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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18. 2024

"아침도 못 먹고 나왔고 점심도 못 먹었다."

2024년 1월 18일




아침도 못 먹고 나왔고 점심도 못 먹었다. 밖에는 비가 온다. 또르륵 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배가 고파서 기분을 안정시키나 마나 기운도 없다. 못 먹은 이유는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고, 점심은 늦게 까지 상담이 안 끝나 서다. 1시 10분에 부서장 회의를 한다 했는데, 상담을 마치고 나니 오후 1시 13분이었다. 누가 준 자유시간 미니를 하나 까서 입에 넣고 달려갔다. 웃긴 건 대표가 원래 하던 장소에서 지하 2층으로 바꾸었는데 그기가 어디냐면... 부장님 보고 내려가라 하던 방이다. 나는 속이 고소했다. 이상한 소문이 들리고 내려갈 일이 없었는데... 아직도 외래 방을 안 빼고 있기 때문에... 오늘 구경 한번 제대로 해보자.


지상에서 지하 2층으로 가는 계단 길은 멀었다. 지하로 내려서자 특유의 배수관 냄새가 알싸하니 풍겨왔다. 어떻게 꾸며놨을까. 내려가니 모든 각 부서장이 다 모여 있었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어제도 속을 뒤집고 가신 부장의 방이 어떤지, 회의엔 관심이 없고 눈알을 굴리며 몰래 살폈다. 여러 가지 통계자료도 들고 갔으나 발표하지 않고 제출만 했다. 부장과의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 하지 말자 다짐했으나 얼굴을 보니 또 부회가 치밀었다. 모든 부서에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그녀가 뭐가 부족해서 내게 저러는 걸까. 오늘도 연차 사인을 어제 못 받아 갔더니 평소엔 한마디는 하는데 무슨 일로 연차 쓰는데? 이 정도. 오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을 눈알 굴리며 본 결론은 무엇이냐. 자취하는 학생의 단칸방 같더라. 책상 하나 프린트기 하나 옷장과 책장이 하나. 신발은 벗고 들어 가세요라고 방 입구 온돌 바닥에 붙어 있었다. 철제로 된 방문을 여니 너무 추웠고 늦게 간 탓에 나는 신발옆에 앉았다. 거의 다가 안건 발표도 하고 시시덕거렸으나 나는 웃음이 말라 버렸다. 사기도 떨어졌다. 절친이 그렇게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어제 아침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 참 못난 인간이구나.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그냥 내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잠시 이대로 있고 싶다.


새해에 일찍 일어나기로 한 것은 실패다. 항상 아침 6시 무렵에 눈을 감은 상태로 잠을 깨는 것은 신기하다. 왜냐면 6시 전에 알람이 울리기에. 목욕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난 뒤 거의 매일 갔다. 목욕하는 것은 재미있다. 씻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물에 몸을 담그러 간다.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니 다른 생각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도 엿보게 되었다. 잠자는 시간이 일정하니, 올빼미인 내가 너무 무리하게 새벽형 인간을 따라가지 않아야겠다. 아침잠이 저절로 없어지는 때도 온다는데 아직 나는 아침잠이 너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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