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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Name Is Friday Jan 03. 2023

지금 당신에게는 스토브리그가 필요하다

쉬지 않고 내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읽으며 듣기 좋은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dZX6Q-Bj_xg

Passion Pit - Take a Walk (Official Video)


며칠 전,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는 내 모습을 보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 진짜 갓생 살았구나?"


파일들이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아 유난히 양이 많아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지. 돌이켜보면 나도 참 소위 '갓생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갓생' 사는게 요즘 트렌드라는 말은 질리도록 들었다. 어떤 책에서는 '갓생'이 MZ의 핵심 특징으로 소개되기도 하고, 주변에서 미라클모닝, 챌린져스 앱 등이 '갓생'을 실현시켜주는 방도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대외활동 개수로 서로를 비교하고 누가 더 많이 공부를 했는지, 누가 더 많은 스펙을 쌓았는지를 가지고 갓생을 규정한다. 때로는 누가 더 갓생인가를 놓고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썰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들의 '갓생 프로젝트'. 2023년에도 유효할 수 있을까?

내 답은 어쩌면 Yes,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No.

열심히 사는 것은 좋지만 그 만큼 지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왜냐면 나도 지금 그 지치는 사람들 중 한명이니까.


그래서 나는 무엇을 놓쳤을까?

2023년이 가기전, 내년도 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몇 자 적어본다.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벤투 감독과의 기자회견이 화제였다. 기자회견 말미즈음 벤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진출처: 벤투의 작심 발언 대표팀, 한국서 중요하지 않게 보는 듯, 노컷뉴스, 2022-11-10


"먼저 김진수는 몸이 좋지 않다. 하지만 전혀 놀랍지 않다. FA컵 2차전 전반 30분경에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뛰었다. 월드컵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고 경기를 했다. 김진수, 김문환 등은 리그 막판에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중략).. 선수들의 휴식은 필요없고 돈, 스폰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이슈는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좀 특수성 있는 이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가져온 이유는 이들이 월드컵을 앞두었기 때문에 쉬어야 한다는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은 혹사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휴식여건의 보장'이 가장 큰 이슈였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에 휴식 없이 대회를 치루게 되면 몸이 고장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운동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끝나면 며칠은 쉴 시간이 주어진다. 또 한 시즌이 끝나면 쉬는 것이 규칙으로 정해져있기에 몸을 관리할 시간이 주어진다.


아, 매일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어쩌면 시즌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11개월을 일했으면 1달은 일 없이 스트레이트로 쉬어야 하는 그런 시즌제. 물론 쉼이 필요하기에 중간중간 휴가가 있는 것이겠지만, 휴가는 모두에게 자유롭지만은 않다. 또, 휴가를 떠나서 자신을 돌아보고 올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가. 그래서 마지막 달을 쉬어간다는, 이 휴식시즌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야구에는 스토브리그라는 것이 있다. 스토브리그라는 명칭은 정규시즌이 끝난 겨울철 각 구단이 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시기,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선수의 소식 등을 이야기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시기'라는 것.

사진출처: ‘스토브리그’는 우리 일터 이야기다, 시사 IN, 2020-02-13


우리에게도 스토브리그가 필요하다.

겨울이 왔을 때 너무 내달리면 다치게 된다. 잠깐 천천히 걸어가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스토브리그 그 글자 그대로 난로(스토브)를 켜놓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의 전력을 강화하고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앞을 보고 내달려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바빠서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스토브리그를 가지는 일종의 여유를 가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실질적으로 몸이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쉬는 것이 이 스토브리그의 핵심이다. 번아웃을 이겨내고, 지치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이 부족했는가, 무엇이 나의 관계들을 만들었는가. 무엇이 내년을 위해 필요한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나의 방향성은 이 방향이 맞는가 라는 좀 더 고차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스토브리그 드라마에서도 팀은 엄청난 변화와 쇄신을 거듭하지만 백승수라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확고한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방향성을 만드는 시기다.


이것은 MZ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알파세대라 불리는 나의 사촌동생들도, MZ세대인 내 친구들과 내가 존경하는 나의 선배들도 모두 스토브리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x세대인 우리 부모님들도.


지금 마침 입시가 끝나가고

하반기 공채가 끝나가고

한 학년과 학기가 끝나가고

회사의 1 year plan이 거의 끝나간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지금 당신과 나에겐 스토브리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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