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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11. 2022

Manners maketh man.

친절한 톰 아저씨

 

2009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적인 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작전명 발키리' 홍보를 위해 내한했다. 필자는 연예가 중계라는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톰 크루즈를 만났다. 당연히 세계적인 배우를 만난다는 설렘과 긴장감이 컸다. 해외 스타의 언론 인터뷰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하루에 수십여 곳과 인터뷰를 가지다 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한다. 대략 10여 분의 시간만이 허락된다.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되자 톰 크루즈가 인터뷰 룸으로 입장했다. 톰 크루즈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진행하려는데 아뿔싸. 인터뷰 공간에 배우들이 앉을 의자만 준비되어 있을 뿐 나머지 의는 한쪽 구석으로 모두 치워져 있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다행히 정식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이니 구석에 있는 의자를 가져오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이를 눈치챈 톰 크루즈가 먼저 벌떡 일어나 구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치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무거운 의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내 앞에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무거운 호텔 의자를 말이다. 순간 남자인 내가 봐도 '이 남자 잘생긴 데다 친절하기 까지?' 눈에서 하트가 나올 뻔했다.



 

 작은 친절이었지만 대스타의 배려에 나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스태프들도 놀란 눈치였다. 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는 잘 끝났고, 아직도 필자에게 톰 크루즈는 매너 있는 스타로 기억된다. 사실 인터뷰 내용보다 그 일이 더 기억에 남는다. 말을 친절하게 하는 것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의 행동 또한 말의 기술 못지않게 큰 효과를 발휘한다. 단순히 그가 스타임에도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대방 인격체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드러냈기에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매너 있는 행동은 상대가 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톰 크루즈의 행동이 의도된 것이든, 혹은 몸에 밴 것이든 그의 작은 호의를 받은 누군가는 평생 그를 마음속의 스타로 기억하게 된다. 말을 할 때도 매너를 지키는 것이 좋다. 상대를 과도하게 자극한다든지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거의 없다. 그저 관계의 청산을 앞당길 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한다.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면 그 사람이 내 편이든 적이든, 계속 대화하고 싶어 진다. 이것은 대화의 결론이 어떻든 간에 긍정적인 일이다. 아직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매너 있고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시길 바란다. 그 작은 친절로 평생의 지지자를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아직도 탑건: 매버릭을 보지 못했다. 톰 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의 진정한 팬으로서 이 더위가 끝나기 전에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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