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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Feb 05. 2024

남편에게 바람 피우겠다고 말했다

설용돈 후폭풍


> 여기는 나만의 대나무숲





가족들과 어느 중국 쪽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기억이 왜 정확지 않은지는 뒤에 이유가 나온다.



기이한 절벽을 보며 유유자적하게

'중국은 차암 크구나'를 외치며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뜬금포를 날렸다.


나 B에게 기프티카드로 1800만 원 줄 거야.



이게 뭔 황망한 Dog소리? B는 본인 동생, 나에게는 시누이였다. 아니 경제가 독립되었는데 아니 왜?

그지도 아니고


난 너무 당황해서 뇌에서 필터를 거치치 않고,

1초도 안되어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기프티카드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거 분실신고도 못해



늘 그렇든 묵묵부답...

내가 생각해도 지금 카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결혼생활로 남편이뭔가를 한번 결정 내리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하아... 뭔 수로 막지?



이번에 B의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인정한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 입학할 때 몇만 원 받았었나??

세상사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데... 반대인가? 암튼 이건 아니다.

그동안 아나바다정신으로 모은 돈들이 터져나가고 있다.



그럼 난 그 돈 다시 달라고 할 거야.



그렇게 살지는 말자는 그 사람의 눈빛,

싫다 싫어, 내가 먼저 잘살아야 남도 도와주는 거지. 왜 우선순위가 그렇게 엉망진창인 거냐 이 답답아.

아이들이 낌새를 눈치챘는지 다른 곳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때다 싶어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그래, 그럼 난 바람피울 거야.
생각 정리되면 말해줘.


사진출처 pixabay

당신도 막 나간다면 나도 딴 남자들하고 놀면서 인생 즐겨보자 이거였다. 그동안 아쉬웠던 남자들하고 진탕 놀아나보게. 그 말을 할 때 생전 보지도 못했던 절경이 펼쳐졌다. 절벽에서 거대한 폭포가 쉼 없이 새어 나오는데 그 멋진 모습을 보면서도 내 마음은 정말 드러웠다.






꿈이었다.

너무 생생하고 오묘해서 해몽사이트를 검색했다.


>폭포를 보는 꿈

재물이나 사업이 번창한다.....

일단 오케이!



교육학시간의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생전 바람은 생각지도 않던 사람이 뭔 난리인가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 바람은 곧 이혼하겠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 새어나가는 건 결혼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는 큰 도움 안 되는 남편 쪽 사람들을 외면하면 그뿐이라고 차치하면서 무의식으론 내내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생각들로 난 십 년을 괴로워했지만 글쓰기와 투자를 하며 헤어 나오는 중이다.)


직장사람들이나 친구는 마음에 안들어도 인사 정도만 하거나 차단하면 그뿐이지만 남편 쪽 사람들은 가는 끈이 이어져있는 것 같다. 남편이라는 끈!



어제 생전 안 하던 설 용돈을 드린답시고 내 마음에 둑하나를 해제한 탓이지 싶다. 혹시 남편이 이를 계기로 원가족에게 더 퍼다 줄까 두려웠던 것이다.

10년을 나와 살았으니 내 성미는 알았고, 알 테고, 안다고 믿고 싶다.


현실에서는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혼자 넘겨짚는것은 그만해야 한다. 또 이렇게 불안할 거였으면 애초에 이 결혼을 하지도 말았어야 했고, 했다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교사라는 안정성이 뛰어난 직장에 다녀도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정해진 시간 안에 출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과 소속감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


결혼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남편으로 인해 얻는 이득이 갈라서는 것보다 나아서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그렇게 계산기를 두들겼다.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니까 결혼했지.. 아니면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솔직해지자.


사랑?? 은....... 물론 한다. 이젠 남녀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사랑 뭐 그런 거?

자녀 관객도 없으니 미사여구는 생략한다.





결핍은 강한 동기가 된다고

받지 못한 마음들은 나중에 나는 아이들에게는 주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목표를 만들었다.


사진출처 pixabay


더 이상 그곳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를 불허한다.

마흔 남짓 살면서 내린 인생철학은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하지 않는 건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을 바꾸지 말고 내가 그걸 보고 나아가면 된다.



결론 내린다.

남편에 대한 감사함으로 내어준 설용돈은 이번 연도가 끝이다.

오고 가는 금전으로 돈독해지는 마음이니

내 곳간이 풍성해져서 퍼도 퍼도 남을 경우에는 내가 먼저 내어줄 수도 있다.

먼저 주신다면 내 마음도 녹아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전까진 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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