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의 순간 화면이 둘로 나뉘고 인생을 A, B 두 개의 인생을 보여준다. 인생극장에서는 두 개의 인생을 모두 볼 수 있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실제 인생에서는 두 개를 다 선택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결과는 그 길을 가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생길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 생기는 일들이다. 그 책임 또한 모두 자기 자신의 것이다.
2016년 5월의 어느 날, 나는 서른여섯 살 나이에 결혼을 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많이 다투는 일이 없었는데 결혼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많이 생겼다. 가장 많이 다투었던 이유는 역시나 집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과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 선후배등 같이 모여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해보면 비슷비슷한 자산 규모와 고만고만한 수입으로 다들 비슷하거나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 또는 부모님의 경제력이 좋아서 그런 고민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결국엔 돈이다. 자기 형편에 맞게 전세냐 자가냐 매매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그다음의 선택은 아파트, 빌라, 주택 주거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또 그다음, 그다음... 정말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정말이지 불과 몇 년 전에는 비슷비슷한 자산규모와 고만고만했던 월급이었다. 누구 하나 크게 잘난 놈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각각의 선택에 따라 자산규모의 차이가 많이 나기 시작했다. 월급은 여전히 고만고만하지만... 내 선택이 문제였을까? 부동산 시장이 문제였을까? 의문이 든다.
친구들의 경우에는 전세로 시작한 친구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2년마다 이사 다니고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사 한번 하면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사하는 과정에서 집을 보러 다니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나는 친구들의 선택을 간접 경험 삼아 내가 결혼을 할 시기에 내 재정상태와 수입을 고려해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내가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판단 그리고 선택은 회사 근처의 소형 아파트를 사는 것이었다. 회사 근처에 있고 본가와 처가 모두 30분 이내로 갈 수 있고 교통도 편리했다. 20년 가까이 된 구축 아파트라서 가격이 비싸지 않고 전세가와 매매가가 큰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대출을 받아야 했고 이자를 몇만 원 더 내는 것이라면 전세를 선택해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구축 아파트지만 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신축 느낌으로 우리의 작고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예쁜 아이들이 생기면 평수를 넓혀서 신혼부부 특공으로 청약에 당첨되어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그냥 그렇게 다 잘 될 거라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매매로 결정하였다. 지금은 작고 오래된 집에서 시작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꼭 크고 좋은 집에서 예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우리들만의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을 담기에 충분한 작고 예쁜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