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3개월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한단다
https://www.youtube.com/watch?v=yVEx-Dpd38k
올 명정 동생은 여자친구 될 사람과 인사를 왔다 동생은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 편이었다 작년에 데려왔던 여자친구는 3년을 만났고 여자친구가 어려서 결혼하자던 동생을 까고 헤어졌고 이번 여자친구는 동갑이란다 급하게 결혼하려는 이유가 혹시 속도위반은 아닐까였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몇 년을 만났어도 잘 되지 않았었던 우리를 생각하면 너무 짧은 만남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 혹여 오게 될 것들을 걱정을 했다 누군가는 오래 만나도 짧게 만나도 잘 살 인연은 잘 산다고 했다 나도 거기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는 바이다 동생에게도 그렇게 말했고 다만 후에 급한 만남으로 인한 부작용도 너 내들이 감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내 이혼이 부모님께 걱정을 끼쳤지만 뒷수습까지 부모님에게 맡기지 않은 것처럼 너도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해 줬을 뿐이었다
몇 년 전 동생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와 벌금형을 당했고 상대방의 부서진 차량도 작은아버지와 아버지의 도움으로 해결을 했다, 인명피해는 없어 구속이 되지는 않았지만 큰 사건을 한번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을 완벽하게 믿지는 않는다 사고 치던 동생 때문에 되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모범생처럼 지냈어야 했으니까 집에서 사고 치는 사람은 둘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결혼식까지 잘하게 된다면 잘 살길 바랄 뿐이다, 동생은 자기 친엄마와 아버지가 혼주석에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동생의 엄마이자 전처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 시절로 따지자면 어린 시절 나를 학대했던 사람을 내가 굳이 동생의 결혼식이라고 만나야 한다니
"형 그냥 한 시간 반정도 나를 위해서 있어주라."
"너한테는 친엄마지만 나한테는 아픈 기억이야 솔직히 장담은 못해 그리고 아버지 안 가신다면 굳이 나도 갈 생각 없고 아버지 설득은 니 몫이지 내 몫은 아닌 거 같다."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동생에겐 히어로인 친모는 나에게는 새엄마이자 빌런이다 동생은 그런 나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진짜 이해하는지는 모르겠다
"너 여자친구 부모님도 싫어하실 거야 그러니까 잘 이야기해 너만큼 나랑 아버지도 고집 센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이미 십여 년이나 깨진 인연 그 한 시간 반 때문에 다시 붙이기는 쉽지 않을 거고, 물론 부모님 이혼이 너는 잘못 없겠지만 나랑 아버지한테는 악연이니까."
명절동안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지만 자리가 불편하다, 이혼이 마무리된 지 1년 별거까지 포함하면 2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새어머니는 걱정이신가 보다 요즘 이직을 하고 그냥 나름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넌지시 만나는 여자는 있는지 물어보신다
"뭐 소개라도 시켜주시고 만나냐고 물어보세요 ㅋ."
웃으며 그렇게 넘기긴 했지만 부담스럽다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하신다 30대 후반도 거의 끝나가는 판에 무슨 어린 나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지금이 더 신경 쓸 것 없이 좋다고 말했다 나도 취미 생활도 즐기고 아이 돌보고 내가 무슨 여자친구까지 신경 쓰고 그럴 여유가 없다고 그리고 또 하나 애 딸린 돌싱남이 좋다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새어머니는 그 뒤로 별말이 없으셨다
명절은 당일 하루를 끝으로 다들 해산을 했다 제사를 안 지낸 지도 오래되었고 그냥 가족끼리 모여 식사 한 끼 두 끼 먹고 헤어지게 된 지 오래다 오히려 그게 더 편하다 오랜만에 공주는 삼촌들을 만나 용돈도 두둑이 받아 챙겼고 작은엄마들과 신나게 놀기까지 해서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동생을 위해 까짓것 한 시간 삼십 분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굳이 하지도 않아도 될 일을 하며 감정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많이 빛바랜 예전의 기억이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밝아질까 봐
독자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요? 머리가 참 아픈 명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