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월급쟁이 생활을 해왔지만 만족스럽게 한 달을 보낸 적은 없었다. 늘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살아왔지만 숨만 쉬어도 지출은 100만원이 훌쩍 넘기 일쑤. 그렇다고 재테크가 성공적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들 하는 것들 어떻게든 따라 해 보려다가 손해 보기도 했고, 절약과 긴축을 해보겠다며 열심히 조이다가 한 순간에 고삐가 풀려서 평소보다 더 큰 지출(비싼 가방이라던가, 고급술이라던가)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수많은 짠테크 사례들이 난무했고 재테크 지식이 쌓여갔지만, 내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짠테크를 섣불리 남들만 따라 시도했다간 어느 순간 지출 욕구가 훅 터져버릴 것이고, 재테크를 멋모르고 따라 하다간 손해만 볼 것이 뻔했다.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어찌 되었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나의 수입과 지출, 현금흐름에 대해서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었다.
현금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간은 가계부를 쓰기를 권한다. 은행/카드사와 연계되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계부 어플들도 많이 있다. 나의 경우는 '편한가계부' 어플을 3년 간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데, 카드사 문자가 올 때마다 어플과 연동되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수기 가계부를, 엑셀로 나만의 방식으로 가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엑셀로 정리하는 방식도 추천한다.(데이터 가공을 통해 원하는 구분자로 분류하거나, 시각화할 수 있어서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매월의 현금흐름은 아래의 형태를 따른다.
수입(고정수입+변동수입)-비용(고정비용+변동비용)-투자/저축-예비비=0
1) 고정수입
고정수입은 일반적으로 월급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매월 정기적인 시기에 고정적으로 받는 급여가 있을 것이다. 인사팀 재직자인 필자는 가끔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본인의 월급여를 알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아 놀라기도 한다.(의무적으로 연봉계약서를 교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내 월급이 얼마이고, 소득세 등이 공제된 후 실수령액은 얼마인지 매월 급여명세서를 꼬박꼬박 확인하도록 하자. 필자의 경우는 매월 고정수입 액수가 차이가 없는 편이다.
2) 변동수입
변동수입은 발생 여부가 고정적이지 않고 액수에도 변동이 있는 수입들을 통칭한다. 고정적이지 않은 부수입이나 적금 등의 이자소득 등을 의미한다. 필자의 경우는 현재 부수입은 별도로 없는 상황이며, 적금으로 인한 이자소득과 가끔씩 매도하는 주식으로 인한 투자실현수익을 이 항목으로 분류해둔다.
3) 고정비용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필자의 경우는 주거관련비, 실비/암보험료, 통신/교통요금, 전기/가스요금 등이 이 항목에 해당한다. 고정적인 비용들도 있지만 계절 등의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있는 항목들도 있다(전기/가스요금). 가계부를 꾸준히 적어왔기 때문에 대략 시즌별 공과금 등이 예측 범위 안에 있는 편이라 그 데이터를 활용한다.
4) 변동비용
매월 변동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다. 식음료비, 사교비, 의복미용비, 자기계발비 등. 나의 경우는 작년까지만 해도 변동비용의 변동성이 상당히 컸다. 어느 날 갑자기 골프를 배우겠다며 골프레슨을 등록하고 관련 물품을 사느라 100만원 이상을 한 달에 지출한 적도 있고, 꾸준히 하지도 않을 PT를 등록하여 150만원을 지출한 적도, 한 달 내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 산해진미를 먹고 다니느라 사교비로만 100만원 이상을 사용한 적도, 이젠 들여다보지 않는 가방과 구두를 사느라 큰 소비를 한 적도 많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다 마음 아픈 소비들이나,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반성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감사하고 있다. 변동비용의 특징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를 통해 해당 항목들을 분석하고, 반성하고, 특정 시즌이 오면 마음의 준비도 하면서 해당 비용을 어느 정도는 통제해야 한다.
5) 투자/저축
특정 기관에서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는 월급의 약 3~40%를 저축하고, 21%는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난생처음재테크) 일반적으로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저축 비율은 월급의 50~60% 정도라고 한다. 구체적인 비율은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월 연속적인 캐시플로우가 있는 직장인일수록 저축/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자취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50%~65% 정도는 매달 투자/저축에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투자와 저축의 비율 역시 사람마다 경제적 목표와 성향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6) 예비비
예비비는 건강 관련 비용이나 경조사비 등 내 예상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비용들을 위해 비상금 명목으로 잡아두는 금액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30대의 직장여성인 필자의 현금흐름은 어떨까? 간단히 항목들을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정수입: 소중한 월급 (월급 외 고정적인 수입은 없는 상태)
-변동 수입: 적금으로 인한 이자소득과 가끔 발생하는 주식 실현 수익 등을 월평균으로 계산한 금액
매달 같은 현금흐름이 아닌 데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변동성이야 물론 있겠지만, 내 수입을 정확히 알고,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을 통제하고, 투자/저축액과 예비비를 설정해주는 것은 자산 관리에 매우 좋은 시작점이 된다. 명확하게 파악한 후부터는 어떤 부분에서 조정이 필요한지, 자산과 관련하여 어떤 부분을 공부하면 좋을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