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2022) 리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6.1%로 시작해서 최종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26.9%까지. OTT 춘추전국시대에 시청률 26.9%는 절대적으로 놀라운 수치일 것이다. OTT가 지금처럼 범람하지 않았다면 십여 년 전 KBS 주말연속극과 같은 신드롬을 일구어냈을지도.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제목과 포스터는 처음엔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제목만 들었을 땐 그저 뻔한 상류층에 관한 이야기인듯싶었고, 이상하게도 <뿌리깊은 나무> 이후로 송중기 배우가 나온 드라마는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송중기 배우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냥 끌리는 작품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변에서 재밌다고 난리부르스를 춰대길래 속는 셈 치고 이젠 없으면 살 수가 없는 넷플릭스로 1화를 감상했고, 그렇게 나는 통학길의 심심함으로부터 해방됐다.
드라마 중반을 보면서 느끼게 된 건데,(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작중 오세현(박혁권) 대표가 해외 필름 마켓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판권 계약을 따내는 대목 중 그의 대사에서 나름 명백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거의 유일한 패착 또한 이 대사에 담겨있다.
정말 맞는 이야기다. 특히 요즘같이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분위기가 팽배해질수록 관객들의 이러한 입맛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1화부터 15화까지 이 대사에 걸맞는 연출과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쾌감을 끌어냈다. 이대로 최종화까지 억울하게 죽어 재벌 3세로 다시 태어난 진도준(송중기)의 복수의 완성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작가님이 극본을 쓰시다 갑자기 진양철 회장처럼 섬망 증세가 나타나신 건지, ‘아, 사실 모든 게 꿈이었어. 이제 일어나.’와 같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클리셰를 숨겨왔던 비밀무기마냥 꺼내셨다. 시청자들은 아무도 이 비밀무기를 예상하지 못했고, 속수무책으로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 입은 시청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피가 아닌 한숨이었고.
애초에 과거로 돌아가 재벌 3세의 삶을 17년 동안이나 살게 된다는 설정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전개와 비틀기를 통해 현실로 회귀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을까? 관객들은 현실에 없는 달콤하고 시원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데. 우리가 원한 것은 순양 공화국의 처참한 침몰이었는데.
비록 결말이 너무나도 허무하긴 하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 덕분에 심심했던 통학 길이 짧게만 느껴졌다. 올해는, 이성민 배우의 해가 맞는 것 같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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