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턴작가 Jan 01. 2024

행복을 당길 줄 아는 사람

올해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려 합니다

1월 1일, 이렇게 또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나는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 

왜 가냐고? 인턴 경험 쌓으러. (이제야 닉값할 수 있게 됨)

설레냐고? 솔직히 3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안 들었는데, 응 지금은 좀 설렌다. 사실 어젯밤에 잠도 설쳤다.

1년도 아니고 겨우 6개월이긴 하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닥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기에 왠지 모를 불안감도 자꾸만 피어오른다.


어제오늘 설렘과 불안함 속에서 친한 지인들과 신년 인사를 주고받았다. 얼추 인사를 모두 주고받으니 싱숭생숭함이 배가 된 듯하다. 배설하고 싶어졌다. 이 감정을.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감정 정리하는 데에는 글을 쓰는 것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1년 뒤에 되돌아봤을 때 이 글을 남겼던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기록으로 박아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새해 카운트다운, 새벽 일출 보기 등 각자만의 방식들로 새해를 맞이하셨을 텐데, 나는 나의 감정과 사고를 글로 배설하며 새해를 시작하려 한다. 


20대 중반에 들어서니, 뭐라도 해야 된다는 강박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부터는 나름 바쁘게 살려고 애썼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들은 최대한 해보고, 미쳐 날뛰는 학점도 나름 관리해 보려 노력하고, 큼지막한 목표들은 나름 지켜가며 살았다. 


그중 하나가 해외인턴 프로그램 지원하기였다. 더 큰 세상을 좇아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고, 미국에서 내가 또 언제 6개월 동안 살아보겠나 싶어서 별 고민 없이 지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합격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될 줄은 몰랐어서, 막상 붙고 나니 그제야 이런저런 생각거리들이 많아졌다.


'국내 실무 경험도 없는 내가 미국에 가는 게 맞을까?', '어떤 목표를 최우선으로 갖고 미국 생활을 해야 할까?'와 같은 생각들인데, 출국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도 해소가 되지 않은 고민들이다. 아마도 도착하고 나서도 한 달 정도는 이러한 고민들과 씨름하며 보낼 것 같은 느낌이다.


고민하던 와중 어제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어제 저렇게 톡을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보다 미국에서 뜻깊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넌 잘하고 있다는 말이 참 따뜻하고 고마우면서도 끙끙대고 있는 내게 위로가 됐다. 덕분에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듯하다. 에헴, 가장 인상 깊은 신년인사 TOP1이라는 영예를 제 중학교 친구 박모양에게 수여합니다.


짜식.. 취업하더니 속이 좀 깊어진 것 같네 

고맙다 친구야~ 후회 없는 6개월 보내고 올 테니 너도 더 성장하는 상반기가 되거라

갔다 오면 오마카세야~ 알지?



바빠서,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올 한 해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종강하고 출국하기 전날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약속을 잡았고, 평소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하루에 두 탕'이라는 기행도 감행했다.


중간에 살짝 지칠 뻔하기도 했고, 단기간에 이렇게 돈도 많이 써보긴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역시 함께 박장대소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라는 생각은 매년 견고해지는 것 같다. 

2023의 마지막 날에는 허, 홍, 박을 오랜만(?!)에 만나서 술도 먹고, 방탈출도 하고, 술도 먹고,, 그랬다.

마지막에 치맥 하면서 각자 신년 목표 5가지씩 정하고 24년 이맘때쯤 또 만나서 목표 달성했는지 서로 체크해 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못 지켰을 시, 하나당 5만 원씩 헌납.


돈이 걸려서 그런가, 이게 뭐라고 골똘히 고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면서, 그래도 다들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서 보기 좋았다. 다들 올 한 해 원하는 바 모두 이루리라.

즐겁게 2023 돌아보기 문답까지 하고 나오는데, 가게 문에 붙어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무미건조한 '당기세요'에 단지 세 글자 '행복을'이 추가됐을 뿐인데, 보는 사람은 기분이 꽤 좋아진다.


참 기발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문득 24년은 스스로 행복을 더욱 잘 당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행복을 좇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에게 더 나타나는 법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여러분도 행복을 당길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길 바란다.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 떠나는 법을 터득하는 순간까지, 나와 여러분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브런치에 오랜만에 들어오고 깜짝 놀랐다. 

가장 최근 글이 23년 1월에 작성한 거라니. 

올 한 해부터는 다시금 기록을, 때로는 배설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원했던 건 이런게 아닌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