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 둘째 날.
멘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하이킹을 마친다. 이 하이킹 길은 아주 평이한 데다가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어 최고의 하이킹길이라 칭한다.
그 하이킹길 마지막에 있는 식당에서 맥주 한잔 축이고는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 피르스트(First)로 간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피르스트로 가려면 그린델발트로 산악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린델발트에서 시내를 지나 곤돌라를 타고 한참을 올라야 피르스트다.
알프스 어느 산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피르스트에 오르려면 곤돌라는 타야만 한다. 곤돌라 비용은 한눈에 보면 '이렇게 비싸게 받나?' 싶지만 정작 타고 오르다 보면 '그래 이 정도는 받아야겠네'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해발 2,168미터 피르스트에 도착한다.
피르스트는 분명 액티비티의 천국이라 불릴만한다. 안내 지도에 '피르스트 글라이더', '마운틴 바이크', '트로키 바이크'라고 적혀 있고 각 기구를 타는 구간까지 표시돼 있다.
그러나 난 당시에 왼쪽 손목에 금이 간 상태로 간 터라 손을 쓰는 액티비티는 모두 패스. 피르스트 글라이더 옆에 있는 집라인 하나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 집라인 타고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내려가는 그 멋이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피르스트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면,
바흐알프제(Bachalpsee) 하이킹(왕복 3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좀 더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 길로 슈니케 플라테까지 쭉 능선을 따라가기도 한다.
두 번째는 피르스트에 있는 절벽 걷기(Cliff walk).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풍경에 심취되는 길이다.
세 번째는 글라이더, 세 바퀴짜리 마운틴 바이크, 그리고 트로키 바이크 세트다. 물론 각각 끊어도 된다. 트로키 바이크는 쭉 타고 내려가서 곤돌라 매표소 인근에 있는 반납 장소에 반납하면 된다.
참고로 트로키 바이크는 중간중간 자동차 길을 지나게 되는데 안전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자칫하면 넘어질 수도 있을 텐데 자동차와 부딪치면 대형사고가 날 듯하다.
피르스트에 도착해서 곤돌라에서 내리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피르스트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과 손예진이 하늘을 나는 행글라이더를 보며 다시 만나는 장면을 찍었던 곳이라고 한다.
피르스트 글라이더다. 글라이더에 매달려 슈퍼맨 자세로 내려가게 돼 있다. 생각보다 짧지만 그래도 나름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알프스 만년설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상상.
나는 글라이더 대신 집라인을 탔다. 처음엔 무서워서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막상 출발하니 마찰력 때문에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탈만 했다.
집라인을 타면서 찍은 영상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내려오는 사람들을 피사체로 기록만 남겨둔다.
피르스트를 지키는 마모트인가.. 우리를 반겨준다. Hallo~.
그리고는 길을 따라 천천히 소요하듯 걸어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감상하고 느끼는 것. 그것이 스위스 대자연이 주는 맛과 멋이 아닐까.
이제 절벽 걷기(Cliff walk)로 가 본다.
절벽을 뱅 둘러 길을 만들어 뒀고, 그 둘이 동시에 지나기에도 부담스러운 좁은 길을 걸어간다. 마지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알프스를 보게 된다.
그 절벽에 끝에는 식당이 있다. 긴 고난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희망의 여신처럼 말이다.
그 식당 한편에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 포인트가 있다. 길게 줄을 늘어서 있지만 기다림도 스위스에서는 하나의 멋이기에 줄을 선다. 그렇게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 말이다.
나도 뒤에 선 외국인에게 부탁해서 인생샷을 건져보려 했으나 자연이 문제가 아니라 역시 사람이 문제다.
포토포인트에서 쭉 둘러보면서 파노라마 배경을 눈에 담아본다.
그렇게 집라인만 타고, 시간에 여유가 없어 바흐알프제 하이킹을 못한 채로 피르스트를 내려왔다. 못다 한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한다. 그래야 또 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린델발트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마을 풍경이다.
그렇게 나의 이틀째 여정의 하이라이트 피르스트 여행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슈니케 플라테를 올라만 보려고 부지런히 갔으나 그날 마지막 기차를 10분 차이로 놓치는 바람에 슈니케 플라테도 다음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