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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ug 06.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72)

이행명령을 신청한 이유는

점점 더 더워지는 여름입니다, 독자님들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일도 많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친 한 달이었는데 드디어 휴가가 돌아왔습니다!

딸랑구와 여름휴가 잘 보내고 충전해서 12일쯤 돌아오겠습니다



이행명령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내가 이행명령을 준비하고 실행한 건 온전히 아이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조금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키우기 힘들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보내려고 미리 밑작업 하는 거 아니냐?'


'아이 엄마가 안 보고 싶어 하는데 굳이 애를 보내려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네 책임 덜려고 보내는 것 아니냐.'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저쪽은 '그런' 사람이니 네가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확정 지어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순간 내가 뭘 잘 못한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돈 뜯어 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라는 말처럼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한 달 삼십일 중에서 아이가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이틀 그것도 풀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당일 오전 10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자는 시간 빼면 10시간 남짓 아이가 엄마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만나게 해 주는 게, 내가 책임지기 싫어서 아이 엄마한테 보낸다고 말하는 게 지금 맞는 말인 거 같아요?"



내 정색 섞인 말투에 상대방이 아차 싶었는지 말을 돌린다



'아니 굳이 저쪽에선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데 보냈다가 진짜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가 싫어했으면 이렇게 하지도 않았어요, 나도 차라리 아이가 엄마 안 보고 싶다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이가 덜 상처받을 테니까. 아이가 보고 싶어 하고 아이도 엄마 만나서 엄마 태도 보고 그러면 스스로 느낄 거예요 눈치 빠른 아이니까, 내가 억지로 안 보여 주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보기 싫다는데 아이가 그걸 못 느끼겠어요?"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았다 그냥 전후 사정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법원에선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대부분 아이를 안 보여 주려고 한다 나처럼 보라고 이행 명령을 신청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지금 내 앞에서 저렇게 말을 내뱉는 사람처럼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하는 게 아닐까? 무서워졌다 그저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해서 시작된 이 일이 내가 책임 지기 싫어서 하는 거라고 판단된다면 아이를 엄마에게 친권 양육권을 넘겨줘 버리는 게 아닐까


아이에게도 이야기했었다


'아빠는 너를 많이 사랑해, 엄마랑 이렇게 셋이 살 때에도 너를 책임지려고 많이 노력했어 일도 꾸준히 다니고 OO이랑 놀러도 다니고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OO이도 알다시피 혼자 일도 하고 너도 키우면서 아빠도 어렵고 힘들어 짜증도 많이 날 때도 있고 그리고 OO이가 숙제나 할 일 안 하면 아빠가 야단도 치게 되고 그렇지만 그게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냐 알려주려고 그러는 거지 엄마가 너한테 지금 잔소리를 안 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엄마랑 같이 산다고 엄마는 잔소리 안 할까? 엄마도 아빠랑 똑같아 화나는 게 있을 거고 좋은 게 있을 거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빠가 이렇게 하는 게 밉고 서운하고 그래서 엄마랑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이야기해 줘 아빠는 서운하겠지만 그래도 OO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아이는 과연 얼마나 알까? 보이는 게 중요한 나이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 잘못한 것에 대한 잔소리에도 밉고 그럴 수도 있는 나이이다 나도 어린 시절을 겪어봤으니까 크고 나서야 그때 왜 부모님들이 저렇게 행동하셨었구나 느껴지는 것들도 있고 아마 아이도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크면 느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이에게 우선은 지금이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아이가 어떤 게 행복하다고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렇게 해줄 용의가 있다



내가 이행명령을 신청한 것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내 딸을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같이 살 수없다는 것을 알지만 엄마가 매달 두 번 찾아온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지 아이가 귀찮거나 책임지기 싫거나 그런 게 절대 아니었다 남의 말에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입을 다물고 있다 할 말이 있다면 확실하게 하는 타입이긴 하지 하지만 저런 이야기 들은 힘을 쭉 빠지게 만든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게 안 힘들다고 한 적은 없다, 적응해 나가고 살아가고 있는 거지 저쪽이 그것을 못한다고 그게 당연한 게 아니다 주둥이로만 책임 운운하는 사람들이 나는 제일 싫다 전처의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책임질 거 아니면 결혼을 하질 말았어야지.'


'책임을 왜 저만 져야 하는데요, 결혼은 서로 책임지는 거 아닌가? 결혼하면서 집해 오고 돈 벌어오고 애 케어하고 내가 여기서 더 뭘 얼마나 해야 하는데요.'


'네가 우리 집에 천 원 한 장 줘봤냐?'


'나는 현금으론 못 드렸었어도 선물세트라도 사다 보내드렸어요 그럼 그쪽 집은 우리 집에 뭐 하나라도 해줘 봤어요?'



대답이 없다 웃음이 나왔다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답이 없는 사람인지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끝까지 잘못은 나일 것이다. 내가 잘잘못을 가리려는 이유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원망이기보단 앞으로의 같은 일을 반복하기 싫어서였다, 책임지지 않는 잘못은 무뎌지고 매번 똑같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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