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사에서 일하기 에피소드 1
오늘은 면접관으로 참여하기
오늘은 사무실에 나와 내 상사 에밀리와 이런저런 업무이야기를 하다, 오전에 면접일정이 있는데 함께 들어와 의견을 보태어 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한다. 난 흔쾌히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제안에 응했다.
면접 시간이 되니 한눈에 보아도 구김 없고 몇 번 입지 않은 듯한 새양복과 깔끔한 패텬의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윤이 반질반질 나는 구두를 신고 청초한 햇살 같은 해맑은 얼굴을 한 젊고 앳된 신사 한 명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젊고 앳된 신사의 이름은 벤이라고 한다. 이 친구는 영국의 명문대 중의 한 곳의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6개월 동안 해외에서 인턴생활을 한 후, 현재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회의실에 들어가 서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한 후 우리 세명은 자리에 앉았다.
면접이 진행이 되면서, 에밀리는 회사의 전반적인 비즈니스와 회사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직책에 대해 설명을 해 준 후,
벤에게 정중히 자기소개 및 경력 및 학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을 했고, 응시하게 된 계기 및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질문과 답변하는 방식으로 면접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난, 벤이 대답을 하면서 보이는 두 팔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넥타이 끝을 만지작 거리며 대답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내심 긴장을 잔뜩 한 눈치다.
그런 그 친구의 얼굴의 표정들을 유심히 보면서 내심 이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궁금했고, 어느 정도 에밀리의 질문이 마무리되어 가는 무렵에 나 또한 질문을 던졌다. 보통 여가시간에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말이다. 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운동, 역사, 럭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힘께 하는 걸 즐긴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역사 분야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더니, 생기 있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한결 여유로운 자세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난 이 친구가 이 직책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 친구가 우리와 함께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난 30십 대 때 글로벌 기업 재무부서에서 근무당시 담당부서채용업무 관련 면접관으로 미팅에 참여했을 때 내 모습을 상기하게 되었다. 그때는 이력서에 적힌 그 친구의 이력에 집중을 하고 과거의 이력이 현재 채용직책과 얼마나 부합이 되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 정작 그 사람에 대해 알 기회를 놓친 적이 부지 기였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4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나이에 20대 초반을 면접하는 면접관의 시선에서 그 친구를 바라보니, 그 친구가 했던 과거의 이력을 보며 면접에 중점을 두기보단 그 친구가 앞으로 가야 하는 20대 후반의 모습 30대 더 나아가 내 나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면접을 보니, 그 친구의 해맑은 눈과, 긴장이 역력한 모습 진중하게 고민하고 질문에 대해 답하는 성실한 모습들이 내 눈에 더 들어온다. 그 친구의 학교성적을 보니 성실히 살아온 흔적이 보였고 앞으로의 이 친구가 잘 성장하기를 바라게 되었다.
업무의 성취도라는 건 내 경험에 의하면 개인차가 더러는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무르익고 성실하게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고난도의 기술적인 업무만 아니라면 성취할 수 있기에 과거이력이 참고는 되나 핵심지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또한 하였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이젠 보인다. 결국 맑고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참 복이라는 생각에 난 이 면접기간 동안에 벤이라는 친구 그 자체가 궁금했던 거 같다.
뻗뻗하고 종이 위에 둥둥 떠 있는 활자로 그 사람의 행보를 살피고 평가하는 거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난 계속 변하고 있다. 다만 내 뇌가 나이가 들수록 더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랄 뿐이다.