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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엄마 Jun 14. 2024

나는 소멸되고 싶다

그 무엇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 바람 공기 바위 모래 물...

5월 31일은 우리 딸이 태어난 날이다

그 전날에 하루는 가서 울다 지쳐 돌아왔고 하루는 아이아빠의 정성으로 만든 꽃잎 하나하나를 엮어 만든 꽃동산을 철거했다. 그냥 사진과 생일 때 매장에서 생일잔치를 해 주었던 그 사진들....

16인 정도가 들어가는 룸에 헬륨풍선을 천정에 가득 붙이고 딸래미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해주었다

너무나 행복해하던 그 얼굴들이 고스란히 사진에 남아있어 작은 책자로 만들어 놓은 앨범이 있어 그것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체했다

둘째 날 식사를 하고 납골당에 가서 엄청 힘들게(마음이) 꽃동산을 철거하고 그냥 앨범과 사진을 넣어주었다

이제는 21살이 되는 우리 딸....

차마 애아빠가 만든 꽃들과 장식품을 만질 수가 없었다

오열을 했고 시간이 너무 걸려 하나하나 꺼내 담았고 앨범과 사진을 넣어주는데 맘에 들지 않았지만 몸이 좋지 않아 직원을 불러 문을 닫아달라 하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서 힘겹게 게워내기 시작했다


밖에서 누군가가 나보고 등을 두드려드릴까요? 하고 물었지만 사양했다

힘들게 마무리를 하고 나오니 여자 한 분이 서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들게 오바이트를 하고 있었나 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그제야 나갔다


손과 입을 씻고 납골당에 돌아오니 문은 닫혀있었고 다른 납골당과 다르지 않고 튀지도 않았다

미안한 마음과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는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속이 안 좋아 차를 멈추고 다시 게워내고 매장 으로 돌아왔지만 도저히 손님을 받을 컨디션이 아니었다 문을 다 걸어 잠그고 비몽사몽 누웠다가 화장실에 가서 오바이트를 하기를 반복하며 9시가 넘도록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친구가 전화가 왔는데 내 목소리에 심상치 않음을 느껴 달려와서 누룽지탕을 끓여 국물만 먹게 해 주었다

겨우 기운이 돌아옴을 느꼈다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낮에 돌아오면서 먹던 소화제를 다시 한번 먹고. 바로 잡이 들었다


드디어 생일날....

몸이 전날보다 괜찮아져 있어서 바로 아이에게 달려갔다

케이크를 올려주고 밝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울지 않으려 했지만 아주 조금만 조금만 울었다

그리고 매장에 돌아와 영업을 했다


전 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체한 덕분에 식사는 하지 않고 하루종일 끓인 밥물을 먹었다

정신은 멍했고 온몸은 아파왔다

5월 31일이 금요일이었고 그날부터 아파서 겨우겨우 손님만 받고 집에 돌아와 쓰러져 자기를 반복하고 살았다


이번주(6월 둘째 주?)가 되어서 조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고 미뤄두었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했다

일이 많이 쌓여있었지만 원래의 내 모습처럼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오늘 모든 스토리를 내렸다

너무 창피하다

내 속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고 너무 옹졸하며 치졸하기까지 해 보였다

내가 글을 다시 읽어보니 얼굴을 들기 힘든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도 모르던 내 속 마음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여기에 이렇게 적나라하게 올리다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온통 술을 먹고 횡설수설하는 글도 많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게 신세한탄만 줄줄이 늘어놓은 것이다


나는 여전히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먹고 있으며 하루하루 삶을 살아나갈 것이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지만 이런 상황에 제정신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아니 나는 나이다

또 힘들어 꺾이고 쓰러질 때도 있겠지만 나는 오뚝이처럼 아마도 일어날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 누구 때문이 아니라 누구 덕분이 아니라 나는 아마도 다시 일어나고 비틀거려도 또 일어나려 애를 쓰며 살아갈 것이다


삶에 대한 내 자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가 떠났을 때 나는 바로 떠났어야 했다

더 이상의 기쁨도 행복도 삶의 의미도 사라졌으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을 위해서도 행복을 위해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서도 아니라 그냥 나는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걷기고 하고 움직일 뿐이다


이게  나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또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잠을 자는 것...

이렇게. 살다 보면 어떤 희망이나 바람이 생길지 모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또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죽음은 순서가 없다고 했다

언제든지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아쉽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산다는 게 고단하고. 힘들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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