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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03. 2024

"아들이 피지컬이 좋다 보니 축구를 좋아한다."

2024년 2월 3일 새벽 카타르 아시안컵을 보고 난 후




아들이 피지컬이 좋다 보니 축구를 좋아한다. 중학교 다닐 때 체육대회에서 늘 배구나 축구선수를 했다. 그냥 운동을 다 좋아한다.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딸은 또 그렇지 않다. 동생만큼 운동을 즐기지는 않는다. 엄마는 또 그렇다. 아들의 체력을 따라갈 수도 없으나 격렬한 몸놀림을 좋아한다. 중학교 1학년때까지 팔씨름하면 내가 이겼는데 이제는 엄두도 못 낸다. 일부러 장난치면서 져주는 척하다가 완전히 꺾어 버린다. 요즘은 내 손목이 약해져 팔씨름 한지도 오래되었다. "아들아 언제 우리 붙어 볼까."


어젯밤에 아시안컵 축구를 시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탓에 미리부터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우디와의 경기는 딸과 아들의 고함소리로 자고 있으면서도 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조규성의 골이 들어가는 순간 아들이 자고 있는 내게 들어와서 엄마 한국 골이 들어갔어요 하고 나갔다. 또 승부차기에서 조현우 선수가 골을 막았다고 들어왔다. 그리고 최종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고 나갔다. 에휴 그냥 눈뜨고? 소파에서 잘걸. 엄마가 그럴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면서 말했다고 했다. 무슨 소리를 했을까. 짐작컨대 "한국이 미쳤구나 미쳤어. 잘했네."


편집 영상을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같이 못 본 것이 진짜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잠을 안 자고 소파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전에 호주가 한골을 넣은 뒤 후반전이 거의 끝나가는데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전 업사이드로 골이 취소되었는데 정말 멋진 골이었지.)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선수는 배성재 해설위원이 90분 이후부터 경기가 시작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금 참고 기다리는데 손흥민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황희찬 선수가 멋지게 쏘아 넣었다. 우리 집이 떠나갈 듯이 고함소리가 퍼졌다. "얘들아 너무 늦은 새벽시간이야 조금만 조용히 하자."


역쉬 실망시키지 않는 태극전사들이다. 잠은 이미 다 달아났다. 연장전을 보고 있는데 웬걸. 선수들이 더 날아다닌다. 세상에 연장전하는 선수들 맞아. 진작 이런 모습 보여주지. 호주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지고 4-4-2의 빈틈없는 수비도 느슨해졌다. 우리 선수들은 여유 있게 수비진을 우리 쪽으로 끌어내고 뒤흔들며 빈 공간을 침투했다. 교체한 선수들도 힘이 넘치고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결국 손흥민 선수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고 마지막 마무리까지. 이강인의 왼발처럼 정확히 오른발로 꽂아 넣었다. 우리 집은 함성의 도가니. 나도 모르게 고함에 합세했다. 그 외에도 마지막까지 위협적인 유효슈팅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젊은 피 양현준 선수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눈물이 나도 이 순간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 기쁨의 눈물이야."


아이들과 함께 시청한 카타르 아시안컵 정말 재미났다. 우리 선수들의 투지에 한없는 박수를 보내며 9년 전 호주에 설욕을 갚은 손흥민선수를 너무 사랑한다. 황희찬선수를 비롯해서 지고 있을 때 마지막까지 골을 놓지 않고 선수들과 공이 엉켜있는 모습이 또한 인상적인 경기였다. 김민재선수는 다음경기에 나오지 못해서 아쉽고 설영우의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 마무리하려니 여러 선수들의 인상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잠을 못 자고 일하러 나와서 정리가 좀 안 되는 글이다. 다음 경기도 기대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시간의 축구경기는 삶의 활력이며 기쁨이었다.  나 자신에게 다시 말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덤빌 때 결과는 나타난다."


(사진이미지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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