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벼락선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구로그 Nov 13. 2024

불망의 도약 - 1

부름에 관하여.

누군가에게 부름을 받아 보신적 있습니까? 


    우리는 사회를 살아 나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고는 합니다. 간단하게는 감탄사와 이름에서부터 신분, 관계, 그리고 가치관에까지, 저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겉치레가 달라붙고는 합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저를 감싸고 있는 잡다한 포장은 결코 제가 될 수 없음을. 길게 볼 필요 없이 저는 매일 달라지는 존재이고, 저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역시 변하는데, 저는 결국 매일 다른 피부를 입고 다른 옷을 걸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간혹 그 허물이 너무 두꺼워 그 너머를 보기 힘들 때도 있고, 너무 쉽게 바스러져 저 자신이 적나라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달라지는 저의 모습을 깨닫고는 제 손으로 재단할 때가 가장 무섭습니다. 저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떠올려도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 시점에서, 아마 저는 아직 크게 간절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결국 변화를 인정해야만 하는 저 자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제 인생의 끝에는 무엇이 머물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한 끝에, 명확한 형상보다는 받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지니기 위해서는 받아야 하는 법. 가장 나중의 순간, 현세의 포장을 걷어낸 채 다가가는 죽음의 끝에는 다만, 오직 저에게 잊으라고 종용하는 망각의 부름을 받기를 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