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바야흐로 교향악축제의 달이다. 일명 교축-
교향악축제는 1989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어 올해가 34번째라고 한다. 전국 20개 교향악단과 20명의 지휘자, 22명의 협연자가 참여한 이번 2022년 교향악축제의 부제는 '하모니 Harmony'이다.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조금씩 회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시의적절한 부제라고 생각한다.
교향악축제에서는 전국 각지의 교향악단과 지휘자, 협연자들의 무대를 저렴한 티켓값으로 만나볼 수 있다.(B석 기준 1만 원이며 가장 비싼 좌석인 R석이 5만 원이다.) 게다가 4월이라니. 벚꽃이 만개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봄에 예술의전당에서 듣는 클래식 공연이란...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본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에는 지휘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프리 토크를 진행하는데 그날의 공연 예정자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를 통해 듣는 공연 소개가 꽤나 재미있고 흥미롭다.
4월 2일에 시작하여 4월 24일까지 계속될 교향악축제는 어느덧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나는 올해 2번의 교향악축제를(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예당에서 보았고, 나머지 공연들은 유튜브 생중계로 간간히 보고 있는 중이다.
교향악축제-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PROGRAM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M.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레스피기 로마의 분수 P.106 O. Respighi Fontane di Roma, P.106
드뷔시 바다 L.109 C. Debussy La Mer, L.109
교향악축제-KBS교향악단 PROGRAM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 K.218 W. A. Moart Violin Concerto No.4 in D major, K.218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Eb장조 WAB 104 '로맨틱‘ A. Bruckner Symphony No.4 in E-flat major, WAB 104 'Romantic'
두 교향악축제 모두 운 좋게 B석 티켓팅에 성공하여 1만 원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본 공연도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협연자들의 앙코르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당시 협연자였던 임주희 피아니스트의 앙코르곡이었던 열정 3악장... 3층석에까지 그 에너지가 느껴져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름답고 멋진 선율로 귀 호강을 하고 있는데 오늘 하루 있었던 분노와 짜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훌훌 털고 이 자리에 앉아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공연을 마친 후, 이 감동을 함께 공유하고자 일행과 음악광장에 있는 카페 야외석에 자리를 잡고 헤페 바이젠을 주문한다. 맥주 종류가 세 가지가 있지만(라거, 흑맥주, 밀맥주) 이곳에선 무조건 밀맥주를 마셔야 한다. 음악광장의 큰 스크린에서 공연이 재생된다. 음악 소리를 배경 삼아 일행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참으로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성남시립교향악단과 금난새 지휘자님의 앙코르곡-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듣고 있다. 집에서 이렇게 좋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감사한데 앙코르까지... 블랑 캔맥주를 하나 곁들이니 이곳은 그저 천국. 오늘 나를 화나게 했던 일들도 잊고 그저 이 호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공연 후 밀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잊지 못할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