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춘’은 김해에서 가장 오래된 중화요리 집이다. 금요일 퇴근길이나 주말이면 으레 들르는 단골 요리 집이다. 주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혼자 다녀서 값나가는 중화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비싼 음식이라고 먹어본 음식은 탕수육이 고작이지만 다들 여기 탕수육이 맛있다고 말한다. 바삭한 튀김옷을 헤집고 들어간 이가 등심 고기에 닿을 때 그 분명한 경계의 식감이 탁월하다.
지난날 못했던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한 음식은 사천 짜장면이었다. 해물을 씹을 때 전해지는 쫄깃한 식감과 매운 듯 맵지 않은 그 맛은 내가 먹었던 면 요리 중 최고였다. 오늘은 근래에 자주 먹는 고추밥을 주문했다. 이름에서처럼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매운맛일 줄 알았는데 전혀 맵지 않다. 얇게 저민 죽순의 사각거리는 식감과 기분 좋게 쫄깃한 문어의 식감이 감칠맛 나는 두반장과 어우러져 미각을 즐겁게 한다.
지금은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20년 전까지 김해에서는 꽤 규모 있는 중화풍의 요리 집이었다. 1946년 화교였던 ‘곡소득’이라는 분이 지금 자리에 요리 집을 연 이래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1979년 첫째 아들이 물려받아 운영해 오다가 한때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거의 10년째 둘째 아들이 대를 잇고 있다.
이곳에 추억이 깃든 터주대감 뻘 되는 어르신들이 찾아와 앉아계시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오래된 중화요리 집인 ‘수정루’와 ‘남광식당’에 비해선 조금씩 호불호가 있겠으나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미묘한 차이까지 가려낼 만큼 예민하지도 않거니와 그것 때문에 굳이 딴 곳을 찾고 싶지 않다. 김해에 이사 온 이후로 친구랑 종종 들렀던 음식점이고 집과 교회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늘 즐겨 찾는 요리 집이다.
식당 안은 오래된 음식점치고는 참 조촐한 편이다. 내가 예의주시하는 것은 이분의 요리에 대한 태도다. 김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세가 있는 요리 집인데도 분점이 없다. 주방장을 따로 두지 않고 대표가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고 홀에서는 부인이 서빙을 한다. 손님이 몰릴 때면 대표와 부인이 싸우는 것처럼 큰 소리가 오가며 무척 분주하다.
요리사는 자신이 조리한 음식을 가장 맛있을 때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때문인지 여기서는 음식을 배달하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방에서 서둘러 요리가 시작된다. 요리 집을 직접 운영하면서 손수 요리하는 사람한테 음식은 그저 팔기 위한 어떤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팔기 위해서만 그 음식을 만든다면 그 요리사는 자기를 잃은 사람이다.
예전에 이화여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던 삼촌 밑에서 잠시 일손을 거든 적이 있었다. 그때 삼촌이 당부했다.
“만약 네가 음식 장사를 하게 된다면 절대 남이 만든 음식을 사서 되팔 생각은 말아라. 네가 직접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내놔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말이었다.
요리사는 음식에 자신의 의지와 정성을 담는다. 요리사에게 음식은 자신을 전달하는 매개다. 어디 비단 요리사뿐이겠는가? 마치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자신의 관념을 캐내듯 요리사는 음식에 자신의 관념을 빚어 내놓는다.
천국의 일꾼이 이렇지 않을까? 무엇이 우리로부터 일과 자기를 유리시켰을까? 일이 오로지 생산과 이윤만이 목적이 될 때, 그 일은 우리에게서 자기를 앗아간다. 75년을 한결같이 일과 일치된 자기를 보여주는 경화춘의 주방에서 새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