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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서 왜 스타트업인가에 대한 완벽한 답변

스타트업 #17 - 인재상 2

by 임영재

스타트업이란 자고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하는 팀이다. 해결책이 없던 문제를 최초로 풀어보려고 하다 보니 정답이 없는 건 당연하거니와 공들인 노력의 정도가 성공의 가능성과도 비례하지 않는다. 즉, 안 될 확률이 항상 크다. 하지만 이 똑같은 실패의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실패를 교훈 삼아 바로 다음 액션을 준비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좌절하고 심지어 일부는 회사를 떠난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지금 10명도 안 되는 우리 회사에 나와 처음부터 혹은 초반부터 같이한 팀원이 절반이다. 채용은 50명 정도 했으니 같은 경험에서 남는 사람은 남고 떠나는 사람들은 무진장 빠르게 떠났다. 남은 사람들에게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데 바로 회사에서의 목표가 인생의 목표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오래 근속하시는 분들의 목표가 단순히 더 나은 기능의 배포, 전환율 상승, 매출 상승 등이 아니었다. 나와 전 회사에서부터 함께한 파운딩 멤버분이 근속의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제가 글로벌 프러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숭고한 목표였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이 큰 문제를 풀어가는 조직이다. 당연히 실패 10번에 성공 1번일 수밖에 없다. 성공이 성공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다음 실패가 찾아온다. 마치 등산처럼, 긴 시간 치열하게 싸워오다 잠시 뒤돌아 보면 그제야 지금까지 이뤄낸 성장이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 개발, 버림을 반복해 왔는데 어느덧 수 십 개의 고객사가 생겼다. 분명 우리는 PMF를 찾기 위해 고객 하나 하나 테스트를 해오고 있었는데 지금은 고객사가 많아지니 자연스레 스케일 할 방법을 찾고 있다. 돌이켜보니 PMF는 어느새 찾아버렸다.


며칠 전 한 고객사가 나와 30분 줌 콜을 요청했다. 우리 서비스 특성상 온보딩이 끝나면 모든 게 자동이기 때문에 서비스 종료를 요청하는 게 아니고서야 우리와 따로 연락할 이유는 없다. 긴장된 마음으로 미팅에 들어갔더니 그 브랜드의 경영진이 참석하셔서 갑자기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다. 매출의 변동 속에서 리텐틱스가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히 다며 리덴틱스에서 개발하는 다른 기능은 없냐고 여쭤보셨다. 뭐든 더 써보고 싶다고 하셨다. SaaS에서는 최고의 찬사이다.


우리 서비스를 도입하면 고객들은 즉시 가시적인 성과를 경험하니 이탈도 없다. 세일즈 미팅 후 유료고객 전환율은 55% 정도 된다. 업계 평균 세 배이다. 이러한 성과를 각 파트에 딱 한 명씩만 있는 단 10명도 안 되는 팀이 만들어 내고 있다.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AI 개발자 한 명, 이런 모델이 잘 돌아가게 하는 한 백엔드 개발자 한 명,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는 프러덕 디자이너 한 명, 그리고 고객들을 발굴하고 세일즈 후 온보딩까지 담당하는 어카운트 매니저 한 명,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이러한 고객들의 피드백과 우리의 성과는 오롯이 각 개인에게 큰 성취로 돌아간다. 큰 회사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경험과 성장일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이유는 별거 없다. 경험과 성장이다. 그리고 그 경험과 성장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 혹시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이유가 돈과 복지, 자유로운 근무환경, 수평적인 문화 등이라고 생각한다면 감히 잘못된 장소에 계시다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팀은 다음 라운드인 시리즈 A까지 10명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시리즈 B까지는 20명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상상해 보자. 전 세계 시장에 몇 천 개의 브랜드가 사용하는 유명한 서비스를 단 20명도 안 되는 팀이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 개개인이 끼치는 사회적 임팩트가 얼마나 클지 말이다!


가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퇴사는 지능순’처럼 말이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죽을 확률이 큰 돌연변이들이다. 그리고 그런 돌연변이들의 생존 확률이 낮은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억해 달라. 돌연변이가 진화를 이끈다.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도전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자, 이제 인정하자. 도전이 지능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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