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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Name Is Friday Apr 15. 2023

토론 패러독스

paradox of debate 

이 글은 매우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다. 


천여번의 백분토론.

100분토론이 1000회를 맞았단다.


한국 사회에서 토론이 가당키나한가 라는 말을 비웃듯이,

그렇게 1000번 아니 어쩌면 그 속에 숨겨진 화두들은 더 많았을테다. 


100분 토론의 진행자 정준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Q. 말 그대로 ‘열린 토론’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이 있을까.

A. “하버마스가 말한 이상적 담화 상황이 있다. 권력이 작동해 발언의 기회나 내용을 억압하면 안 되고, 발화자는 윤리적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일단 들어보자’, ‘내가 입장이 있더라도 내 입장을 일단 유보하자’,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내 마음에 움직임이 생기면 그 움직임에 주목하자’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움직임을) 두려워한다. 내가 붕괴되는 것 같고, 그래서 (상대를) 박살 내 줄 근거를 요구하는데 이건 열린 토론의 성격에 맞지 않다. 토론을 지켜볼 때마다 느끼는데 (여기는) 검투사들의 전장이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누군가를 등에 업고 싸우고 피를 흘리는 대리전이다. 그런데 (전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건, 쟤가 죽는다고 내가 이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출처: 
<1000회 맞은 ‘100분토론’, 정준희가 말하는 ‘그래도 토론해야 하는 이유’>, 
정철운 기자, 2023.03.11,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341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이 충돌할 때,

비로소 더 많은 파편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이 닫기 시작하고 더 많이 잠그기 시작할 때

더 많은 연결의 가능성들이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아주 가까운 곳의 바다와 숲과 대지는 보지 못한채 

먼 우주의 어둠만을 동경하던 사람들은

달, 디지털 세상으로,

그래 상상도 못할 정도로 아주 먼 곳으로, 여행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주 가까운 마음에 다다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왜 그럴까?

더 많은 토론과 대화가 요구되는 사회.

껍질로서의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추해본다. 

토론이라는 껍질만 내세울것이 아니라 토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토론을 하자고 하지만 더 높은 곳에 있다는 이유로 결정해버리는 

대화를 하자고 하지만 이미 답을 정해버린

의견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는

그런 껍질 뿐인 토론이 아니라

진짜 토론. 


그것은 관계에 따라 대화일수도 있고 민주주의일수도 있고 연인간의, 가족간의 사랑일수도 있다. 


100분 토론 [그래도 토론]편에서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엔 진영만 있지 않아요. 진영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판단은 누가하느냐. 아직 판단 내리지 못한 사람들이 한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 토론은 존재할 수 있다" - 손석희 사장


"입장이 정해진 사람들은 모두를 대변하지 못한다..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발굴되고 자신의 입장이 정해졌던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그게 민주주의고 좋은 토론 아닌가." -정준희 교수


입장이 없는 사람들이 가진 캐스팅 보트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확실하게 선택할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는 건설적인 이야기들.


답이 정해져 있는 싸움이 아닌

답을 찾는 대화.


결과를 중요시하는 경쟁이 아닌

과정에 의미를 두는 논쟁.


결론이 날 것 같은 토론, 결론이 난 토론도 가치있겠지만

그보다 더욱 가치있게 빛나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토론일 것이다.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답일 때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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