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명령의 심문 기일이 잡혔다
한 달 전쯤 법원에 제출한 이행명령신청의 기일이 잡혔다 그것을 의식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는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십여분을 통화를 했다 돈이 없어서 못 갔다부터 시작해서 자기 엄마까지 동원해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건강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돈이 없다고 아이를 만나지 못한단다 나는 그 어이없는 핑계에 한숨이 나왔다 지금은 일을 하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전처의 본가는 지방에서 과수원을 크게 한다, 벼농사도 덤으로 하고, 본가로 돌아가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받는 돈만 해도 어중간한 회사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부모가 주는 용돈이지 정당한 세금을 내는 일로는 잡히지 않을 테니 이혼 소송 중에도 법원에서는 전처를 무소득자로 규정했고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르면 최저 양육비인 월 120만 원가량(두 명 합산)에서 40만원만 양육비로 책정이 되었다
더군다나 내가 이혼을 끝내고 준 돈도 있는데 돈 때문에 못 만난다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하지만 나는 그 알량한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혼소송 중에 본인이 했던 말에 대한 책임 없는 게 화가 났다 가사 조사관에게 내가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거짓 호소하여 달에 두 번 아이를 보겠다고 서류까지 작성하여 판결문에 딱 적혀있기까지 하건만 소송 기간 중 한번 아이를 만나고 그 뒤로 2년 정도를 아이를 한번 찾지 않았다
연락도 소송 중에는 거의 날마다 하더니 소송이 끝남과 동시에 연락은 두절되었고 아이만 엄마를 찾는 형편이다
아이와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나야 매일 마주치고 부딪히고 울고 웃고를 같이 하니 아이 입장에선 잔소리 대마왕이거나(?) 사랑하지만 귀찮은 아빠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일까? 얼마 전에 학교 준비물 챙기는 걸로 투닥거리다가 물어본 적이 있다
"공주 공주가 이렇게 준비물 잘 안 챙기면 엄마는 잔소리 안 할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친구 OO이 엄마는 OO이가 뭐 잊어버리면 잔소리 안 하신대?"
"하실걸요?"
"그럼 엄마도 하지 않을까?"
'아빠만' 잔소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최대한 비틀어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는 바로 지금 눈앞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엄마는 자기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아빠는 자기의 실수에 잔소리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공주가 만약 엄마와 살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노라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그것 나름대로의 서운할 것이다 익명으로 글을 씀에도 밝히지 못하는 어떤 중대한 이유가 있지만(지극히 사적이지만 들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공주만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진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행명령의 심문 기일이 잡혔고 조만간 출석하여 전처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핑계를 댈 것인가 자기는 책임감이 없고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을 얼마나 잘 풀어서 말할지가 이번 기일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지금 까지 오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아이의 성장에 엄마의 면접교섭이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은 일반적인 엄마의 경우이지 않을까? 그저 후에 찾아올 결과가 아이에게 실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