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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26. 2022

대화의 매듭

계계론적 관점의 한계와 소통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

 남들과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연과 책들도 넘쳐난다. 그런데 막상 그런 비법들에 대해 공부해도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발음을 신경 쓰고, 목소리를 훈련하고, 말을 짜임새 있게 하라고 가르친다. 유머도 곁들여야 하며,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조언도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는 내 말을 잘못 이해하고, 곡해하며, 왜곡된 정보가 제 3자들에게 흘러들어 간다. 과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기계론적 관점이란 것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이를 받는 사람 사이의 수많은 왜곡들이 노이즈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노이즈는 말 그대로 잡음이라는 의미지만 그 외에도 메시지 전달의 왜곡을 불러오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법이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그래서 사투리도 쓰지 말아야 하고, 발성연습도 해야 하며, 발음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온갖 종류의 스피치 노하우라는 것들은 결국 이 기계론적 관점에서 노이즈의 제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이다. 그렇다면 그런 노력을 더하면 과연 소통은 아무런 왜곡 없이 잘 이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는 걸 여러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집 인테리어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인테리어 업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취향과 분위기를 열심히 설명했다. 완공 날짜가 되어 현장에 가보니 내가 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집이 완성되어 있다. 취향과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의뢰인이 원하는 인테리어는 기대하기 어렵다. 타일 하나, 가구와 바닥 색깔, 벽지 색깔과 조명 브랜드까지 자세하게 요구해야 한다. 국가 간에도, 회사 간의 거래에도 서로가 원한 것과 다른 결과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개인끼리의 약속에서도 서로 잘못 이해한 부분으로 인해 소송까지 가는 일이 넘쳐난다. 인간은 분명 이기적인 존재다. 자기가 속한 나라, 회사, 자기 자신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메시지를 해석하는 경향성이 있다. 서로 자신의 입장과 생각대로 메시지를 해석하니 갈등이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질문하기이다. 대화의 매듭은 질문으로 끝나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다 들은 후에는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습니까?', '당신은 지금 이러이러한 것을 원하는 겁니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상대의 의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주문한다고 생각해 보자. 주문 후에 종업원이 주문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잘못 주문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한 이런 과정을 거치면 주문 오류의 책임은 레스토랑 쪽으로 확실히 기울게 된다. 주문 확인 과정은 어찌 보면 레스토랑이 보다 책임감 있게 서비스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렇게 대화의 매듭을 질문으로 끝내게 되면 소통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음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간도 없는데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었겠지?' 이런 지레짐작이 소통의 오류 가능성을 키운다. 시간이 다소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생긴 후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문제 발생을 미리 막는 노력이 결과적으로 덜 고생스럽다.

 노련한 앵커들도 인터뷰 시에는 이런 대화의 매듭을 꼭 지키려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뜻이 맞습니까?' 이 질문 하나가 보도의 정확성을 눈에 띄게 높여준다. 인터뷰이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해주는데 그런 사실 확인 중에 새로운 뉴스와 이슈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인터뷰이가 사실 확인 중 헛발질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니 대화의 매듭을 위한 질문은 여러모로 요긴하다.


 대화를 나눌 때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대화의 매듭으로 질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것들을 위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효율은 훨씬 좋다. 소통의 왜곡을 막는 방패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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