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이 이마에 빨갛게 찍는 것은 무엇인가?
바라나시는 몽환적이다.
자동차 매연이 만들어낸 연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멀리 다른 세상으로 영혼을 배웅하는 화장터의 그을음 때문일까.
혹은 수천 년에 걸쳐 각 곳에서 모여든 수행자들의 해탈을 향한 염원이 자아낸 분위기일지도 모른다.
카시 비슈와나트 사원에 들렸다. 시바신을 상징하는 링감을 숭배하는 사원이 인도 전역에 수천 군데 있지만, 그중 더욱 성스러운 링감인 죠티르 링감 Jyotir Lingam을 안치한 사원은 인도 전역에 12군데가 있다. 죠티르는 빛을 뜻하며 죠티르 링감 사원은 일반 사원과는 달리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바라나시의 카시 비슈와나트 사원은 그중 하나이며, 방문객에 대한 복장 규정도 있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사원이다.
링감은 남성 성기 모양을 한 조각상 형태를 띤다. 링감 숭배가 단순히 원시적 남근 숭배 사상일까? 그 보다 널리 바라보면 이는 생명을 잉태케 하는 모든 힘에 대한 찬양이다. 태초 이래 우주의 확장을 이끄는 원형적 남성성Archetypal Masculinity 을 링감의 형태로 숭배하는 것이다. 원형적 남성성은 생명을 잉태케 하는 힘이다. 역동성, 책임감, 강인함을포괄한다. 씨앗을 틔우는 태양의 내리쬠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모든 아버지들의 희생도 링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힌두교 사원에 방문하면 사제는 이마 중앙에 빨간 도장을 찍어준다. 이것은 틸라카 Tilaka라고 한다. 인도 여성들이 미간 중앙에 붙이는 빈디 Bindi 와 비슷하게 보여도 둘은 다르다.
차이점 1. 틸라카는 종교의식에 의한 마킹이다. 빈디는 결혼, 미용과 같은 세속적 의미를 지닌다.
차이점 2. 틸라카는 재 또는 가루반죽 형태를 지니지만, 빈디는 보석의 형태로 붙일 수 있다.
힌두 사원에 방문하고 나서 사제가 틸라카를 이마에 찍어 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틸라카를 말미암아 신성한 보호를 받고 있어 그 누구도 나를 해하지 못할 거라는 든든한 빽이 생긴 기분.
목에는 사원에서 받은 꽃다발을 주렁주렁 걸고,
이마는 하얗게, 빨갛게 칠하고,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