, 스플, 위원 모두 다 그리 재무적으로 좋지는 않은 것으로 들었지만 여하튼 최근 딸내미 데리고 놀러 간 롯데월드에도 일부 공유오피스들이 크게 치고 들어온 것을 보면 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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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모음)

DART 재무 공시자료 https://dart.fss.or.kr


실제 생각을 정리하며 논의 시 도움 되었던 글:

1. 스타트업 고정비 변동비에 관한 글: https://finmark.com/startup-costs/

2. 원격근무 vs. 출근에 관한 비용 분석 글: https://www.toptal.com/finance/startup-funding-consultants/business-startup-costs

3. 스타트업이 현금을 얼마나 보유해야 하나에 관한 인사이트 있는 글: https://www.businessnewsdaily.com/5-small-business-start-up-costs-optio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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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글 읽어보기:

https://brunch.co.kr/@taechajan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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