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담긴 할머니맛
핸드폰을 뒤적거리는데 갑자기 팝업창에 한국배송 홈쇼핑이떴다
외국 살다 보니 내내 그리운 건. 한국음식 한국 냄새이기에 내가 찾았던 알고리즘으로 떴나 싶어
창을 넘기려던 순간“시래기 갈치찜” 글자가 내 손을 멈추게 했다
“어!! 이런 것도 있어!!!! 배송도 되네”
클릭을 하고 가입절차를 누르고 빠름 배송을 눌러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을 눌렀다
어릴 쩍. 할머니가 부뚜막에 꼬그리고 앉아 불을 때시면서 가마솥에 씻은 시래기를 올리고 위에
은빛이 유난히 반짝이는 갈치를 토막 내 올리시며
“아따~~~갈치 싱싱하구마이”전라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면서 양념간장과 함께 구수하게 만들어 주시던
그 찜 ,,, 와!!! 이게 모야!!! 마음은 벌써 먼 추억 속에만 있던 음식이 내 앞에서 막 끌고 있는 것
같은 흥분으로 쿵딱 거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삼 십 년도 더 되고 보면. 그 이후 할머니에 손맛은커녕 시래기 갈치찜을 먹어본 적도 없는
정겨운 내 소울풋!!!
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소울풋을!! 미국에서 시켜 먹을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기대반. 설렘반의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배송되었다는 문자가 왔고 난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차가 오기만을 조그만 창으로 눈 빠지게 쳐다봤고 , ups라고 크게 써져 있는 차가 우리 마당건너편에
서자마자 발에 모터를 단것처럼 빛의 속도. 문을 열었다. 배달원 남자는 깜짝 놀라며 싸인기계를 내밀었다
하얀 박스안쪽에 스티로폼 박스가 정갈하게 포장되어있고 박스를 열 보니 냉장음식보관용 아이스팩이
양쪽과 중간에 세워져 가지런히. 시래기 갈치찜. 고추무침. 오징어볶음 등등이 떡과 함께 들어있었다
음식을 보고 설레 본 게 언제쯤이었나 봉투를 꺼내 가위로 자르자 봉투입구로 갈치와 시래기가 미끄러지듯 쏟아졌다
냄비에 보글보글 찜이 끌고 있을 때 수저를 살짝 담갔다.
그 순간만큼은 내 혀는 미슐랭별 다섯!!! 나만 아는 그 맛!!! 기대와 설렘으로 입에 수저를 대자
“허… 허… 이맛…”
하도 시간이 오래 지나서였을까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아니면 그 맛을 잊었나?? 봉지로 개발한 사람이
우리 할머니랑 같은 전라도 사람이었을까. 오랫동안 딱!!!! 한 번만 느껴봤으면 했던 추억의 맛을
봉지 찜이 …. 내게 선사해 줄 줄이야…. 눈물이 날뻔했다
어릴 쩍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 외갓집에 함께 지내던 내게 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분
동네 친구도 만들어주시고 아픈 내 머리맡에 앉아 찬수건을 대시며 밤새 간호를 해주셨고 비록 할머니만의
색다른 레시피였지만 어린 나에게 맛이란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있으면 세상 어떤 음식보다 귀한 음식이 될 수
있음을 남겨주신 외할머니 그 맛이 이 봉지 안에 담겨 나를 추억의 시간 속으로 잊어던 할머니 손맛의 세계로
다시 되돌려준 것이다. 어떤 분인지 모르지만 감사하고 싶었다
외할머니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셨던 음식. 몇십 년이 지나고 맛보게 되다니 나도 못 내본 맛을…
세상이 변했다 변했다 말들 하는데 이런 식으로 변한 세상의 맛을 보게 될 줄이야…. 할머니의 손맛을 봉지음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