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레길 협동조합 웹진을 창간하며
마을 여행사인 ‘돌레길* 협동조합’이 웹진을 만들기로 하고 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 동안 몇 번이고 우리는 왜 웹진을 만들기로 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했다. ‘돌레길 협동조합’에서 초등학교 시절 소년○○일보 명예기자, 대학 신문사의 수습기자라는 비루한 경험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편집장인 나 하나인데, 혜화동의 「스트리트 H」를 만들어 보겠다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돌아보면 혜화·명륜 성곽마을 주민과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2020년 ‘돌레길 협동조합’이라는 마을 여행사를 만들 때에도 그랬다. 마을 여행사 준비와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만나게 되었고, 누군가는 이 시기에 무슨 여행사 창업이냐 했지만 우리는 해보기로 했다. 팬데믹 기간을 여행상품을 다듬고, 운영 준비를 더 탄탄하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하지만, 팬데믹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준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성균관대학교의 문을 두드려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운이 좋게 서울시 마을관광 신규 콘텐츠 발굴 공모전에도 선정되어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며 여행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새 상품을 준비하며 동네 곳곳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보였다. 대학을 포함해 학교가 많은 동네이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든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고, 학교 앞 음식점, 커피숍, 공방, 서점 어디에도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
뭐라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탐방코스에 공방체험을 연결해보려고 동네 공방을 찾아갔다. 돌레길 구성원(돌레지기)들이 공방체험을 신청하고, 직접 해보면서 공방지기인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공방을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 마을 사람 개개인의 이야기는 동네에 오래 살았던 주민에게도 성균관대 학생에게도 새롭고 재미있었고, 그 장소를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 줬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은데, 마을 여행을 오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잡지를 만들어 온라인 여행을 먼저 시켜보자 했다. 마을 여행은 마을자원이 많이 필요한데, 이렇게 마을 사람과 장소를 만나고 기록하다 보면 우리도 마음 든든한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우리가 소개한 사람과 공간을 만나러 우리 마을로 오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웹진 「혜화·명륜 돌레」를 시작했다.
말과 글은 달라서 멋지게 마을 곳곳을 해설하는 우리 돌레지기들이 나에게 매주 원고 독촉을 받고도 원고를 내놓지 못했다. 결국 우리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에 웹진 기자단을 모집했고, 경험 있는 동네 청년 세 명이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우리는 천천히 오래 가보려고 한다. 여러분이 “혜화·명륜 돌레?”하고 내민 우리 손을 잡고 우리 마을을 함께 돌아볼 수 있도록.
(정지혜 편집장)
*돌레길은 ‘돌래? 마을 둘레길’이 합쳐진 이름이다. 여행자들에게 친근하게 성곽마을 둘레길을 함께 돌아보자는 권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