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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A 브릿지2 투자 클로징 했습니다.

스타트업 #20 - 네 번째 투자유치

by 임영재

지난 5월, 우리는 법인 청산까지 고민해야 하던 순간이 있었다.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나는 이 모든 일이 결국 내 무능함에서 비롯된 것만 같았다. 그때 쓴 브런치를 다시 보면, 높은 세일즈 전환율과 잔존율을 근거로 PMF를 달성했다고 믿고 있었지만, 동시에 매출은 낮고 성장은 더뎌 우리가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열 가지가 넘는 GTM 가설을 테스트하며 제발 하나만 얻어걸리길.. 간절했다. 얼마나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는가. 나의 여정은 창대했지만 결국 실패한 창업자가 되기란.. 용기가 나지 않았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이지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힘듦이었다. 첫 고객이 이탈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첫 제품이 실패했을 때는 정말 이대로 사업이 끝나는 줄 알았다. 팀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을 때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고 미국에서 6개월 동안 단 한 명의 고객도 만들지 못했을 때, 나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창업자라 생각했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 끝까지 나를 믿고 함께해 주던 팀원들, 응원해 주던 지인들, 그리고 초기 투자사들에게 차마 여러분들의 믿음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의지로 나는 내 연봉부터 줄였고 우리 팀원들조차도 기약 없는 연봉 동결과 줄어드는 복지를 함께 견뎌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수많은 가설 중 하나였던 새로운 기능이 우리 성능을 거의 두 배로 끌어올렸다. 예비 충성고객을 타깃해 VIP로 전환시키며 매출을 극대화하는 기능이었는데, 이거 우리가 지난 4년간 꾸준히 개발해 오던 거였다. 우리는 이 기능을 CRM으로 풀어내 자동화로 구현했고, 처음 도입한 브랜드들에서 성능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우리 매출도 함께 올랐다. 그럼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노력의 결실일까.


게다가 어느 날 미국을 진출하는 한국 브랜드들 사이에서 리텐틱스가 미국 CRM 자동화 맛집이라 소문이 한번 돌았고, 덕분에 신규고객도 갑자기 많이 들어와 우리는 전례 없는 성장을 경험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나는 곧바로 IR 덱을 전면 수정해 투자 미팅을 다시 돌았다. 그리고 8월, 라구나 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한 여러 투자사로부터 추가 커밋을 받으며, 감사하게도 목표 금액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오버부킹을 만들어냈다.


맞다. 문동은의 말 처럼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나는 투자미팅을 돌던 중 예전부터 인연이 있던 한 투자사와의 IR 미팅 후에 우연히 그 상무님이 우리 팀을 평가하셨던 카톡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대단하다. 난 리스팩해 여기. 결국 해냈잖아.'


나는 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결국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응원하지만, 속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미련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한 번쯤은 그랬을 거다. 나 조차도 나 스스로 의심한 적이 있는데 나를 보는 주변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그런 우리를 진심으로 인정해 준 누군가의 짧은 메시지가 그 순간만큼은 참 감사했다.


우리 결국 해냈다.


리텐틱스 투자유치 기사 보기

https://www.mt.co.kr/future/2025/10/22/20251022092931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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