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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Dec 20. 2022

앞으론 에세이만 발행하려구요

이 채널의 콘텐츠 실험을 마칩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언 3개월이다. 그간 쌓인 생각들이 많아 글을 남긴다. 


콘텐츠를 가지고 많은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다루는 '진짜 잡지'이고 싶었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남기는 게 목적이었다. 잡지 에디터로서 만들어온 콘텐츠를 브런치 스타일로 업로드하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스레 내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시작한 브런치이지만, 욕심이 생겼다. 브런치에는 에세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았고, 에세이스트가 되고자 했다. '기자' 혹은 '에디터'라는 틀을 벗어나는 걸로 목적을 수정했다. 에세이는 안 해본 영역이었기 때문에 호기심도 강하게 일었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는 에세이를 썼고 나름 반응도 좋았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누군가는 나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구독을 해왔고, 다른 어떤 이는 에세이를 선호해서 구독 버튼을 눌렀다. 에세이를 발행할수록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구독자는 불만족했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발행하면 에세이 구독자가 구독을 취소해왔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미미한 고민이긴 하다만, 나름 브런치 하는 걸 즐기는 터라 고민이 앞섰다. 가능하면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고 좋지 않은 반응을 얻는 게 싫었다.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브런치든, 유튜브든, 블로그든 채널이 인기를 얻으려면 한 길만 가야 한다. 얼마 전 유튜브 인플루언서 '신사임당'을 만나서 직접 들은 얘기다.(그와의 인터뷰는 '고수의 생각'에 곧 올라갑니다) 그는 꾸준히 오래 하면 성공할 거라고 하는 세간의 명제를 뒤집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뢰를 얻으려면 '오래+한 우물만+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3개월 동안 브런치를 열심히 했다. 최근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시간이 안 나 띄엄띄엄 발행하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콘텐츠를 올리는 편이었다. 부족한 건 한 우물만 파는 거였다. 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에세이 두 가지를 모두 끌고 가고 싶었다. 신사임당의 조언을 알고 있었으나 그걸 보기 좋게 뒤집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그건 무리였던 것 같다. 요즘처럼 콘텐츠가 수일에 한 번 올라가는 루틴이라면, 한 우물 파는 데 집중하는 게 나아 보인다. 이 채널에 딸린 매거진이 4개이니 매거진 별로 수일에 하나씩 콘텐츠를 발행하더라도, 한 달이면 매거진당 1~2개의 콘텐츠만 올라가는 꼴이다. 그런 채널을 누가 구독한단 말인가. 원치 않았지만 그렇게 에세이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도 아닌 정체불명의 개성은 현실이 되었다. 


결단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발행을 멈추기로 했다. 애초에 시작한 건 그것 때문이었지만, 하다 보니 에세이야말로 내 틀을 깨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섰다. 안 해보던 걸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도 있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구독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앞으로는 에세이만 발행하려고 한다. 다만 인터뷰를 정리한 '고수의 생각'은 병행할 예정이다. 인터뷰는 에세이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구독자든 모두 선호했기 때문이다. 


뭐 대단한 채널이라고 장문의 글까지 쓰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콘텐츠 실험을 멈춘다는 선언 정도는 하고 싶었다. 그만큼 브런치를 진심으로,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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