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는 두렵고 무서울 만큼 견고한 유리천장과 차별이 존재한다. 아니 사실 없는 데 있는 것처럼, 너무 구체적으로 있는 것처럼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오감으로 느껴지지만 감히 깨어버릴 시도도 하기 힘든, 아니 과연 내가 저것을 깨버릴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드는 그런 유리천장 그리고 차별.
그것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제목과 시작의 공격적임에 비해 결론은 조금 다르다. 유리천장 혹은 차별은 없다. 내뱉은 말을 해 내느냐 해내지 못하느냐 그것을 평가받을 뿐, 이 글은 결론은 이 부분이다.)
조금만 관심 있게 스타트업 생태계 혹은 한발 더 들어가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살펴보면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아닌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가 더 많고 크게 와닿기에, 전부 그렇게 느껴지는 그런 내용이다.
-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국내 명문 대학교 혹은 해외 유명 대학 출신의 창업자
- 대(유명) 기업 출신
- 금수저
유니콘 기업 혹은 유명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자분들은
위 3가지 케이스가 다 들어맞는 경우는 아니라도 한 가지라도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의 경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원래 그런 것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높은 비율로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인증된 스타트업 기업들을 나열해 본다. (상장 등을 이유로 유니콘이었다가 제외된 기업도 포함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창업자분들의 배경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1. 쿠팡 - 김범석 (설립자,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보스턴컨설팅)
2. 비바리퍼블리카(토스) - 이승건 (설립자, 서울대 치대)
3. 컬리(마켓컬리) - 김슬아 (설립자, 민족사관고, 미국 웰즐리 대학교, 골드만삭스, 맥킨지)
4. 티몬 - 신현성 (설립자, 와튼스쿨, 맥킨지)
5. 위메프 - 허민 (설립자, 서울대)
6. 두나무 - 송치형 (설립자, 서울대)
7. 직방 - 안성우 (설립자, 서울대)
8.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 이승재 (설립자, 서울대)
9. 리디(리디북스) - 배기식 (설립자, 서울대)
* 존경하는 창업자분들이지만 존칭을 생략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무섭다. 주변에 한 명 있기도 힘든 서울대 / 유학파 출신들이 계속 등장한다. 유니콘 기업을 벗어나서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이며 스타트업 투자 업계의 유명 VC분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그런 분들이 창업한 기업만 우선 예를 들었고, 아닌 창업가분들도 많다. 내 입장에서는 아닌 분들이 존재함을 엎드려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분들은 뒤에서 또 언급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명문대, 유명 기업 출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영역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거나 그 시기를 지나 대기업 수준이 된 기업이 몇 개인데, 그중 가장 유명하다 여겨지는 1/3을 나열했는데 창업자들이 저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식 인증한 유니콘 기업은 27개이다.)
비단 유니콘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의 IR 행사장을 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서울대, 카이스트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구나 하는 것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외 초우량 대기업 출신이라는 플러스알파까지 더해진 창업자 분들이 다수를 차지함은 굳이 말해 무엇하리.
'이건, 내가 사는 세상이랑 다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별도로 있는 듯하다. 아니 별도의 세상이 진짜 있다.'
투자를 받겠다고 처음 대외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초기에는 그런 분들이 도처에 포진해서 피칭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장소를 도망 나오고 싶은 적이 많다. 나는 피칭을 하며 내세울 것이 너무나도 없어서 눈물이 핑 돌던 때도 있었다. 땅으로 꺼져버리거나 하늘로 솟아버리며 그 공간에서 딱 사라져 버리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왜 나는 열심히 살지 않았나?"
열심히 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이자 회한이라는 것이 딱 맞는 표현 같다.
그러한 경험을 하는 순간순간에,
빌 게이츠가 했다는 유명한 조언이 여러 번 떠올랐다.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한테 잘 보여라. 사회에 나온 다음에는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Be nice to nerds. Chances are you’ll end up working for one)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이 먹으니까 더 동의하게 된다. 공부 열심히 할 것을.........
나이 서른 중반이 넘어 부모님이 공부해라 공부해라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물론 꼭 공부로 한정 지으면 사실 얘기를 풀어 나가기가 힘들어진다. 정확히는 10대 시절에 20대 시절에 그 순간 처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받아들여지는 최상의 결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단순하지 않은가? 10대 - 20대 시절에 저 정도 성과를 얻었다면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나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일타 강사에게 수백 수천만 원짜리 과외를 받았다 해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았으면 얻기 힘든 성과인 것이다.
그런 노력과 결실이 바닥에 깔려 있기에 위에 언급된 창업자분들은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낸 창업가가 된 것이다. 또 저분들이라면 해내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수억/수십억/수백억/수천억이 필요한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얻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명문대, 대기업 출신이라서 투자를 받아낸 것이 아니라, 돈을 투자하면 창업자 스스로가 내뱉은 말을 이루어 낼 것이라는 믿음이 그 창업자들의 삶을 조금만 살펴보면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러면 이 명문대, 대(유명)기업 출신이라는 공식을 벗어나는 창업자를 한번 살펴보자.
1. 야놀자 - 이수진 (설립자, 전문대, 모텔 종업원)
2.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 김봉진 (설립자, 실업계 고교, 서울예대, 국민대 대학원)
3. 무신사 - 조만호 (설립자, 단국대)
4. 넷마블(넷마블은 이미 유니콘을 뛰어넘었지만 대표 흙수저 창업가로 알려져 있기에 예를 든다) - 방준혁 (설립자, 중졸)
5. 지피클럽 - 김정웅 (설립자, 학력 공개 안됨, 용산에서 게임기 유통 회사로 창업)
* 존경하는 창업자분들이지만 존칭을 생략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학력이나 이력을 놓고 보면, 위에 언급한 창업자분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럼 이분들은 어떻게 유니콘 기업을 일궈낸 것인가?
압축 요약하면 그 노력의 수준이 다른 창업자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치열했다는 것이다. 이분들의 삶을 잠시라도 찾아보면 그 모든 유리천장과 차별 따위가 한방에 사라질 정도로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미친 듯이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간단히 몇 줄 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치열함이 있다.
그러한 공부가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치열함과 간절하고 집요한 노력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이 아닐까?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시점의 초기 창업 기업들의 대표들은 이런 안 좋은 스펙을 가지고 창업한 분들을 찾기 어렵다. 많지 않기에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좋지 않은 스펙으로는 창업을 안 한다는 말이다. 아니 못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창업을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하는 것일 테고.....
나의 가까운 주변을 둘러봐도, 없다. 전무하다.
조금 더 멀지만 제법 가까운 쪽을 둘러보면 내가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님들이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대부분 비슷하다. 투자 유치나 기업 활동이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대표들은 거의 없다.
도대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지방대 출신은, 대기업 출신이 아니면 스타트업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냉정하게 확률적으로는 "그렇다"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 90% 이상이 망한다. 아니 99%............
왜 나 따위가 감히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하는가? 야 그럼 넌 창업 왜 했냐?라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다. 나도 이렇다는 것을 창업하고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단순하다. '내가 가장 공부를 잘하는데, 제일 열심히 공부한다'라는 어느 서울대 합격자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이 이유 때문이다, 그냥 평범하게 혹은 대충 살다가 창업을 하면 안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창업의 출발점이 저 앞에 있는 창업자들이 이미 초스피드로 달리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따라잡나? 뒤에서 멍하게 보다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세배 정도 열심히 달리면 겨우 비슷할 테고 다섯 배 정도 열심히 달려야 앞서 나갈 수가 있는 것 같다.
이수진 대표님이나 김봉진 대표님 그리고 뒤쳐진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유니콘 기업을 일군 또 다른 대표님들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뛰고 달렸을 것이다. 그 유리천장이나 차별을 나쁘게 인식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뒤쳐진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달리고 달려서 앞에서 출발한 유니콘 기업의 대표님들과 나란히 어깨를 맞추었을 것이다. 흙수저 물고 태어나서 그러지 못한 것을 현재에서 다 만회하였거나 학창 시절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을 현재에 만회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 흙수저를 물었든 열심히 살지 않았든 같은 얘기이다. 뒤에서 출발해서 죽어라 달려 앞지른 것은 같은 것이니..
그럼 나는 어떤가? 되돌아본다.
위에 쭉 적은 내용대로 과거에 다른 창업자분들 보다 과거에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을 지금 만회하기 위해 죽어라 달려보고 있다. 최선을 다했냐 물으신다면 "그렇다". 뒤에 쳐진 출발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놀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일하고자 노력해보고 있다. 다만, 능력이 부족한 것은 일단 좀 빼고.
그렇게 이 악물고 달려 본 결과, 겨우 이제야 뛰어난 초기 창업자들이 모이는 자리의 말석에 몇 번 앉아본 수준이 되었다.
가장 끝 말석이기에, 앞서 달리는 창업자분들이 대부분 좋은 성과(투자 등)를 얻어가고, 나에게 돌아오는 성과는 아직 없다.
유의미한 성과가 없기에 나는 더더더 앞으로 달려야 한다. 아직 멀었다. 한참 부족하다.
이걸 인식하는 순간 멈추고 싶어 지는데, 그 순간도 이겨내야 한다.
이게 내가 처한 현실이다.
좁혀지는 듯 좁혀지지 않는 듯 그러나 냉정하게 보더라도 아주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 것 이것이 내가 처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편하게 어디 취직할까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하는데, 그럴 수 없지 않은가? 내 꿈은 눈앞에 있는데 그걸 위해 주변 모두를 희생시키며 여기까지 왔는데.
별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달릴 것이고, 꼭 목표한 것을 이루어 내어야 한다. 나보다 훨씬 악조건에서도 성공을 이루어 내며 또 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을 이루어 내신 선배 창업가분들이 저렇게나 많기에 그분들을 보며 희망을 가지고, 배우고 나아가며 그렇게 성공할 것이다.
앞선 출발점에서 출발했든 저 뒤에서 출발했든 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존경한다. 편한 삶을 던져 버리고 창업한 것도, 눈에 보이는 뒤쳐짐을 감수하고 창업한 것도 모두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에게 존경받아 마땅하다. 세상은 그들의 도전과 실패를 양분 삼아 더 좋게, 더 편하게 바뀌고 있기에...
*******
다음 글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일반적인 스타트업 기업 대표의 현실을 써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