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주 하는 대답은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매력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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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선한 영향력’, ‘파괴적 혁신’ 과 같은 표현들을 잘 사용해보려 했지만 너무 부자연스럽고 진정성 없는 것 같아서 입에 잘 담지 않게 됐어. 물론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몹시 오버하며 가식적인 면접 대답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고..
근데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는 말도 너무 식상해. 이 줄을 쓰면서 다시 내 대답을 보니까 가장 이상한 점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해석의 여지가 많은 ‘젊다’는 말을 나조차 정의하지 않고 있었더라. 의도적으로 ‘젊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한 건 아니야. 나조차 ‘젊은’ 이라는 단어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는데,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나는 내 셀프PR을 여태까지 어떻게 해왔던 걸까… 이러니 세일즈 인턴을 할 때 X같이 했다는 평을 받지
줄곧 해오고 싶었던 말은 ‘젊은 사람’보다 ‘열정 넘치는’ 사람에 가까워.
내 맘대로 정의하자면 현실성과 창의성이 적절히 무쳐진 도전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하며, 예상치 못한 일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가 열정 넘치는 사람의 한 가지 유형인 것 같아.
그렇다고 열정 넘치는 두 자릿 수 년차 직장인분들만 있는 회사에서 일할 마음은 없는데… 어떻게 보면 '요즘애들'을 밉보는 꼰대의 마음과 비슷하게 역꼰대 마인드일수도?
난 절박감이 필요한가봐. 반대로 말하자면, 나쁘게 말하면 나태하고, 좋게 말하면 게으른거겠지?
항상 마치 Sugar Rush 되어있는 사람들 사이에 어울리려 하고 자극을 받고 싶어 해. 그 마인드 자체가 X나 이기적이고 게으른거긴 해. 나는 누군가에게 밸류가 되지 못하고, 남에게서 달달한 것만 빨아먹겠다는 마인드니까.
오늘 회사 동료분이 내 발작버튼이 무엇인지 물어보셨어.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우울하고 가장 게을렀을 때도 스위치를 키게 한 말이 하나 있더라.
넌 안 돼.
다들 안된대. 근데 그 사람들이 다 틀리고 내가 해낸다면 난 그들 앞에서 진짜 꼴보기 싫게 내색할 수 있거든.
다시 물어봐봐.
"스타트업 왜 좋아해?"
언더독을 응원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너도 16년에 레스터시티 응원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